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워치 OS로 타이젠을 쓰는 이유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 시장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과 자국 시장을 앞세운 중국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판매에 따른 이익률 차이는 극심해서 iOS를 앞세운 애플이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가고 안드로이드 업체 가운데 삼성이 그나마 의미 있는 이익을 차지한다. 나머지 업체는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양상을 만든 것은 결국 운영체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드웨어와 결합한 만족스러운 사용자경험을 내는 애플에 비해 같은 운영체제에 의존하는 다른 업체들은 차별적 경험을 주지 못해 끊임없는 가격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혁신을 원하는 사용자의 기대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삼성이 '바다'에 이어 독자운영체제로 지원하는 '타이젠'은 이런 양상에서 실력을 키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타이젠은 순탄하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타이젠을 일부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에 채택했다. 출시가 예고된 원형 스마트워치 '오르비스' 역시 타이젠이 탑재될 거란 예상이다. 그렇지만 사용자 반응을 크게 이끌어내지 못하는 가운데, 계속 타이젠을 지원할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타이젠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아보자.
스마트워치 - 1분기 타이젠 점유율 20퍼센트로 하락
운영체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걸 사용하는 사용자의 숫자이다. 개발자가 좋은 앱을 개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그 앱을 구입해줄 사용자 숫자이기 때문이다. 유료구매이든 광고수익 모델이든 사용자가 많을 수록 더 많은 이익을 거둘 확률이 많다.
타이젠 탑재 스마트시계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하락해서 20퍼센트(%)대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S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스마트워치 운영체제에서 타이젠의 점유율은 23.1%이다. 2014년 2분기에 삼성 기어2, '삼성 기어2 네오 등을 내놓으며 47.8%까지 상승했다. 이후 3분기에 40%, 4분기 25.7%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유로는 2014년 6월에 구글이 내놓은 웨어러블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웨어가 꼽힌다. 안드로이드웨어 점유율은 반대로 2014년 4분기 50%, 2015년 1분기에 55.9%까지 올랐다. LG G워치, 모토로라 모토360 등 안드로이드웨어를 채택한 스마트워치 제품이 많아지지면서 삼성 스마트워치 출시가 주춤했다. 그러자 전체 점유율이 내려간 것이다. 또한 애플이 내놓은 애플워치가 워치OS 로서 또다른 운영체제 점유율을 올렸다. 삼성이 새로 내놓은 기어S는 비교적 호평을 받았지만 판매량이 충분히 많지 않아 점유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보급 - 서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저가폰에서 탑재
2015년 1월 삼성은 첫번째 타이젠 스마트폰인 Z1을 인도에 내놓았다. Z1은 가격 5700루피(약 9만원)의 저가 스마트폰이며 출시 첫달에 10만대가 팔렸다. 또한 5월에 판매량 50만대를 돌파했다. 일반적인 중소 안드로이드폰 판매량에 비하면 적은 편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는 Z1이 2015년 1분기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은 Z1에서 성능을 개선한 Z2와 세계 시장을 겨냥한 Z3를 내놓을 계획인데 두 제품 모두 화면 크기 5인치 미만의 중저가폰으로 설계되었다. 콘텐츠에도 신경을 써서 페이스북의 인기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타이젠에 '네이티브 앱' 형태로 담을 것이라 발표했다.
글로벌 모델 출시 전에 타이젠 앱 장터를 더 많은 국가에 열고 중국과 인도에서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를 연다. 앱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타이젠에게도 최대한 많은 개발자를 끌어모으려는 시도이다.
삼성이 이렇게 타이젠을 후원하는 이유는 구글의존을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구글은 운영체제를 오픈소스 형식으로 각 업체에 무료배포하지만 모든 것이 공짜는 아니다. 구글플레이는 앱 결제 대금에서 30퍼센트를 요구한다. 삼성이 만든 앱이라도 그 안에서 판매되면 예외가 되지 않는다. 또한 구글은 운영체제의 핵심기능을 각 업체가 건드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샤오미 등 중국업체가 변형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바로 그 때문에 구글 플레이 등 일부 기능을 쓰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 웨어러블 시장에서 타이젠으로 경쟁력 구축 필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이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드웨어가 달라도 안드로이드를 채택하면 비슷한 사용자경험을 주는 구글에 의존해서는 저가 스마트폰과의 차별성을 충분히 내기 힘들다. 삼성이 4월에 출시한 갤럭시 S6와 S6 엣지의 뛰어난 디자인과 하드웨어는 역설적으로 그에 따르지 못하는 소프트웨어를 아쉽게 만들었다.
구글은 스마트워치에 특화된 안드로이드웨어를 만들어 업체를 유혹하고 있다. 구글이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개발한 만큼 문제점도 적고 생태계구축도 쉬운 편이다. 그냥 가져다 쓰기에는 정말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와 마찬가지로 이것을 가져다 쓰는 순간부터 구글에 의존하는 입장이 된다.
삼성에게 곧 출시될 원형 스마트워치 오르비스와 그 안에 탑재된 타이젠의 성공은 매우 절실하다. 타이젠은 삼성이 인텔과 연합해서 개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다. 성공하면 자체 모바일 광고와 앱 장터를 운영하면서 이익률을 높일 수 있고 독자적인 기능도 계속 추가하면서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삼성은 웨어러블 제품에서 타이젠 운영체제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판매량 확보를 통해 앱생태계를 마련할 기반조성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