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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DMZ를 내달리다

군스턴. 렉스턴이 군용으로 납품되며 붙은 별명이다. 쌍용자동차에게는 적지 않은 물량을 담당해주는 효자 품목이었고, 우리 군에게는 믿음직한 발이었다. 


KG모빌리티로 바뀐 뒤, 회사는 렉스턴 브랜드에 변화를 꾀했다. 강인함을 강조한 기존의 모델은 그대로 두고, 안전 및 편의장비를 확대 적용한 고급 트림을 추가했다. 그렇게 추가된 것이 렉스턴 뉴 아레나와 렉스턴 스포츠 쿨멘이다. 


서두에 굳이 군스턴을 적은 것은 이번 시승회 코스 때문이다. 시승행사의 이름도 DMZ 익스트림 트레일. 베이스캠프는 강원도 화천 평화의 댐 바로 아래 자리한 캠핑장이다. 춘천에서 시작해 화천까지, 그리고 민간인 출입 통제선(DMZ) 경계에 걸친 평화의 댐을 지나 DMZ 안쪽을 훑고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가는 일정이다. 이런 코스가 가능했던 것은 2023년이 정전 70주년을 맞이한 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그 중 먼저 타게 된 차는 렉스턴 뉴 아레나의 노블레스 트림. 춘천에서 화천까지 굽잇길을 포함해 포장 도로를 달리는 코스다. 원래라면 20인치 다크 스퍼터링 휠이 장착되지만 이번 시승을 위해 다이내믹 패키지와 18인치 A/T 타이어로 변경됐다. 

변화의 폭이 실내외 디자인과 편의장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힘을 준 부분에는 승차감 개선이 포함됐다. 체어맨 단종 이후 브랜드의 플래그십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고객들은 정통 프레임바디도 좋지만 그래도 편안하길 바랬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이다. 


끝 없는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는 쇼크업소버의 강화. 노면으로부터 충격을 받아낸 쇼크업소버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할 때 생기는 충격 반향을 없애는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쇼크업소버 내부에 리바운드 범퍼가 추가됐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서스펜션 시스템 안에 작은 구조물이 추가된 것 뿐이다. 그러나 체감은 꽤 뚜렷하다. 화천 비수구미로 넘어가는 길에 자리한 99굽잇길의 격한 코너에서도 매끄럽게 충격을 받아낸다. 물론 세단이나 스포츠카와 비교하면 우당탕탕 그 자체지만, 기존의 렉스턴과 비교하면 한층 편안해졌다. 18인치 A/T 타이어가 장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덩달아 따라온 것은 실내 정숙성의 개선이다. 이 역시 획기적인 개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더욱 나아졌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A/T 타이어의 깍둑진 비드가 내는 ‘도로록’ 소리는 여전히 미세하게 들어오지만 실내에서 느끼는 정숙성은 훌륭하다. 


그간의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파워트레인이 그대로 유지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대형 SUV에서도 다운사이징 엔진을 적용하는 것이 추세라고 하지만, KG모빌리티와 렉스턴에게는 다른 이야기. 오랜 시간 사용한 파워트레인은 농익었지만 보는 시선에 따라선 수확의 시기를 놓친 낙과이기도 하다. 차세대 모델에서는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것을 기대하라는 예고장은 있었으나, 이제 막 개발에 들어갔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버틸 엔진의 절실함은 부정할 수 없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다음 평화의 댐 맞은편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평화의 댐 인근이라는 것은 이미 위도 38도선을 넘었고, DMZ 지역이라는 뜻이다. 이런 곳에서 산에 오른다는 것은 적법한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고, 가는 길은 군용이거나 그에 준하는 용도라는 뜻이다. 


지도에서도 이름이 제대로 확인 되지 않는 이 산은 평화의 댐 건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댐의 공사 현장을 내려다 보겠다는 목적으로 만든 전망대가 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현재는 전망대를 허물어 흔적만 남았기 때문. 군에서 정기적인 관리는 하지만 오랜 시간 제대로 이용하지 않아 야생의 도로에 가깝다. 


하지만 이 곳에서 집중해야 하는 것은 렉스턴 뉴 아레나가 아닌 렉스턴 스포츠 쿨맨 칸이다. 두 차종 모두 군납 차종이지만, 렉스턴보다는 렉스턴 스포츠가 더 주력이다. K151과 함께 우리 군의 주력 이동수단이다.


렉스턴 뉴 아레나와 달리 이 차는 약간의 외관 디자인과 실내 디자인 그리고 편의장비 개선에 집중했다. 성능 측면에서는 이미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뒷바퀴 서스펜션을 다이내믹 5링크 또는 파워 리프 중에서 선택 가능하지만 이번 시승차는 모두 다이내믹 5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능선 한가운데에 자리한 관리되지 않은 도로 정도는 렉스턴 스포츠에게는 신나게 뛰놀 수 있는 놀이터다. 다이내믹 패키지와 A/T 타이어를 적용하면서 지상고가 20mm 가량 높아졌지만, 이런 변화가 없어도 돌파에는 무리가 없다. 오히려 너무 쉽게 빠져나오는 통에 허탈감까지 들 정도다. 기관총을 장착하고, 병력을 태운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각종 짐을 실은 상태에서도 미끄러짐 없이 빠져나간다. 시승회 직전 주말 내린 비로 인해 약간 질퍽이는 도로지만 기동에는 거침없다.


짧은 숲길을 내려와 바쁘게 고성으로 향한다. 최종목적지는 위도 38도 6분, 경도 128도 6분에 위치한 통일전망대다. 


군용차로서 적합한가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만큼 잘 포장된 고속도로에서의 개선점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렉스턴 뉴 아레나와 마찬가지로 승차감 그리고 정숙성에서의 개선이 눈에 띌 정도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것은 화물을 적재하는 데크와 사람이 탑승하는 캐빈 사이의 이질감이다. 특히 화물을 적재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 멋대로 흔들리는 데크 덕분에 ‘이러나 저러나 픽어브럭도 트럭이지’라는 평가를 내리기 쉽다. 

그러나 렉스턴 스포츠 쿨맨을 선보이면서 이러한 부분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렉스턴 뉴 아레나와 마찬가지로 프레임과 데크를 연결하는 부위를 보강한 덕분이다.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이지만 체감은 크다. 국내 픽업시장을 선도하는 동시에, 국내 시장에 진출한 수입 픽업트럭들과 당당히 경쟁하겠다는 자신감의 근거이기도 하다. 이제는 렉스턴 스포츠를 타도 요란하지 않고, 고급스럽다는 주장을 뒷받침 하기 충분하다. 


쌍용자동차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힘겨운 버티기를 해오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KG모빌리티다. 그리고 이제는 많이 버텼으니, 다시 일어설 때라고 주장하듯 힘을 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생산되진 않는 체어맨과 함께 렉스턴 브랜드는 KG모빌리티의 자존심과 같다. 그리고 이제 겨우 진정된 회사의 기운을 추스리고 있다. 목표는 부활을 공식적으로 상징할 걸출한 후속작이다. 그때까지는 왕좌를 지켜야 하는게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다. 


다시 일어서는 브랜드의 포기하지 않는 왕,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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