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청차우, 아는 사람만 아는 홍콩의 숨은 명소
네번째 홍콩 여행은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결정됬다. 일본 여행을 앞두고 규슈에서 큰 지진이 났고, 부모님들은 일본 여행을 적극 말리셨으며, 마침 수중엔 홍콩발 편도 항공권이 한 장과 언젠가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호텔 숙박권이 남아있었다. 급하게 결정된 홍콩 여행이었기에 마땅히 뭘 준비할 새도 없었다. 막연히 드래곤스 백을 걸어보고 근처 섬인 청차우에 가자는게 전부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의 여행엔 비구름이 따라왔고, 일기예보 역시 드래곤스 백은 커녕 드래곤 발톱도 구경 못할만큼 나쁠 것이라 떠들고 있었다.
원래 우리는 홍콩을 떠나는 날 청차우에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어김없이 '뇌우'. '비면 비지 뇌우는 또 뭐람?'. 툴툴거리며 짐을 싸다가 창밖을 보니 날씨가 흐리긴 해도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청차우보다 가깝고 큰, 그리고 더 유명한 라마섬에 가기로 했다. 센트럴 피어에 도착하니 배 한척이 떠나고 있었고, 부랴부랴 시간표를 확인해보지 '아뿔사! 놓쳐버렸구나!'
허탈하고 아쉬운 마음에 청차우(長洲, Cheung Chau)를 검색했는데, 선착장이 바로 옆이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며 걸음을 옮기는데 마침 배가 들어오는게 아닌가! 이건 운명적이라고, 우리는 청차우에 갈 운명이었다고 호들갑을 떨며 배에 올랐다. "기분 째지니까 티켓도 디럭스로 끊어버려!"
한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청차우. 화려하게 치장된 배 한척이 우리가 탄 배를 반가이 맞이했다. 청차우는 5월 초에 예정된 청차우 빵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어보였다. 매년 5월 청차우섬에서 열리는 청차우 빵 축제(太平淸醮, Chung Chau Bun Festival)는 청나라 때 이곳을 본거지로 둔 해적에게 희생당한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제단을 올리고 향이나 종이를 태우던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무려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축제다.
축제가 열리면 원기와 운을 상징하는 수호신 팍 타이(Pak Tai)와 사자 탈을 쓴 사람들과 영웅의 옷차림을 한 어린 아이들, 전통악기를 요란하게 연주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청차우의 젊은이들이 대나무로 만든 15m 빵탑에 올라 최대한 많은 갯수의 럭키번(행운의 빵)을 차지하는 번 레이스다. 번레이스가 끝난 뒤에는 행사에 사용된 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눠먹는다. 럭키번(행운의 빵)은 반드시 '평안(平安)'이라는 문양이 새겨져 있어야 하는데, 빵을 만드는 가게마다 조금씩 문양의 모양이 다르다고 한다. 빵 안에는 참깨, 단팥이 들어있다.
럭키번은 청차우섬을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기에 청차우 곳곳에서는 이 빵을 모티브로 한 기념품을 팔고있다. 기념품의 생김새가 무척이나 귀여워서 도저히 사지 않을 수 없어서 럭키번을 쏙 빼닮은 마그넷 하나와 귀여운 고양이와 손톱만한 럭키번이 달린 열쇠고리를 두 개 샀다. 기념품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둘 것!
축제 기간이 아님에도 청차우를 가려고 했던 건, 바로 해산물 요리 때문이다. 어촌마을인 청차우섬은 홍콩에서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청차우 선착장을 등지로 왼편으로 100m 정도 걸어가면 다양한 세트메뉴를 구비한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선착장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수산물을 파는 마켓과 손님이 가져간 재료로 조리를 해주는 식당들이 나온다.
재미있는 사실은 청차우 축제 기간이 되면 이 식당들이 선보이는 요리가 대부분 채소 요리로 바뀐다는 것. 마음껏, 양껏 해산물을 즐기고 싶다면 축젝간을 살짝 피해 가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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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트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쪽으로 갔다. 어짜피 맛이나 가격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자리가 괜찮아보이는 가게의 호객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요리 3개에 서비스 요리 1개를 주는 188HKD 세트로 결정했다. 메뉴는 칠리 게튀김, 딱새우 볶음, 가리비로 주문하고 서비스 메뉴는 배추 볶음으로 선택. 홍콩 맥주인 블루걸 맥주까지 곁들이니 어쩐지 완벽해진 기분!
