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득템의 현장,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
채지형의 ‘요리조리 시장구경’ No.6
시장은 보물창고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 안에 오롯하다. 이슬람 시장은 그들의 종교가, 아프리카 시장은 그들의 자연이, 중남미 시장은 그들의 문화가 빛난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세상 모든 것들은 돌고 돈다. 사라진 유행이 돌아오기도 하고,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사람을 어디에선가 만난다. 물건들도 돌고 돈다. 시장은 거래의 현장이자 순환의 공간이다.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에서 순환의 고리를 발견한 순간, 시장구경이 더 재미있어졌다.
하늘은 높고 햇살은 뜨거웠다. 문득 올봄 메르스 때문에 접어야 했던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 나들이가 떠올랐다. 단순한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실행력. 벌떡 일어나 가방을 챙겨들고 지하철에 올랐다.
7호선 뚝섬유원지역. 개찰구에서 나오자마자 흥미진진한 기운이 감지됐다. 지하철에서 장터쪽으로 내려가는데 사람과 물건들이 와글와글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눔의 현장,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
북적북적 아름다운나눔장터의 생기넘치는 풍경 |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정기 벼룩시장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서울 한강 시민공원 뚝섬지구에서 열리는데, 판매되는 물건들은 대부분 사용하던 것들이다. 누구나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직접 가지고 나가 팔면 된다. 인터넷으로 신청을 해야 하지만 별도의 참가비는 없다. 단 수익금 중 10%를 아름다운가게로 기부하면 된다.
시장에 대한 안내와 판매자를 확인하는 본부가 있는 장터입구를 지나면, 본격적인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가 시작된다. 그다지 넓진 않아 보였지만, 구경할 것이 많을 것 같아 먼저 전략을 세웠다.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대략적으로 훑어 본 후, 끝 부분부터 찬찬히 거슬러 올라오면서 꼼꼼히 구경하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보물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 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저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하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장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린이 장돌뱅이 천국
의젓한 어린이 장돌뱅이들 |
어라, 입구부터 어린이 장돌뱅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름다운나눔장터에서는 판매자를 장돌뱅이라고 부르는데, 어린이 장돌뱅이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꼬물꼬물 고사리 손을 한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과 장난감, 읽은 책을 펼쳐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엄마와 아빠는 거들뿐. 진짜 주인장은 어린이들이었다. 때가 탄 딱지부터 말끔하게 세탁된 미키마우스 인형, 작동이 될지 안 될 지 알 수 없는 미니카와 어제까지 머리에 꼽았을 것 같은 꽃핀까지. 올망졸망한 물건들이 귀엽기도 하고 의젓한 어린이 장돌뱅이들이 대견하기도 해서 그들의 추억 하나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관심을 보이자, 손님을 잡기 위한 어린이 장돌뱅이의 청산유수 설명이 시작됐다.
“제가 재미있게 가지고 놀던 거예요. 저도 이 인형을 여기에서 샀어요.”
“그런데 왜 파는 거예요?”
“음, 지금은 다른 장난감 가지고 놀거든요. 다른 사람이 가져가서 또 재미있게 놀면 될 것 같아서요. 어제 깨끗이 씻었어요.”
청결에 대한 강조까지. 고맙다는 말과 함께 1000원 짜리 한 장을 건넸다. 어린이 장돌뱅이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어떤 어린이 장돌뱅이들은 제법 선수 느낌이 났다. 1000원짜리 장난감을 샀더니, 옆에 있는 장난감하고 사면 2000원에 3개를 사지 않겠냐고 묻는다. 벌써 흥정을 알다니, 한두 번 팔아 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계산이 서툰 어린 장돌뱅이들이었다. 200원짜리 장난감을 팔고 엑스자로 맨 지갑에서 800원을 계산해서 내주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500원에 구입한 라바 |
1000원이면 예쁜 옷도 OK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에서는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흥분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뭘 사야할 지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다 보니, 사는 사람들 얼굴에는 탐험가의 표정이 읽혔다. 다들 더듬이를 세우고 눈을 반짝였다.
아름다운나눔장터에 나온 물건들은 대부분 1000원. 1000원이라는 액수가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래의 공간이라기보다는 나눔과 재미, 유대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이유가 1000원에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요즘 과자 한 봉지도 1000원에 사기 힘든데, 1000원이라니.
(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가격. 100원, 500원, 1000원 (우) 어린이들도 물건을 살 때는 꼼꼼하게! |
심지어 500원짜리 옷도 있고(500원짜리 옷 2개 한 벌에 1000원주고 구입했다), 200원짜리 인형도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 가니, 옷 한 벌에 100원이란다. 박리다매도 아니다. 다 팔아봐야 지갑에 몇 천원 쌓이지 않는다. 아이들과 떡볶이 한번 사먹으면 끝날 것 같다. 역시 이곳은 추억을 쌓는 재미의 공간이었다. 친구들끼리 가족들끼리 함께 물건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장롱 속에 갇혀있던 물건들은 새 주인을 만나 새 생명을 얻는다. 토이스토리의 우디처럼, 어린이 장돌뱅이들의 인형들은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름다운나눔장터 속 작은 황학동
어린이 용품이 많지만, 아름다운나눔장터가 어린이만을 위한 곳은 아니다. 황학동 시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옛날 물건도 적지 않았다. 사운드오브뮤직을 비롯해 흘러간 옛 노래가 담긴 LP판을 시작으로 히트송대백과사전, 언제 마지막으로 썼는지 알 수 없는 미용가위 세트 등 상상하지 못한 물건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이런 오래된 것들을 사가나 싶지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찬찬히 뜯어보는 이들이 분명 있었다.
추억의 물건들도 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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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 가까운 곳에 있어서 그런지, 돗자리 하나 가득 자전거용품을 펼쳐놓고 파는 이도 있었다. 라디오나 미니선풍기 등 소형 가전용품들도 눈에 띄였다. 너무 오래 되서 작동 안하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눔장터 안에는 소형가전제품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체크해주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확인하고 구매하면 된다. 이 외에도 폐목재로 친환경 자석홀더 만들기 체험 코너처럼 즐길 수 있는 코너도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한강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장돌뱅이들 구경하랴, 사람들 쳐다보랴, 보물찾기 하랴, 열을 내며 시장을 돌았더니 목이 말랐다. 주변을 돌아보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강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장터 아래 강바람을 맞으며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기둥에 그려진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다가 잠시 쉬는 사람들,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가족들과 삼삼오오 나눠먹는 사람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나눔장터앞 한강에서 삼삼오오 모여 쉬고 있는 사람들 |
어린이 장돌뱅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으로 가방을 가득 채워 놓고, 강가에 자리를 잡았다. 강 건너 종합운동장 앞에 두둥실 떠 있는 오리 배를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넘기니 이보다 더 시원할 수가 없었다. 바람이 좀 시원해지면, 장돌뱅이 목걸이를 차고 다시 와야겠다. 다음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득템의 기쁨을 안겨줘야지.
나눔장터앞 한강의 한가로운 풍경 |
여행정보
뚝섬 장터에 대한 정보는 http://www.flea1004.com, 전화 1899-1017.
운영시간 : 11시부터 4시까지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여행가방 1개 정도인 헌 물건 40점 이하를 판매할 수 있고, 더 많은 이웃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가족 당 한자리만 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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