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머금은 유네스코 창조도시 일본 가나자와 여행
채지형의 여행살롱 제50화
일본을 몇 번 여행하고 나면 작은 도시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한적한 마을에서 어슬렁거리면서 여유를 누리고 싶은 거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때면 더욱 그런 마음이 듭니다. 이런 마음이라면 일본 가나자와(金澤)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소박하지만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도시거든요. 인구는 50만이 채 되지 않지만, 매년 800만 명이 넘는 여행자가 이곳을 찾죠.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겐로쿠엔을 비롯해 일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산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거든요. 게다가 21세기 미술관 같은 미래 지향적인 문화시설도 품고 있고요.
일본 지도에서 가운데 부분을 찾아볼까요. 혼슈 중앙에 이시카와현이 있는데, 가나자와는 이시카와현의 현청 소재지입니다. 동남쪽은 산이 자리하고 있고 북서쪽에는 바다가 지키고 있죠. 사이가와 강과 아사노가와 강 사이에 도시가 자리하고 있고요. 지금은 소담한 도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더없이 화려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일본 굴지의 실력자들이 지배하는 상공업 중심이었거든요. 가나자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를 겪지 않아 역사적인 문화유산들이 잘 남아있습니다.
가나자와는 일본의 전통공예가 유명하다. |
가나자와에서 유명한 것 중 하나는 공예인데요. 금박과 자수, 세공 같은 것들이에요. 금박은 금을 극한상태로 늘려서, 만분의 1~2mm 두께가 될 정도로 만든다고 하더군요. 손가락으로 만지면 없어질 정도로 얇다고 해요. 이런 이유로 가나자와는 유네스코의 창조도시 네트워크에도 등록되어 있어요. 창조도시 네트워크는 유네스코가 창조적이고 문화적인 산업을 육성하는 도시 간 교류를 지원하는 제도로, 가나자와는 크라프트&포트 아트분야에 등록되어 있더군요.
독특한 작품이 가득 21세기 미술관
독특한 작품을 볼 수 있는 21세기 미술관 |
통유리로 미술관 안과 밖에 통하게 설계된 21세기 미술관 |
21세기 미술관은 이름처럼 미래를 지향하는 미술관으로 모든 곳이 열려 있어요. 문이 다섯 군데인데, 누구나 언제든 쉽게 드나드는 오픈형으로 만들어진 거죠.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이 서로를 구경하는 구조랍니다.
전시품은 만져 보고 앉아볼 수 있는 체험형 현대 미술이 대부분이에요. 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르 에를리치의 ‘수영장’은 21세기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인데요. 물을 채운 수영장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서 수영장 아래와 위에서 수영장을 내려다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미술관 잔디 곳곳에 설치된 12개의 관도 각각의 소리를 이어 주는 신기한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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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특정 계층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쉽게 참여하고 놀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멋진 미술관이더군요.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가슴 설레는 체험을 즐길 수 있어 더 좋았어요. 이런 미술관이 있는 것만으로도 가나자와는 행복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이 멈춘 히가시차야
히가시차야 거리 |
전통에 관심이 있다면 ‘동쪽 찻집 거리’라는 뜻의 히가시차야로 가셔야 하는데요. 히가시차야는 에도시대 풍류 일번지로 불렸던 거리로 일본의 게이샤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어요. 고즈넉한 인사동 거리를 떠올리면 될까나요. 히가시차야 거리를 걷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일본의 과거로 들어선 느낌이 들더군요.
(왼쪽) 게이샤 문화를 만날 수 있는 히가시차야 (오른쪽) 히가시차야에서 맛보는 말차 |
과거에는 게이샤들의 춤과 술이 넘치던 거리였지만 지금은 전통을 살린 찻집 골목으로 변신했어요. 히가시차야 골목은 고풍스러운 목조 가옥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데, 길 전체가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죠. 히가시차야 골목은 독특한 기념품과 과자 가게가 많아 골목은 길지 않지만, 구경하며 걸으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니 시간 배분을 잘 하셔야 해요.
히가시차야 골목에서 인기 있는 집 중 하나는 골목 가운데 위치한 ‘카이카로’. 5대째 이어 게이샤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주인장과 함께 게이샤 문화를 만날 수 있답니다.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겐로쿠엔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겐로쿠엔 |
히가시차야를 둘러봤다면, 가나자와에서 가장 유명한 겐로쿠엔에 갈 차례에요. 겐로쿠엔은 자연미와 인공미가 어우러진 일본식 정원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정원입니다. 미토의 가이라쿠엔, 오카야마의 고라쿠엔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정원으로 꼽히고요. 1676년 5대 영주였던 마에다 쓰나노가 가나자와성 일부를 정비하면서 만든 것이 시작이에요. 이후 13대 영주인 마에다 나리야스가 오늘날의 모습으로 완성했다고 해요.
겐로쿠엔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12대 영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12대 영주인 나리나가가 오슈시라카의 영주 락옹에게 정원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더니 중국 송나라 시대 시인 이격비의 낙양명원기라는 문장을 이용, ‘광대함, 유수, 인력, 고색창연, 수로, 조망’ 등 6가지를 갖추고 있는 정원이라고 하여 ‘겐로쿠엔(兼六園)’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왼쪽) 겐로쿠엔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신혼부부 (오른쪽) 겐로쿠엔에서 꽃구경중인 어르신들 |
정원 안에는 산과 폭포, 섬과 다리, 숲까지 여러 형태의 자연이 갖춰져 있어요. 정원 가운데 커다란 연못 안에는 불로불사의 신선이 산다는 섬도 있고요. 자연을 그대로 축소하는 일본의 독특한 정원문화와 정신세계를 볼 수 있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겐로쿠엔 |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가나자와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요. 햇살을 받은 이끼와 초록 잎들이 신비로움을 뿜어내죠. 겐로쿠엔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지러웠던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아무 때나 가도 좋지만, 벚꽃 필 때 맞춰서 여행계획을 짜보세요. 꽃비를 맞는 잊지 못할 봄날이 펼쳐질지도 모르니까요.
[도움 될 링크]
- 가나자와 : http://www.kanazawa-tourism.com/korean/main
- 21세기 미술관 : http://www.kanazawa21.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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