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과 언제든 떠나고 싶다면, 랜드로버 디펜더 130
신생 브랜드가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를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긴 역사다. 기술과 다양한 라인업은 돈으로 수집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역사가 자신들의 것이 되진 않는다.
그러니 긴 회사의 역사를 대변할 수 있는 모델이 있다는 것은 제조사에겐 반드시 지켜야 할 유산인 동시에 자랑이다. ‘이들은 어떤 브랜드인가?’를 물었을 때 한마디로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랜드로버에게 디펜더는 그런 모델이다. 레인지로버가 간판스타로 활약하고 있지만 랜드로버의 역사를 말하려면 디펜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디펜더의 마지막 변신, 디펜더 130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긴 역사에도 2세대에 불과한 디펜더는 3가지 파생형 모델을 갖췄다. 숏바디의 디펜더 90, 스탠다다 모델인 디펜더 110, 트렁크 공간을 확장한 디펜더 130이다. 강력한 오프로더의 특수성을 만들고 강조했기 때문에 디펜더 90만 해도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폭은 2m, 높이도 1.97m에 달한다. 이것은 다른 모델도 마찬가지. 수 mm의 차이는 있지만 2*2m의 깍둑진 형태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길이와 축간거리. 디펜더 90은 차체길이 4,583mm 축간거리 2,587mm라는 다소 콤팩트(?)한 크기지만 110은 4,758mm, 130은 5,098mm에 달한다. 축간거리는 디펜더 110과 130 모두 3,022mm에 달한다. 디펜더 130은 110보다 트렁크 부분이 길다. 늘어난 길이가 전부 뒷부분이다.
이런 길이 차이는 물론 성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력 성능이 아니라 오프로드 성능이다. 디펜더에 탑재된 인제니움 3리터 MHEV I6 가솔린 엔진과 인제니움 3리터 I6 디젤엔진은 얼핏 스쳐가며 봐도 강한 출력을 뿜어내기 때문에 애초에 걱정의 대상이 아니다. 대신 뒷부분이 길어진 만큼 험지의 이탈각과 배면각(램프오버 앵글)의 차이가 생긴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바로 이 지점이 디펜더 110과 130의 차이를 가른다.
외관은 변함없이 멋지다. 높고, 거대하다. 동그랗게 뜬 맑은 광안은 어떤 길도 덤벼보라는 투쟁심을 끌어올린다. 큰 차체를 한층 더 커보이게 만드는 과격한 펜더 라인은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각진 트렁크 리드와 두터운 스페어 타이어는 강인한 전투력을 발산한다. 디펜더의 시그니처인 지붕 모서리의 알파인 라이트 윈도우가 사라진 점은 의아하지만, 대신 3열의 쿼터 글라스와 루프 글라스의 크기를 키웠다. 디펜더 110보다 3명이나 더 함께 떠날 수 있는 만큼 사이 좋게 넓은 창을 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작 이번 시승에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시승차에 2열과 3열을 분리하는 풀사이즈 트렁크 파티션이 장착됐기 때문. 디펜더의 특징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액세서리 팩 중 하나인 컨트리 팩의 구성품 중 하나다. 수많은 짐을 싣고 진흙탕에 뛰어들어도 트렁크의 짐을 완벽하게 막아주거나, 대형 반려견과 함께 할 때 적절한 분리 공간을 만들어준다. 대신 이것을 장착할 경우 3열의 전개 및 활용은 불가능해진다. ▲익스플로러 ▲어드벤처 ▲컨트리 ▲어반 4개 패키지 중 컨트리팩에서만 포함되기 때문에 사람이 여럿 탈 상황을 고려해 디펜더를 구매한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3열에 정말 3명이 탈 수 있는가 다시 살펴야겠지만, 어쨌든 디펜더 130은 8인승이다.
차 자체는 길어졌지만 차폭과 축간거리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의 편의성은 비슷하다. 여전히 거대하지만 낭창거리지 않고, 도로를 꽉 채우지만 여유가 있다. 주행보조기능 역시 큰 덩치를 잊게 할 정도로 부드럽게 길을 안내한다. 운전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길게 뻗은 리어 오버행이 주는 골목길 공략과 후진 주차의 불안함 뿐. 작은 버스를 운행한다는 마음으로 여유로운 회전반경과 침착한 뒤쪽 간격 확인만 잘 한다면 큰 사고는 피할 수 있다. 주차장 바닥의 스토퍼를 믿었다간 스페어 타이어가 뒷 차의 보닛이나 트렁크를 사정없이 긁을 수 있으니 11.4인치 커브드 글라스 스크린이 보여주는 후방카메라 영상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디펜더 130의 가격은 ▲가솔린 P400 X 다이나믹 HSE가 1억 4,217만원 ▲디젤 D300 X 다이나믹 HSE가 1억 3,707만원이다. 가장 저렴한 디펜더 90 D250 SE도 9,850만원에서 시작하고, 디펜더 110까지 모두 고려해도 평균 가격이 1억 초중반에 달한다.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온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멋진 여행의 동반자라면 투자의 가치는 충분하다.
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