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스냅드래곤 820 발열논란, 퀄컴의 대응전략은?
예전 IT시장은 PC가 주도했다. 따라서 그 안의 핵심부품 업체는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업계 전체를 이끄는 위치에 있었다. 인텔이 바로 그런 위치였다. 인텔이 새로운 칩을 내놓을 때마다 사용자는 새로운 기능을 쓸 수 있었고 비약적인 속도향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금 IT시장은 모바일 기기가 주도하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스마트폰이 주도하는 이 시장에서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APU에서 점유율이 높은 업체는 퀄컴이다. 한국이 주도한 이동통신 CDMA 핵심칩을 공급하고 기술을 주도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퀄컴은 이후 휴대폰의 핵심부품인 모뎀칩에서 탁월한 특허기술과 경쟁우위를 보였다. 그런 기술력이 스마트폰 시대까지 이어져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퀄컴은 최근 입지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 애플 아이폰이 독자적인 A 시리즈 칩을 쓰는 데다가 가장 큰 고객이던 삼성이 최근 갤럭시S6부터 독자적인 엑시노스 칩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업체를 비롯한 저가 스마트폰에서는 미디어텍 칩이 점유율을 높여가는 가운데 프리미엄급에서 밀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제기된 의문이 퀄컴 스냅드래곤 810에 대한 발열문제였다. 사실 여부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스냅드래곤 810을 채택한 스마트폰 가운데 제대로 사용자의 호평속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칩인 스냅드래곤 820도 상당한 심한 발열이 예상된다는 의문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최근 나오는 고성능 APU라면 열이 나는 자체는 당연하다. 다만 퀄컴 칩이 내는 열이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 유난히 높아서 사용에 문제가 될 정도라는 점이 논란의 이유이다. 과연 이런 논란의 원인과 퀄컴의 대응방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스냅드래곤 820 - 4개의 코어, 14나노 공정으로 발열 우려 해소
일단 발표된 사실만을 놓고 볼 때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20은 810과 같은 발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폰아레나는 시장조사기관 IHS 테크놀러지 차이나 수석연구원 케빈 왕의 말을 보도했다. 케빈 왕은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스냅드래곤 820은 4개의 커스텀 코어와 14나노 공정으로 발열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론적으로 분석해보면 합리적인 언급이다. 기존의 820은 코어가 8개인 옥타코어 구조이다. 4개씩 교대로 동작한다고 하지만 코어가 많으면 대기전력도 있으므로 당연히 전력이 더 소모되고 열이 더 많이 발생한다. 또한 14나노로 더욱 미세해진 공정을 쓴다면 그만큼 적은 전력으로 동작할 수 있으므로 열이 적게 발생하게 된다.
물론 퀄컴은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문제마저도 공식 부인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미셀 레이든 리 퀄컴 마케팅 전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냅드래곤 810 발열은 루머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8개의 코어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미세공정을 강화한다는 것은 단순한 성능향상 뿐만이 아니라 발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문제의 복잡성 - 성능을 제한하면 발열문제는 사라진다
퀄컴은 2015년 하반기에 각 스마트폰 업체에 스냅드래곤 820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다. 따라서 2016년에 출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이 칩이 탑재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 보면 자체 APU기술을 가지지 못한 상태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서 퀄컴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다.
업계에서는 스냅드래곤 820은 아수스의 패드폰S2에 가장 먼저 탑재되어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은 퀄컴에서 발열문제를 해결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제품은 메인 AP가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이고 4GB의 메인 램, 내장 스토리지는 32GB와 64GB 버전 두 개,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이 5.5인치 2K 해상도로 나올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에 탑재되는 스냅드래곤 820 프로세서는 3GHz 클록속도를 가졌다. 원래 속도는 코어당 4GHz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크게 줄었다. 원래 스냅드래곤 810도 3GHz 정도의 높은 속도로 동작하는 것을 예상했지만 채택한 제품에서는 2GHz 정도로 제한했다. 이렇게 속도를 제한하면 같은 코어에서도 당연히 열이 적게 나지만 그만큼 성능이 떨어진다. 스냅드래곤 820 역시 근본적인 발열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성능을 제한해서 나온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냉각팬 없는 칩의 한계 - 퀄컴의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의 중심에서는 이제 PC용 프로세서 수준까지 요구 성능이 올라온 모바일 칩의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해석이 있다. 십여년 전에 팬이 없는 공냉식으로 한계속도에 다다른 인텔과 AMD가 겪은 문제가 이제 다가왔다는 것이다.
업계전문가는 "PC용 칩은 발열과 성능향상의 한계점에서 과감하게 공랭식 냉각장치를 도입했다. 큼직한 방열판을 달고 그 위에 회전하는 냉각팬까지 달아서 발열문제를 완전히 없앤 뒤에 공급하는 전기를 더 높여서 성능을 다시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면서 "하지만 모바일 칩은 냉각팬을 달 수 없고 배터리에서 공급하는 전기도 제한된다. 따라서 미세공정과 함께 클록당 명령 처리 효율을 높이는 아키텍처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고 설명했다.
퀄컴도 이 점을 어느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퀄컴 미셀 레이든리 이사는 “아키텍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것이 퀄컴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기존방식처럼 ARM의 아키텍처를 따라가지 않고, 직접 만든 아키텍처를 비롯해 다양한 아키텍처를 사용해서 발열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변경으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