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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는 거들 뿐”… 간편결제 전쟁의 속내

현재 국내 IT 기업들의 모바일 격전지는 간편결제 분야다. IT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핀테크 중 사용자들이 가장 쉽게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페이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페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다양하다. 삼성전자와 같은 전통적인 제조기업을 비롯해 검색포털의 네이버, 모바일 플랫폼의 카카오, 게임업계의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페이를 선보이며 참전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간편결제’라는 서비스는 모두 비슷하지만, 그들이 이런 서비스에 투자하는 목적과 전략은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검색을 거들 뿐…‘네이버페이’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임원는 한 행사에서 “네이버페이는 핀테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페이가 금융서비스 사업을 위한 발판이나 페이먼트 사업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검색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페이는 거들 뿐”… 간편결제 전

사용자들이 네이버 검색창에 ‘청바지’라고 입력할 때 청바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검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찾아서 구매하기 위해 ‘청바지’를 검색한다. 단순히 검색 결과만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면 사용자들의 검색 목적을 달성했는지 알 수 없다. 반면 검색 결과에 나온 청바지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면 사용자의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네이버페이는 핀테크 전략이 아니라 검색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검색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는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가맹점은 네이버 쇼핑검색에 입점한 회사들이다.


전혀 다른 분야지만 유사한 전략으로 쿠팡의 로켓배송을 들 수 있다. 쿠팡이 택배업에 나서려고 로켓배송을 하는 것은 아니다. 쿠팡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쇼핑과 다른 영역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네이버가 쇼핑 키워드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모바일 환경에서 쇼핑 검색 키워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 총괄은 올초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검색어의 34%가 쇼핑 관련 키워드”라고 밝혔다.

카카오 금융서비스 전략의 일환인 카카오페이

카카오는 네이버와 정반대의 전략이다. 네이버페이는 금융서비스를 위한 것이 아니지만, 카카오페이는 금융사업의 일환이다. 때문에 카카오페이는 온라인.모바일 쇼핑뿐 아니라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분야에서 확장되고 있다.

“○○페이는 거들 뿐”… 간편결제 전

예를 들어 최근 카카오페이는 고급 카카오택시 서비스인 ‘카카오블랙’에 적용됐다. 택시 요금을 카카오페이로 낼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카카오블랙에 한정돼 있지만, 카카오 측은 향후 일반 카카오택시에도 카카오페이를 적용할 계획으로 보인다. 또 카카오페이로 공과금도 낼 수 있고, CGV 영화예매나 배달의민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도 카카오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종국적으로 결제가 일어나는 모든 분야에서 카카오페이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카카오 측의 목표다.


O2O(Online to Offline, Offline to Online)를 핵심 방향으로 설정한 카카오는 원래 금융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네이버는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계획이 없지만, 카카오는 인터넷은행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페이는 쇼핑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종국적으로 종합 결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수료가 아닌 데이터를 원한다” NHN엔터테인먼트

한게임으로 유명한 NHN엔터테인먼트는 ‘페이코’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사는게 니나노’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정도로 NHN엔터테인먼트가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고 있지만 페이코가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PG수수료, 카드수수료 등을 빼고 NHN엔터테인먼트가 가져가는 비중은 결제액의 0.02%에 불과하다. 이 정도 수수료로는 사업 운영비도 감당하기 힘들다.

“○○페이는 거들 뿐”… 간편결제 전

회사 측이 노리는 것은 수수료가 아니라 데이터다. 많은 사람들이 페이코를 사용하게 되면 누가 어디에서 어떤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데이터가 쌓인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타깃광고 등을 할 수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이 있고, 삼성전자는 단말기가 있는데 저희는 아직 플랫폼이 없다”면서 “페이코를 결제 플랫폼으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광고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페이를 갤럭시의 킬러 서비스로” 삼성전자

삼성페이는 올해 삼성전자의 최대 히트작이다. 지금까지 서비스 부문에서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경험이 없는 삼성전자는 루프페이 인수를 통해 최초의 서비스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페이는 거들 뿐”… 간편결제 전

삼성페이의 가장 큰 강점은 오프라인의 거의 모든 매장에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매장에서는 삼성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 마그네틱보안전송기술(MST)이라는 독특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NFC를 이용하는 애플 등 경쟁사에 비해 시장 진입 장벽이 훨씬 낮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스마트폰 킬러 서비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페이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삼성 스마트폰을 구매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최근 아나운서 전현무 씨가 하는 삼성디지털플라자 라디오 광고를 들으면 이런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 광고에서 전 씨는 “휴대폰 바꾸고 삼성페이로 샥~”이라고 말한다. 삼성페이 쓰고 싶으면 휴대폰 바꾸라는 말이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스마트폰 판매에 전면적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프리미엄 폰에만 탑재됐던 삼성페이를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적용하겠다고 삼성 측은 밝혔다.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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