향신료가 좀 들어간 편이라 중국식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 입맛엔 쫙쫙 달라붙는 맛. 살도 통통하고 매콤해서 술안주로 딱이었다. 익힌 가리비에 잘게 자른 당면과 짭쪼롬한 소스를 얹어서 한입에 먹는 가리비 요리는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 이것만 열 개는 거뜬하게 먹겠다며 아끼고 아껴서 먹을 정도였으니 주문할 메뉴가 3개쯤 된다면 꼭 한접시는 가리비로 하자.
청차우의 명물이라는 간식들에 하나씩 도전해봤다. 망고 빙수와 망고 모찌 그리고 어묵꼬치까지. 길거리 간식이 많은 것 까지 대만을 닮았다. 짜거나 싱겁거나 겉돌아서 입맛에는 영 맞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즐기기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망고빙수는 대만에서, 어묵 꼬치는 마카오에서, 모찌는 일본에서 먹는 편이 아무래도 낫겠다.
불꽃같은 식사를 마치고 나니 하늘이 조금 맑아졌다. 여전히 회색빛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긴 했지만 적어도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밥만 먹고 그대로 청차우를 떠나기 아쉬워서 조금 걷기로 했다. 선착장이 있는 해변가에서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서 시장을 따라 쭉 걸었다. 한 10분 정도 걸으니 가게도 점점 뜸해지고 학교와 주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늘을 찌를 것 처럼 높기만 한 아파트로 가득한 홍콩섬과 달리 청차우의 집들은 낮고 오밀조밀한 편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꽤 싱그러워서 아예 작정하고 트레킹을 해보는 것도 재미잇을 것 같았다.
걷고 걷다가 이대로 계속 걸으면 안될 것 같아서 지도를 보고 길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이에 표시된 포인트는 퉁완 비치(Tung wan beach). 퉁완 비치는 청차우 섬의 메인 비치다. 오솔길을 걷다가 탁 트인 바다가 나오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같이간 홍군이 땀에 쩔어서 화장실을 찾는 통에 퉁완 비치는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다. 주변에는 무료 샤워장과 탈의실이 있고 유료로 튜브나 구명조끼를 대여해주는 상점도 여럿 있으니 물놀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수영복이나 여벌옷 같은 것을 챙겨가면 좋겠다.
퉁완비치에서 선착장으로 돌아갈 때는 해안로가 아닌 메인 로드를 따라 걸었다. 퉁완 스트릿이라고 써 있는 작은 문을 지나 거리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마치 새로운 여행지에 온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알록달록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건물들과 특색있는 먹거리를 파는 상점, 그럴싸하게 꾸며둔 맥주바가 길을 따라 이어져 있고 그 사이를 젊은 여행자들이 메우고 있던 것. 대만이나 싱가폴 어느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 이국임에도 더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사랑을 단단히 묶어두고 싶어한다. 그들의 사랑이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
홍콩 청차우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센트럴 페리 터미널 5번 선착장에서 청차우(長洲, Cheung Chau)행 페리를 탄다. 쾌속선 이용시 약 35분, 일반선 이용시 약 55분 소요된다.
페리 티켓 구입 및 가격: 옥토퍼스카드와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디럭스석은 에어컨이 가동된다. 쾌속선은 전좌석에서 에어컨이 가동된다.
- 쾌속선(Fast Ferry): 월-토 성인 24.8HKD, 3~12세 어린이 및 65세 이상 12.9HKD / 일·공휴일 성인 37.2HKD, 3~12세 어린이 및 65세 이상 18.6HKD
- 일반선(Ordinary): 월-토 성인 일반 20.7HKD 디럭스 30.2HKD, 3~12세 어린이 및 65세 이상 일반 10.4HKD 디럭스 15.1HKD / 일·공휴일 성인 일반 19.4HKD 디럭스 30.2HKD, 3~12세 어린이 및 65세 이상 일반 9.7HKD 디럭스 15.1HKD
센트럴↔청차우 페리 운항 시간표: 홈페이지 참고(클릭)
2016 청차우 빵 축제
- 일시: 2016년 5월 11일부터 15일까지
- 메인 퍼레이드 및 빵 탑 오르기 경기(Bun Scrambling Competition)는 5월 14일에 열립니다.
위 정보는 2016년 5월 기준으로, 여행 시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최신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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