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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합병 2년, 어디로 가고 있나

다음-카카오 합병 2년, 어디로 가고

2년 전 오늘, 2014년 5월 26일은 대한민국 인터넷 산업 역사상 가장 뜨거운 뉴스가 전해진 날이다. 이날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카카오는 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한국 인터넷 산업계의 큰형님인 ‘다음’과 모바일 생태계의 지배자 ‘카카오’의 합병 발표는 매우 뜨거운 뉴스였다.


당시 다음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카카오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다음이 보유한 우수한 콘텐츠 및 서비스-비즈니스 노하우, 전문기술이 결합하면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 후 2년이 지났다. 이제 이 합병을 한 번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기대한 효과를 내고 있을까?

존재감 희미해지는 다음 검색

가장 피부로 와닿는 것은 검색 서비스로서 ‘다음’ 의 존재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검색은 인터넷 사업에서 가장 확실한 수익모델이다. 국내에서 네이버가, 해외에서 구글이 1위 인터넷 업체인 이유는 그들이 검색 시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이 1등과 차이가 많이 나는 2등 사업자이긴 했지만 검색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업분야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다음을 인수한 후 “검색점유율을 높이라”고 특명(?)을 내린 이유다.


그러나 김범수 의장의 특명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인터넷시장조사기관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최근 다음의 검색점유율은 15% 수준이다. 20%를 웃돌던 다음 점유율의 4분의 1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다음의 빈 자리는 구글이 차지하는 모습이다.

다음-카카오 합병 2년, 어디로 가고

다음과 카카오는 합병 이후 샵(#)검색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내놓기도 했지만, 파장은 미미했다. 샵검색이 등장한 이후에도 다음의 검색점유율은 계속 떨어졌다.

잊혀진 해외 진출

다음과 카카오는 합병의 이유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장 앞에 내세웠었다.


두 회사는 합병 보도자료에서 “양사의 핵심 역량을 통합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정보-생활 플랫폼을 구축,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의 행보는 합병 당시 밝힌 포부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해외시장 진출은 거의 포기한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다.


이는 카카오톡의 해외 진출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카카오는 해외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아시아 시장은 위챗과 라인에 내주고, 서구권 시장은 왓츠앱과 페이스북메신저 때문에 막혔다. 인도네시아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공세를 펼쳤지만, 이마저 성공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모바일메신저 시장은 특이하게 블랙베리메신저가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라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국내 경쟁사들은 모든 에너지를 해외에 쏟고 있다. 라인으로 해외 시장에 발판을 마련한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에 이어 웹툰, 동영상, 사진 앱 등 다양한 서비스로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 별 기반이 없는 NHN엔터테인먼트도 최근 태국 시장에 웹툰을 들고 도전장을 던졌다.

국내로! 국내로!

해외 시장에 진출의지가 약해진 카카오는 국내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는 데 더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카카오택시의 성공에 힘입어 O2O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결정했다. 택시에 이어 대리운전, 미용실, 집청소 등 오프라인 산업에 온라인을 접목해 수익원을 늘리는 것이 카카오의 당면한 목표로 보인다.


한 IT 업계 종사자는 “그래도 다음은 웹 생태계 (전반)에 관심이 많았던 거 같은데, 카카오는 사업에만 포커싱하는 큰 스타트업 같은 분위기”라면서 “기술 스타트업 보다는 사업 아이디어로 움직이는 큰 스타트업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음-카카오 합병 2년, 어디로 가고

업계 리더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이익만을 찾아다니는 것 같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최근 기술개발이나 생태계 형성보다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에만 집중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서비스에 조금 반응이 없다 싶으면, 곧장 중단하는 사례가 잦다. 카카오토픽, 다음 키즈짱, 다음 클라우드, 마이피플, 다음 뮤직, 다음 캘린더, 카카오아지트, Zap, 카카오헬로, 카카오앨범 등 다수의 서비스가 합병 이후 사라졌다. 다음 뮤직은 없애면서 멜론을 인수하기도 했다.


물론 꽃검색과 같은 기술 기반 서비스도 있기는 하지만 택시, 대리운전, 미용실, 집청소 등에 훨씬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IT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카카오를 보고 한 IT 담당기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카카오가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와 경쟁하길 바랐는데, 대리운전회사, 심부름센터와 경쟁할 모양입니다”

글. 심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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