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국내여행이지! 놓치면 안 되는 가을 여행지
채지형의 여행살롱 53화
반짝반짝 빛나는 가을입니다. 가을이 되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됩니다. 가을에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친구들이 있으면, 저는 가을이 지난 후에 가라고 이야기해요. 우리 땅의 가을만큼 아름다운 곳은 많지 않거든요. 저는 가을만 되면 환상적인 터널을 이루는 은행나무, 새빨간 치마처럼 산을 두른 단풍, 황홀한 군무를 자랑하는 억새에 홀려, 정신없이 전국의 명소들을 돌아다니곤 한답니다.
애기단풍이 화려한 장성 백양사
백양사 쌍계루 |
단풍 이야기 먼저 해볼까요. 가을 단풍을 보면, 붉은색이 이렇게나 매혹적이었는지, 붉은색이 이토록 다양한 색을 품고 있었는지, 붉은색을 다시 보게 됩니다. 전국에 수많은 단풍 여행지가 있지만,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여유롭게 특별한 단풍을 즐기고 싶다면 전라남도 장성군에 있는 백양사로 떠나보세요.
백양사 쌍계루 |
백양사는 다른 단풍 명소보다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인데다, 엄지손가락을 올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멋진 단풍을 자랑하거든요. 백양사 입구에 가면 단아하게 자리하고 있는 쌍계루가 있는데요, 그 주변으로 오색물감을 흩뿌린 한 폭의 풍경화가 펼쳐져 있습니다. 시간을 내어 안쪽에 있는 학바위도 들러보세요.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이라 해서 학바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쓴 육당 최남선 선생은 학바위에 흰 맛, 날카로운 맛, 맑은 맛, 신령스러운 맛이 있다고 말했다고 해요. 쌍계루에서 학바위까지는 왕복 2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답니다.
백양사 단풍은 '애기단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단풍잎 크기가 자그마한 것이 특징입니다. 어른 엄지손톱만 합니다. 색은 아주 선명하고요. 올망졸망한 애기단풍의 붉은 빛깔과 백양사 곳곳에 심어져 있는 비자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백양사만의 독특한 멋을 풍긴답니다.
"가을엔 사색하게 하소서" 청송 주산지
두 번째는 머무는 것 자체가 명상이 되는 곳, 경상북도 청송군에 있는 주산지입니다.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던 이유 중 하나도 주산지에 있습니다. 주산지는 가을에 가야 제맛을 느낄 수 있거든요. 새벽에 피는 물안개와 데칼코마니를 펼쳐놓은 듯 분명한 반영은 소심한 여행자를 심오한 철학자로 바꾸어줍니다.
침묵과 사색의 공간, 청송 주산지 |
290여 년 전 만들어진 주산지는 길이 100m, 넓이 50m, 수심 7.8m로 그다지 큰 저수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산지의 능수버들과 왕버들은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나무와 물의 경계는 마치 세상과 선계와의 경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 생과 사, 끊임없이 물음표가 떠오르게 만드는 곳입니다.
주산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의 황홀한 장면을 기대하고 주산지에 간 친구들이 “역시 영화야. 영화 속 풍경은 가보니까 없던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산지는 때를 잘 맞춰 가야 한답니다. 주산지는 아무 때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거든요. 진짜 주산지를 만나려면 가을, 그것도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에 찾아야 한다는 것 기억해주세요.
가을 제주는 온통 은빛 물결
가을의 제주는 온통 은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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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을 여행은 억새를 찾아 떠나는 제주도 여행입니다. 이맘때 제주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질문 중 하나가 "제주 어디에 가면 억새를 볼 수 있나요?"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산에 가도 바다에 가도 돌담 아래에 가도 지천에 뿌려져 있는 것이 억새인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냐고 반문하더군요. "어디에서 보는 억새가 가장 아름다운가요?"라고 질문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름의 여왕, 따라비오름의 가을 |
(왼쪽) 오름에서 만나는 제주억새 (오른쪽) 제주 우도의 억새 |
가을이 되면 온통 은빛 세상으로 변하는 제주. 제주에서도 한라산 자락을 지나는 길, 남원과 조천 간을 연결하는 남조로, 성읍 민속촌에서 성산 일출봉으로 가는 길은 좀 더 특별하게 억새를 만날 수 있는 곳들입니다. 광활한 들녘과 오름에서 황홀하게 춤을 추고 있는 억새를 보면 황홀함에 빠져, 발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억새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1119번 지방도로와 1115번 도로, 11번 국도를 달려보시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름 중에서는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따라비오름에 올라보세요. 가을이 제대로 스며들 겁니다. 따라비오름은 표선면 가시리에 있답니다.
억새를 주제로 가을 여행을 계획했다면, 김영갑갤러리 두모악도 놓치지 마세요. 제주의 아름다움을 평생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 김영갑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영갑 작가가 만났던 제주도의 '삽시간의 황홀'을 가슴에 품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의 길도 특별해질 것 같습니다.
올가을에는 계획보다는 마음을 따라 여행을 하시면 어떨까요.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빡빡한 일정일랑 던져놓고요. 우리는 너무 계획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살고 있잖아요. 찬란한 가을 며칠 정도는 들판에 뛰노는 망아지들처럼 무작정 돌아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함께, 행복한 가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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