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뻥~ 옥상 낭만 즐겨볼까
코로나로 되찾은 높고 푸른 하늘… 거리 두기하며 즐기는 ‘뷰 맛집’
<문화부> 루프톱 맛집_fof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진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은.
가을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더 높은 고도에서의 빛의 산란이 잘 보이기 때문에 하늘이 더 높고 푸르게 보인다. 그동안 황사와 미세 먼지로 잃어버렸던 가을 하늘을 몇 년 만에 되찾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덕분. 가을이 가기 전 하늘을 보다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뷰(전망) 맛집’이 요즘 인기인 이유다.
태국 방콕 전경 같은 ‘퐆’
서울 강남구 K현대미술관 6층 꼭대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니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지난 7월 문을 연 야키토리바 ‘퐆(fof)’이다.
야키토리(焼き鳥)란 일본식 닭꼬치. 현재는 닭 외에도 돼지 같은 다른 고기나 파 등의 야채를 꼬치에 찔러 구운 것을 총칭한다. 일본 헤이안시대(794~1185년) 궁중 행사책 ‘유취잡요초’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오래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민들 포장마차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야키토리의 맛을 결정하는 건 불과 기술. 홍콩 ‘야드버드’에서 일한 오준탁 셰프가 참숯으로 야키토리를 구워준다. 닭 어깨살과 몸통 연골 등을 구운 닭꼬치, 흑마늘 소스를 곁들인 ‘대파구이’, 마라 소스와 마자오를 버무린 ‘가지튀김’ 등이 대표 메뉴다.
270도로 탁 트인 옥상에 앉아 압구정 한양아파트와 성수동 트리마제가 어우러진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다 보면 태국 방콕에 온 기분. 일본에서 공부한 강현규 소믈리에는 “야키토리가 맛과 향이 강하다 보니 시원한 맥주도 좋지만, 개성 강한 내추럴 와인이 잘 어울린다”고 했다.
메종한남 |
맨해튼 전경의 ‘메종한남’
한남동 ‘유엔빌리지’에는 한강과 남산이 보이는 ‘메종한남’이 있다. 동호대교 뒤로 보이는 제2롯데월드 등 고층 건물들이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보는 맨해튼 풍경과 비슷하다고 소문난 곳이다.
원래 이탈리아 대사관저였던 곳을 구승우 대표가 매입해 지난 7월 레스토랑을 열었다. 호주 벤틀리 레스토랑에서 일한 김승현 셰프가 호주 가정식 요리를 만든다. 무화과 프로슈토, 새우 관자 토마토파스타 등이 대표메뉴. 저택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며 에르메스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다 보면 부잣집 파티에 초대된 느낌이다. 대사관저일 때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살려 화장실엔 욕조가, 거실엔 벽난로가 있다. 조만간 야외 유리 온실을 설치해 겨울에도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란다.
/모나크펍 |
한강에서 요트 탄 듯 ‘모나크펍’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에 있는 ‘모나크펍’도 명소다. 코스모스, 갈대밭, 핑크뮬리 등 강변 풍경을 음미하며 걷다 보면 나오는 수상 건물 옥상에 있다. 하늘이 보이는 루프톱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 요트를 탄 듯한 착각도 든다. 잘 구운 바게트빵 위에 아보카도 한 개가 통째로 올라간 아보카도 플래터 등 브런치가 대표 메뉴. 지난 5월 문 연 김유현 대표는 “식물이 많은 인테리어로 자연에서 휴식을 취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펫존’이라 개를 산책시키다 들어와 휴식을 취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했다.
/핀스카이 |
DDP를 내려다보는 ‘핀스카이’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내려다보며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도 있다. DDP 옆 아디다스 건물 13층에 있는 루프톱 ‘핀스카이’. 파라다이스호텔 클럽크로마 대표 등을 지낸 김형섭 대표가 2016년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서울에서 DDP와 동대문을 조망할 수 없는 장소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두산타워와 평화시장 같은 건물 숲에 둥지를 튼 DDP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건 정말 이색적인 경험”이라고 했다. 대표 메뉴는 마르게리따 피자와 수제 소시지 구이. 미리 예약하면 주인장이 루프톱에서 직접 바비큐를 해준다. 서울 도심 한복판 옥상에서 맥주와 바비큐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혜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