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을 헌 부대에 담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패
MS, 윈도우 폰 종말 선언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 벨피오레 MS 윈도우 부문 부사장은 지난 10월 8일 트위터에 “MS는 모바일 Windows Phone(윈도우 폰) 단말기를 더 이상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다).
포켓 PC, 윈도우 모바일, 윈도우 폰 등 다양한 이름으로 20년 가까이 도전해온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의 퇴장을 선언한 것이자, 애플과 구글에 대한 패배 선언이기도 하다.
징후는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전 회장이 지난달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쓰고 있던 윈도우 폰을 최근 안드로이드 폰으로 교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보면 내부적으로 윈도우 폰의 종말은 예정돼 있었던 것 같다. 빌 게이츠는 “안드로이드폰에서 MS 소프트웨어를 많이 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운영체제는 포기하는 대신 오피스를 비롯한 킬러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부터 젬병(?)이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앞서 있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혁명 초기 아이폰 대항마로 윈도우 모바일 기반 스마트폰인 ‘옴니아’를 내세웠었다. 물론 곧바로 안드로이드로 갈아탔지만…
윈도우 폰의 실패 원인: 사용자 경험 통일에 대한 지나친 집착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실패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성공의 딜레마에 원인이 있다. 나아가 경험의 통일성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은 모바일 기기에서 전혀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을 창출했다. 이용자들은 아이폰의 UX에 열광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운영체제의 UX를 모바일에 이식하려고 했다. 윈도우 CE에 이어 윈도우 모바일에서도 윈도우의 상징인 ‘시작 메뉴’를 달았다. 이용자들이 익숙한 ‘그 경험’을 모바일에 최적화해 제공하면 만족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PC의 경험을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이어가길 원치 않았다.
기술적으로도 관성은 이어졌다. 초기 윈도우 모바일의 커널은 윈도우 CE 기반이었다. 기존 임베디드 운영체제의 기술을 그대로 스마트폰에 이식한 것이다. 이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윈도우 모바일의 낮은 성능은 아이폰 UX에 대한 만족도를 한층 배가 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모바일의 전략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윈도우 폰’이라는 브랜드로 새로 시작했다. ‘윈도우’를 끝내 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윈도우 폰의 운명은 예정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윈도우 모바일과의 호환성을 포기하고, 윈도우 폰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경험의 통일성에 대한 미련은 끝내 버리지 못했다.
윈도우 폰과 PC 간 ‘공통’ 플랫폼을 꿈꿨던 MS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폰과 PC 윈도우에서 공통으로 앱이 구동되는 플랫폼을 꿈꿨다. 윈도우 폰 8부터는 커널을 윈도우 NT 기반으로 바꿨다. 이 때문에 PC용 앱이 그대로 모바일에서도 구동될 수 있다. 또한 윈도우 8.1에서는 ‘유니버셜 앱’이라는 것도 선보였다. 개발자들이 하나의 앱을 개발하면 PC와 모바일에 공통으로 배포할 수 있다는 것이 MS가 내세운 전략이었다. 실제로 최신 버전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윈도우 10 모바일’은 PC용 윈도와 거의 같은 OS 환경을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런 전략을 세운 것은 ‘플랫폼 경제’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양면 시장이라는 특성이 있다. 개발자와 이용자를 모두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넘어간 ‘개발자’를 먼저 잡아오려고 했다. 먼저 앱을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플랫폼 내 공급자를 먼저 확보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윈도우 개발자 생태계를 움켜쥐고 있었다. 기존 윈도우 개발자들이 쉽게 모바일 앱까지 공급할 수 있다면 너도나도 모바일 앱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발자들은 유니버셜 앱 개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PC 앱 개발자들에게 모바일 앱 개발이라는 KPI가 주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 아래 윈도우 폰 앱을 개발한 개발자들은 투자에 맞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 이용자들이 적으니까 당연한 결과였다. 플랫폼 내 양면시장 모두에게 실패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MS의 통일된 사용자 경험 전략 vs. 애플의 차별화 된 사용자 경험 전략
PC와 모바일은 완전히 다르다. 다른 것은 화면 크기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완전히 다른 사용자 경험을 요구한다. MS는 통일된 사용자 경험으로 두 시장을 모두 공략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애플은 iOS를 맥 OS와 별도로 개발했다. 때문에 두 플랫폼의 사용자 경험은 전혀 다르다. 애플은 두 플랫폼에서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되, 더 쉽게 연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결과적으로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짓밟힌 애플이 복수에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백색 수건을 던지고, 링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이 패배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장에서의 패배를 직감하고, 윈도 운영체제 회사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꽤 성공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 그래프가 수년째 우상향으로 올라가고 있다.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