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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안병도

쏟아지는 중국산 웨어러블, 아쉬운 한국의 경쟁력

쏟아지는 중국산 웨어러블, 아쉬운 한

한국 경제를 비유한 논의 가운데 샌드위치 이론이라는 게 있었다. 기술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는 선진국과 기술수준은 떨어져도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만드는 개발도상국 사이에 끼어서 한국 제품이 외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한참동안 한국수출이 호황기를 누리자 이번에는 역샌드위치 이론이 제기되었다. 어느 정도의 기술력이 뒷받침된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내놓는 한국이 오히려 양쪽 모두를 압박하면서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주장이었다. 어느 이론이 옳은가는 제쳐두고 모두가 합의한 점은 한국제품의 위치가 '중간 정도'에 있다는 인식이다. 한국제품은 선진국 수준에 모자라지만 개발도상국처럼 저임금으로 싸게 만들 수 있는 여건도 아니라는 현실은 모두가 공감한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제품에 이런 이론을 대입해보자.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나왔고 나머지 글로벌 기업들이 이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을 때 삼성은 축적된 하드웨어 기술과 순발력으로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었다. 아이폰을 종합적으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닌 제품으로 본다면 삼성은 중간 정도의 기술력과 적절한 가격정책 등으로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았다. 그 아래에는 품질이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아주 싼 가격으로 내놓은 중국산 스마트폰 등이 있다.

 

작년 초까지는 삼성의 역샌드위치 이론이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에서 급격히 점유율을 높여 아이폰보다 더 많은 대수를 팔았다. 안드로이드폰 가운데는 유일하게 많은 이익을 내며 경쟁력이 인정받았다. 이때 중국제품은 부품의 성능부터 높지 않았고 아이폰은 생산량의 한계에 부딪치던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상황은 다시 달라졌다. 샤오미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프리미엄급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삼성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출시하고 애플이 대화면 아이폰을 내놓는 등 시장이 성숙해지자 삼성을 비롯한 한국 스마트폰 업체는 샌드위치 이론처럼 양쪽에서 압박을 받았다. 결국 점유율 감소와 함께 영업이익의 감소가 현저하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삼성과 LG등은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은 기어 시리즈를 계속 내놓았고 LG 역시 원형 스마트워치 어베인으로 디자인에서 호평받았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샌드위치 상황이 일찍 시작되고 있다.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갖춘 애플은 삼성보다 훨씬 늦게 '애플워치'를 내놓았음에도 가장 잘 팔리는 제품으로 만들어냈다. 이에 비해 삼성기어, 기어핏 같은 제품은 실제 판매가 부진하며 LG 어베인 등은 시범적인 상용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웨어를 내놓으며 운영체제 지원을 개시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쏟아지는 중국산 웨어러블, 아쉬운 한

문제는 중국이다. 스마트폰에서는 기술수준이 늦게 올라온 중국이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무섭도록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웨어러블 기기 판매점을 보면 각종 스마트워치와 헬스밴드 제품이 나와있는데 자체 통화와 데이터 이용도 되는 제품부터 시작해서 안드로이드, iOS와의 연동도 잘 되는 등 품질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쏟아지는 중국산 웨어러블, 아쉬운 한

중국제품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가격이다. 애플워치는 특유의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인해 프리미엄 제품시장을 차지하고 있기에 다소 비싸더라도 거부감이 덜하다. 스위스 고급시계를 라이벌로 삼은 2만달러짜리 '애플워치 에디션' 나와있을 정도이다. 삼성이나 LG가 내놓은 스마트워치는 애플워치보다 십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 외에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 특유의 운영체제와 매력적인 앱생태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용자경험이 충실하지도 않다.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활용할 만한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쏟아지는 중국산 웨어러블, 아쉬운 한

반면에 중국 스마트워치는 적절한 정도의 품질을 갖춘 상황에서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비록 디자인은 어디서 본 듯하고, 화면 구성이나 사용자경험 역시 독창적이지 못하지만 필수적인 센서가 전부 들어있으며 기본적인 연동과 작동은 확실히 한다. 방수기능이나 내구성 면에서도 일정수준에 올라있다. 이런 스마트워치가 언어지원이나 앱생태계 같은 부분만 좀더 강화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한국제를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게 된다.

 

이미 국내 얼리어댑터 사이에는 구매대행 등을 통해 중국 웨어러블 기기를 구입해 체험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샤오미 미밴드처럼 매일의 수면 패턴과 활동량 정도를 알려주는 기능을 2만원도 안하는 제품이 인기를 얻기도 한다. 한국 웨어러블 제품이 가격으로 중국산과 경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품질, 특히 소프트웨어 면에서 훨씬 나은 경험을 주지 않으면 높은 가격에 대한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단순한 홍보전략이 애국심에 호소해서 스마트워치를 팔 수는 없다. 근본적인 한국 웨어러블 기기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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