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칼군무 저리가… 싱크로율 99%, 고양이 칼군무
둘이서, 혹은 셋이서…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는?
‘학익진’ 자세부터 단체 그루밍까지, 고양이들의 ‘결정적 순간’
”우리 걸그룹 못지않죠?” 칼군무를 선보이는 고양이들./사진 이용한 |
흔히 비교되는 대상이 서로 어긋나지 않고 똑같거나 딱 들어맞는 비율을 일러 ‘싱크로율’이라고 한다. 고양이 세계에도 이렇게 서로 다른 고양이가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거나 똑같은 행동을 취할 때가 있다. 둘이서 혹은 셋이서, 때로는 여러 마리가 동시에. 사람과 달리 고양이 싱크로율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거나 약속이 된 상황이 아니라서 더욱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동네 아랫마을 전원주택에서 만나는 전원 고양이들은 종종 이런 칼군무 같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걸그룹 칼군무는 저리가라다. 두 마리가 동작을 맞추는 것쯤은 기본이고, 세 마리가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하거나 다섯 마리가 둥그렇게 드러누워 ‘고양이 서클’을 그리기도 했다.
깔맞춤에 고양이 써클까지, 진짜 의식이라도 한 걸까?/사진 이용한 |
산 너머 이웃 마을 캣대디네 급식소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어느 날 두 마리 노랑이와 또 두 마리 고등어가 ‘깔맞춤’으로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노랑이 파와 고등어 파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짝을 이룬 것만 같았다. 그것도 고양이들 사이에 포장한 시멘트의 경계선이 드러나서 극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일부러 연출하려 해도 쉽지 않은 장면이었다.
산골의 다래나무집 고양이들은 단체 그루밍을 하며 서로 동작을 맞추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그루밍 말고도 종종 여럿이 한마음 한 자세를 선보이기도 한다. 한번은 비가 오는 날에 여섯 마리 고양이가 똑같은 자세로 마루에 앉아 비를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 녀석들도 그것을 의식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냥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녀석들은 잠을 잘 때도 참 요상한 자세로 잘 때가 많다. 한번은 가운데 한 마리 고양이를 두고 양쪽에 두 마리 고양이가 마치 ‘학익진’ 자세로 잠을 자는 거였다. 이건 정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그야말로 기묘한 풍경이었다.
고등어 한 마리를 두고 노랑이들이 ‘학익진’ 자세로 잠을 자고 있다./사진 이용한 |
사실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고, 그런 순간을 찍는다는 것도 그야말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어서 다분히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은 편이지만, 문제는 그 운이 인생이나 생활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용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