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티맥스OS, 제가 한 번 써봤습니다
지난 주 티맥스OS라는 새로운 국산 운영체제가 등장했습니다. 7년전 티맥스윈도라는 OS를 발표했다가 쓴 맛을 본 티맥스소프트(실제는 티맥스오에스)가 다시 OS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입니다.
운영체제는 최고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국산 OS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행사장으로 1만 명의 참관객이 발길을 옮겼고,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서도 수만 명이 발표회를 시청했습니다.
하지만 발표회를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은 처참합니다. 오픈소스를 활용했으면서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도덕적 비판부터,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대에 PC 운영체제가 웬말이냐는 시장분석적 비판, 15년 전에 나온 윈도XP 수준도 안된다는 기술적 비판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티맥스OS를 한 번 써봤습니다. 도대체 제품은 어느 수준인지,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건지 알아보죠.
티맥스OS 바탕화면 |
위 사진은 티맥스OS의 바탕화면입니다. 일단 첫 느낌은 맥OS나 윈도7과 거의 유사합니다. 맥OS의 도크(Dock)와 윈도7의 작업표시줄과 같은 기능이 화면 아래쪽에 있습니다.
윈도7과 다른 점은 화면 위쪽에 명령 줄이 있다는 점입니다. 맥OS도 화면 윗쪽에 명령 표시줄이 있지만, 그것과도 좀 다릅니다. 티맥스OS의 상부 명령 줄에서는 바탕화면 바로가기와 워크스페이스 전환 버튼이 있습니다.
이 워크스페이스는 티맥스 측이 자랑하는 기능입니다. 4개의 각기 다른 작업공간을 할당해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적인 취미생활은 워크스페이스 A에서 하고, 회사 업무는 워크스페이스 B에서, 인터넷 동호회 관련 업무는 워크스페이스 C에서 하는 식입니다. 워크스페이스 기능은 윈도7에는 없지만, 리눅스나 맥에는 이미 존재하는 기능이죠. 다만 티맥스OS는 워크스페이스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티맥스OS X의 내장 계산기 앱 |
아직 티맥스OS에 들어있는 기본 앱들은 매우 부실합니다. 계산기와 스크린캡처 도구, 웹브라우저, 오피스 등이 전부네요. 위 이미지는 티맥스OS에 내장된 계산기 앱인데, 디자인이 아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맥OS의 계산기와 흡사합니다.
맥OS X의 내장 계산기 앱 |
티맥스OS에는 투게이트라는 웹브라우저도 내장돼 있습니다. 사용해 본 느낌은 크롬과 거의 유사한 듯 했습니다. 웹사이트를 열고 탭을 이동하는데 별 무리 없었다는 점에서 그래도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면서는 “꽤 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웹브라우저는 웹킷이나 블링크를 활용했거나, 크로뮴 프로젝트를 활용한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티맥스OS의 내장 웹브라우저 ‘투게이트’ |
투게이트로 네이버를 열었다. 깨끗하게 열렸다. |
투게이트의 설정 화면. 크롬 브라우저와 매우 유사하다. |
사실 브라우저만 제대로 작동해도 티맥스OS는 시장에서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망분리된 공공기관 인터넷 전용 PC 시장을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들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전용망에서 업무를 보는데, 인터넷을 사용해야 할 때 내부 전용망과 연결되지 않은 별도의 인터넷용 PC를 이용합니다. 이 PC에서 사용하는 기능은 사실상 웹브라우저가 전부입니다. 어차피 불가피하게 인터넷(웹)에 접속해야 할 때만 이 PC를 쓰기 때문입니다.
위 이미지는 티맥스OS의 가장 큰 특징을 보여줍니다. 빨간 박스를 보면, 로컬디스크 C와 윈도우즈 디스크 W가 존재합니다. 로컬디스크 C 드라이브는 티맥스OS의 앱들이 설치되는 공간이고, 윈도우즈 디스크 W 드라이브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앱들이 설치됩니다.
티맥스 측에 따르면 기존의 윈도 앱들을 별도의 전환 없이 설치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티맥스 측은 이번 발표회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시연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 해봤습니다. 네이버에서 알집을 다운로드해서 설치했더니, 실제로 설치는 문제 없이 진행됐습니다. 실행도 되더군요. 그러나 아직 완성작이 아니어서 그런지 압축을 하니까 알집이 튕기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 이미지는 의혹을 불러일으킵니다. 티맥스OS 윈도우즈 W 드라이브에 있는 실행파일을 보죠. 레지스트리 에디터와 노트패드 앱 아이콘에 와인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아이콘들은 오픈소스 프로젝트 ‘와인’에서 사용하는 것들이죠.
와인은 오픈소스 운영체제(리눅스, 유닉스)에서 윈도우 앱을 구동할 수 있는 에뮬레이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이미지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티맥스OS는 오픈소스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와인 에뮬레이터터를 올려 윈도우 앱들을 구동하고 있다는 점이죠. 최신형 인텔 i7 프로세스에 32비트 앱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합니다. 와인이 32비트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맥스소프트 박대연 회장은 “오픈소스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이 분노했죠. 하지만 이후 회사 측은 박 회장의 발언이 OS의 그래픽 부분에 한정된 이야기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오픈소스를 사용하기는 했고, 어떤 오픈소스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는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할 때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픈소스 논란을 차치하고, 티맥스OS는 당장 일상생활에 쓸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아직은 세세한 오류가 많았습니다. 바탕화면 바로가기를 클릭하니까 10초 이상 소요되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파일을 휴지통으로 드래그앤드롭 해도 아무 반응이 없기도 했습니다.
티맥스OS의 정식 출시는 10월 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오픈소스 활용 논란이 있지만, 일단은 쓸만한 OS가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첫 느낌은 실망이 컸지만, 이 실망감을 해소하는 정식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글. 심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