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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에 펼친 ‘수직 정원’… 대기오염 줄이고 실내온도 낮춰

친환경 바람에 ‘벽면 녹화’ 급부상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 시내 한복판에 짓고 있는 26층짜리 콘도미니엄은 조만간 기네스북에 오를 예정이다. 규모나 용도 면에선 특별할 것이 없지만, 건물 외벽이 4만 본(本)의 다양한 식물들로 뒤덮일 것이라서다. 완성되면 북미 최대 규모의 ‘수직 정원(Vertical garden)’이 된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신재생 에너지, 탄소 저감 장치 등 친환경 분야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그 일환으로 급부상하는 것이 이른바 ‘벽면녹화(壁面綠化·Green wall)’ 산업이다. 창문을 제외한 건물의 벽면에 고정 틀을 부착해 그 위에 여러 종류의 식물을 심는 기술을 뜻한다. 벽면의 식물은 보기에 좋은 조경(造景) 효과 외에,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미세 먼지를 달라붙게 하며, 외부 열 침입을 차단하는 다양한 친환경 기능이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만들기 어렵고, 돈만 많이 든다던 벽면녹화가 최근 다양한 기술 개발로 저변이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기업 베러파이드마켓리서치는 전 세계 벽면녹화 시장 규모가 지난 2019년 2136억달러(약 243조원)에서 2027년에는 4026억달러(약 458조원)으로 8년 새 약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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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펼친 정원…IoT 기술 적용하기도


예전에는 벽면녹화를 위해 담쟁이덩굴을 키웠다. 담쟁이덩굴은 줄기의 마디에서 나오는 덩굴손에서 둥글고 납작한 빨판이 나와 벽표면을 타고 오르며 자라 벽 전체를 녹색 잎으로 뒤덮는다. 담쟁이덩굴의 생장을 돕기 위해 벽면에 일정 간격으로 포스트를 박은 뒤, 줄을 연결하기도 한다. 그러나 벽면을 충분한 두께로 덮기 어렵고, 원하는 면적만큼 관리하면서 키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가장 일반화한 방식은 이른바 수직정원(垂直庭園)이다. 벽면에 대형 철제 틀(레일)을 고정하고, 식물이 심어진 작은 화분(포트)을 벽면에 배치한다. 면적에 따라 배치되는 포트의 수는 달라진다. 포트는 벽면에 직각으로 설치하면 떨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보통 30~60도 정도로 비스듬하게 올려놓는다.


수직으로 놓여 있으니 일반적인 살수(撒水) 방식으로는 물을 주기 어렵다. 위에서부터 관을 타고 아래로 물이 조금씩 떨어지게 하거나, 각각의 포트가 물에 조금씩 잠기게 해놓고 수위를 관리하는 기술을 쓴다. 랜드아키생태조경의 김진수 대표는 “물을 줄 때는 급수대에 연결된 호스에 타이머를 설치해 정해진 시간마다 물을 흘려보내거나,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포트 속에 센서를 심어두고 습도를 체크해 자동 급수하도록 설계한다”고 했다.


수직정원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랑스 식물학자 파트리크 블랑(Patrick Blanc)은 ‘부직포’ 방식을 고안했다. 벽면에 대형 부직포를 깔고, 부직포에 작은 포켓들을 여러 개 만들어 식물을 배치한다. 흙 없이 부직포에 설치된 가느다란 관에 영양분을 넣은 물을 흘려보내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水耕栽培)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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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능 우수해도 관리 어려워


벽면 녹화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수직으로 포트를 배치하는 식으로 조성하면 1㎡당 70만~13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평균 단가를 100만원으로 가정하면 가로세로 각각 10m 면적(100㎡)을 녹화하는 데만 1억원가량이 드는 셈이다.


하지만 환경 친화적 장점은 뚜렷하다. 도심에서 추가 공간을 확보할 필요 없이 녹지를 조성할 수 있다. 공기질 개선 효과도 높다. 유럽 도시임업 포럼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만들어진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수직 숲 빌딩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는 인근 대기오염을 20%가량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80m와 112m 높이로 건설된 2개의 고층 건축물이다. 한국환경산업연구원은 “벽면의 식물들이 태양열을 반사하기 때문에 여름철 건물 실내온도를 3~5도가량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실내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상당히 아낄 수 있는 것이다.


벽면녹화는 관리가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물의 증발량이 많아 땅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보다 자주 물을 줘야 하고, 토양 관리도 어려워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특히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철을 식물이 버텨내기 어렵다는 점이 큰 한계다. 겨울에는 잎이 지기 때문에 녹색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것도 문제다.


그래도 친환경 열풍을 업고 각국 정부가 앞다퉈 벽면 녹화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선 워싱턴 DC를 비롯한 20여 개 주가 지난 2018년 건물의 벽과 지붕을 녹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5~25년 만기로 빌려주는 정책(PACE 파이낸싱)을 시행 중이다. 서울시는 2019년 종로에 1000㎡ 규모의 수직·옥상 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조경업체 대표는 “하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고,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 대비 환경 개선 효과가 얼마나 큰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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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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