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스냅드래곤 820으로 리더십 회복 가능할까?
스마트폰 초기에 그 안에서 핵심 처리성능을 발휘하는 APU칩은 상당히 다양했다. 저전력에 강한 ARM 구조에 기반한 것은 같았지만 애플이 독자적인 A 시리즈 칩을 썼고 삼성은 엑시노스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CDMA를 통해 기반을 다진 퀄컴이 스냅드래곤을 보급했으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칩이나 일본 업체의 칩도 탑재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마트폰 성능 경쟁이 시작되고 몇 개월마다 새로운 운영체제와 신기술이 등장하는 가운데 발전이 더딘 칩들이 도태되어 갔다. 그래서 몇 년이 지난 후에 시장에서 경쟁하는 APU는 몇 종류 되지 않았디. 퀄컴 스냅드래곤은 강력한 성능과 모뎀칩과의 통합으로 인해 독자 APU가 없는 업체 거의 전부에 칩을 공급하는 강자가 되었다.
그런데 스냅드래곤은 810에 와서 잇다른 구설수에 주춤거리고 있다. 옥타(8)코어를 탑재한 이 칩에서 과도한 발열이 있으며 이것을 제어하기 위해 클럭을 제한하거나 스로틀링을 하게되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것이었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는 엑시노스를 대신 탑재했으며 스냅드래곤 810을 탑재한 단말기는 성능에 대한 의심에 시달렸다. 결국 스냅드래곤 810은 퀄컴 로드맵 가운데 성공하지 못한 칩으로 남게 되었다.
퀄컴의 차세대 APU인 스냅드래곤 820이 시장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구설수에 휘청거린 810 대신 나선 820이 주요 단말기 업체의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등장 예정인 퀄컴 스냅드래곤 820에 대해 알아보자.
성능 - 64비트 카이로(KYRO) 기반의 3GHz 속도, 인지컴퓨팅 기능
7월 11일, IT매체 폰아레나가 2015년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퀄컴 스냅드래곤820 프로세서와 탑재 모델을 소개했다. 스냅드래곤820은 810의 뒤를 이어 최상급 스마트폰을 위한 APU이다. 퀄컴 자체 구조인 카이로(Kyro)를 통해 설계되었다. 클럭속도는 3GHz로 작동하며 14나노 핀펫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모뎀으로는 퀄컴 MDM9x55 베이스밴드, 그래픽 코어는 아드레노 530 GPU가 내장된다.
긱(GeekBench)벤치 브라우저를 통해 공개된 MSM8996이 스냅드래곤 820의 테스트 버전으로 추정된다. 벤치마크 데이터로는 단일코어 714점, 멀티(4)코어 1942점이다. 기대보다 낮은 수치인데 스냅드래곤810이나 엑시노스7420, 애플 A8에 훨씬 결과이다. 엑시노스7420은 싱글코어 1486점이며 애플 A8 칩셋은 1627점이다. 멀티코어 점수도 엑시노스7420은 5284점, A8은 2902점이다.
아직 개발 테스트 중이기에 이것이 최종성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용으로 출시될 무렵이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성능이 예상된다. 또한 퀄컴은 이 칩에 인지컴퓨팅 기능인 '제로스'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카메라에 찍힌 화면 정보를 분석해 알맞는 설정을 하고 앱을 자동으로 활성화한다. 또한 음성인식 조작, 초음파 지문인증, H.265 고화질 동영상 인코딩, 돌비 애트모스 음향기술같은 부가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탑재 단말기 - LG G프로3, 샤오미 미5, 소니 엑스페리아Z5 등
스냅드래곤 820은 어떤 단말기에 탑재될까? 우선 LG전자가 2015년 가을에 내놓을 LG G프로3에 스냅드래곤820이 탑재될 예정이다. 4GB램을 장착하고 가격은 89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몇몇 매체에서 보도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양으로는 6인치 2,560×1,440 해상도를 가진 디스플레이가 채택된다. 전면 800만/ 후면 2,070만 화소의 카메라와 기본저장 용량 32GB를 장착한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5.1버전 쓰이고 지문인식 시스템도 탑재되며 메탈바디(금속 케이스) 버전이 따로 나올 거라는 예측도 뒤따랐다.
샤오미는 미5/미5 플러스에 퀄컴 스냅드래곤820을 탑재해서 2015년 11월에 출시예정이다. 미5는 16GB 저장공간부터 시작하며 3GB 메모리와 5.2인치 2,560x1,440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에 3,000mAh 용량 배터리 사용량을 갖췄다. 미5 플러스는 2000만 화소 카메라에 화면 크기는 6인치에 QHD 해상도를 탑재할 전망이다.
일본에서 2015년 9월에 나올 소니 엑스페리아 Z5도 퀄컴 스냅드래곤820 프로세서를 채택한다. USB 타입C 포트, 2,100만 화소의 소니 엑스모어 RS 센서가 특징이다. 또한 4K 비디오 녹화 기능과 4,500mAh 용량의 배터리도 돋보이며 안드로이드 5.1 탑재가 예상된다. 이 밖에도 HTC 에어로, 엠스타 프로 등이 퀄컴 스냅드래곤820 탑재 단말기로 꼽히고 있다.
리더십 - 삼성을 고객으로 되찾느냐가 관건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가장 점유율이 높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한 것은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이다. 그동안 삼성은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적당히 혼용했는데 이번 갤럭시S6부터 엑시노스만을 채택했다. 퀄컴으로서는 당장 삼성전자라는 중요한 고객을 잡아야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회에 고성능 APU 부분을 국산화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엑시노스 7420은 옥타(8) 코어에 14nm 미세 공정에 3D 입체 구조로 제작되었다. 전력 효율과 성능 모두 향상되었으며 수율도 높은 편이다. 여기에 모뎀칩까지 국산화해서 퀄컴에 의존할 이유가 적다. 다만 스냅드래곤이 더 좋은 생산성과 성능을 보여준다면 다시 혼용전략으로 갈 수도 있다.
중국과 대만의 저가 단말기 제조사는 저렴한 미디어텍 칩을 많이 쓴다. 미디어텍 칩은 옥타(8)코어를 넘어 데카(10)코어까지 나와있다. 다만 코어 개수에 비해 성능은 뒤지는 편으로 고가 단말기에 들어갈 기술력은 아니다. 다만 퀄컴 입장에서 보면 저가 단말기 라인에서 스냅드래곤의 입지가 약해지는 효과가 있다.
업계전문가는 "스냅드래곤 820이 최소한 엑시노스 7420의 성능을 넘어서야만 삼성을 포함한 단말기 제조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면서 "결국 퀄컴의 리더십은 스냅드래곤 820의 성능이 결정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