'고유정 의붓아들' 경찰 "10분간 압박으로 사망…타살과 과실치사로 혐의 좁혀"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타살 또는 과실치사로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곧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24일 밝혔다. 또 ‘부실수사’나 ‘편들기 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고유정(36)과 현 남편 A(37)씨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의붓아들 B(5)군의 사망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피해자 B군이 살해됐을 가능성과 과실로 숨졌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어느쪽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차상학 청주상당경찰서 형사과장(왼쪽)과 변재철 충북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
경찰 "10분이상 눌러졌을 가능성 커"…타살과 과실치사로 혐의 좁혀
B군은 지난 3월 2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 부검결과 B군의 사인(死因)은 ‘압착(壓搾)에 의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현장 감식 등을 토대로 외부 침입 가능성이 없는 만큼 사건 당일 집에 있었던 고유정과 A씨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과 관련해 "국과수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10분 이상 몸 전체를 눌렀을 가능성이 크다’라는 소견을 제시했다"며 "지난 5월 1일 국과수 정밀감정 결과를 받은 뒤 타살 의혹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해왔다"고 했다.
B군 발견 당시 침대에 남은 혈흔(빨간원). /A씨 제공 |
경찰은 또 "B군 나이대의 유아가 성인과 함께 자던 중 눌려 사망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면서도 "B군이 또래에 비해 키와 몸무게 모두 왜소해, 36개월~40개월 수준의 체격인 것을 고려할 때 과실치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만 경찰은 현 남편 A씨가 고유정을 고소하면서 ‘공범’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청주상당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아버지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달 6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삭제된 구조 당시 사진 6장?…경찰 "100여장 확보, 동영상도 있다"
이날 경찰은 전날 문화방송(MBC)의 보도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MBC는 소방당국이 삭제한 A군의 숨진 직후 모습을 찍은 사진 6장을 토대로 "B군의 목 뒤에 멍자국과 무언가에 의한 상처자국이 선명하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법의학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외부에서 손으로 눌렀을 수 있다고 MBC는 전했다.
이를 두고 경찰은 "B군의 몸에서 발견된 ‘멍자국’은 질식사에서 나타나는 일혈점(溢血點)"이라며 "사건 초기부터 B군의 시신을 확인할 때 학대 흔적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또 "B군의 목 뒤편의 찰과상 역시 고유정과 현 남편 A씨 모두 경찰 조사에서 ‘잠을 자다가 (B군이 스스로) 긁어서 상처가 났을 수 있다’고 했다"며 "타살 혐의를 배제하지 않고 있을 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제주시의 한 카페 사무실에서 언론 인터뷰에 나선 고유정 현 남편 A씨. /권오은 기자 |
경찰은 또 B군이 숨진 현장 사진이 일부 공개된 뒤 소방당국을 두번이나 찾아가 사진 유출 경로를 따지기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소방당국에서 확보한 다른 현장 사진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했다. 특히 소방당국이 갖고 있던 사진 6장이 저장기간이 지나 삭제된 것과 관련해서도 경찰은 "확보한 현장 사진이 100여장에 이르고, 고화질의 동영상도 다수 촬영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또 고유정과 남편 A씨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진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나 폐쇄회로(CC)TV도 없는 상황에서 진술의 모순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혐의를 일방향으로 미리 정하지도 않았고, 특정인의 편을 들지도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그동안 확보한 부부의 진술 내용과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 결과, 주변인 조사, 증거물 등을 토대로 수사를 곧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 수사단계는 10부 능선 중 9.5부 능선을 넘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청주=권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