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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 시장

채지형의 ‘요리조리 시장구경’ No.10

시장은 보물창고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 안에 오롯하다. 이슬람 시장은 그들의 종교가, 아프리카 시장은 그들의 자연이, 중남미 시장은 그들의 문화가 빛난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

세계3대폭포중 하나인 빅토리아폭포

‘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

멀리서보면 불이 난것처럼 보이는 빅토리아폭포

나이아가라·이과수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국경을 거쳐 빅토리아 폭포를 볼 수 있는 작은 관광도시 빅토리아폴스에 들어서자 불이 난 듯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천둥치는 연기라는 뜻을 가진 ‘모시오야통야’(Mosi-Oa-tunya), 빅토리아 폭포였다. 빅토리아 폭포의 낙차는 최대 108m. 아파트 한 층 높이를 2.5m라고 하면, 43층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대 폭도 1.7km에 이른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웅장한 빅토리아 폭포 앞에 서니,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빅토리아폭포가 있는 작은 마을, 빅토리아폴스

놀라우리만큼 거대한 빅토리아 폭포와 달리, 폭포가 자리한 빅토리아폴스는 한 시간이면 마을을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마을이었다. 빅토리아 폭포를 돌아보고 난 후, 마을에 재미있는 것이 없나 기웃거리다 근처에 시장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됐다.

‘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

조각품들을 땅에 늘어놓고 판다

“카리부(환영해).” 

시장에 들어서니 머리에 손수건을 둘러쓴 풍채 좋은 아주머니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반갑게 맞았다. 일단 펼쳐 놓은 물건부터 훑어봤다. 역시 아프리카였다.

‘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

(좌) 나무로 만든 그릇들. 특별한 패턴이 그려져 있다 (우) 돌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그림들

‘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

(좌) 원주민들이 숭배했던 신을 본따 만든 작품 (우) 이곳에서 파는 작품들에는 원주민들의 토속신앙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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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조각해 만든 오만 가지 동물들, 베란다에 세워 놓으면 아프리카 기운이 새록새록 뿜어져 나올 것 같은 기린 조각, 섬세한 목걸이와 귀걸이, 당장이라도 신나는 리듬이 터져 나올 것 같은 크고 작은 북들, 무시무시하게 생긴 아프리칸 마스크…. 그릇에도, 악기에도 초원을 달리는 사자와 얼룩말이 뛰어놀고 있었다. 나무로 만든 단순한 그릇 하나에서도 펄펄 에너지가 넘쳤다. 구석구석에 있는 공예품들을 보며 짐바브웨 사람들의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예술가적 기질을 느낄 수 있었다.

에너지가 느껴지는 아프리카의 공예품들

‘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

화려한 패브릭들

‘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

반짝반짝 귀여운 비즈공예품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천에 염색을 한 바틱이었다. 도마뱀과 기린, 코끼리와 사자, 원숭이, 바오밥 나무 등 아기자기한 패턴을 물들여 넣은 각양각색의 천들이 쌓여 있었다. 바틱의 본고장인 인도네시아 자바에서도 마음에 쏙 드는 바틱을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이곳 빨랫줄에 무심히 걸려 있는 모든 바틱에 욕심이 날 정도였다.


짐바브웨는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나라로도 유명하다. 조각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쇼나족이 만든 ‘쇼나 조각’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특이한 쇼나족의 돌 조각상, 은데벨레족이 만든 찬란한 색의 물건들에 눈길이 갔다.


시장 주변에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파는 갤러리와 골동품 상점들도 모여 있었다. 큰 조각품을 사는 유럽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시장 옆에는 페덱스나 UPS를 통해 배송해주는 서비스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물물교환 시장

‘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

어때, 멋지지않아

빅토리아폴스 시장은 아프리카 문화를 담고 있는 공예품을 보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뭔가가 있었다. 바로 뭐든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쓰다 반만 남은 치약도, 깨진 볼펜도, 냄새나는 양말도 이 시장에선 ‘상품’으로 존중받는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땐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함께 여행하던 덴마크 친구 스티나가 정말 낡은 티셔츠에 머리띠·속옷까지 몽땅 팔아치우고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가져온 물건들도 훌륭했다. 당장 버려도 하나 아깝지 않을 물건을 멋진 얼룩말 무늬 그릇과 동물 조각으로 바꿔오다니.

 

보통 시장에 갈 때면 배낭을 비워서 가는데, 빅토리아폴스 시장에 갈 때는 완전히 달랐다. 오래 입어서 질려버린 바지부터 허리띠, 비행기에서 나눠준 양말, 색연필까지 여행자에게 ‘계륵’ 같은 물건들을 잔뜩 넣었다.

 

시장에서 물물교환을 시도한 첫 번째 물건은 바틱이었다. 고심 끝에 도마뱀이 유영하듯 그려진 겨자색 바틱을 하나 집어 들고, 바지와 바꾸자고 제안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아주머니가 바틱 두 장을 줄 테니 자기에게 바지를 넘기라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아주머니들끼리 경쟁이 붙었다. 한순간에 선택받는 입장에서 선택하는 입장으로 상황이 바뀐 것이다. 당연히 나는 ‘가장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했다.

 

물물교환을 위해 내놓은 물건 중에서 인기가 없었던 건 색연필과 엽서였다. 결국 다른 물건에 덤으로 얹어줄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필요로 하는 물건은 다른 법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역시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최고였다.

 

가방에 담아온 물건들을 ‘메이드 인 짐바브웨’ 기념품으로 바꾸고 나니, 어느새 한나절이 흘러있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준 빅토리아 폭포, 짐바브웨 문화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시장, 도착할 때는 작게만 느껴졌던 마을이 떠날 때 돌아보니 큼지막하게 다가왔다.

‘뭐든지 바꿔, 바꿔’ 짐바브웨 빅토

(좌) 길거리시장에서 파는 토마토 (우) 식용류는 이렇게 나눠서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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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소개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