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지도 반출 논란, 이젠 해법을 찾자
구글 지도 반출 요청 논란이 점입가경입니다. 처음에는 지도 반출로 안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가 문제였는데 이제는 탈세, 규제 회피 등으로 쟁점이 확대됐습니다.
문제는 논란이 확산만 될 뿐 논점이 좁혀지는 기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도 반출 승인 여부를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각자의 주장을 반복할 뿐, 합의점을 찾기 위한 시도는 별로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구글 지도 반출 토론회가 딱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구글 본사에서 지도 담당자가 직접 와서 국내 관련자들과 마주앉았습니다. 심도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입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서로의 불편한 감정만 노출하는 배설의 장이 됐습니다. 구글의 지도 담당자는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다소 모욕적인 발언으로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감정을 자극했고,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식민지”를 운운하며 구글 담당자가 죄인인 것처럼 다그치기만 했습니다.
상대의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오해가 있는 것은 무엇인지, 서로 양보 가능한 것은 무엇인지 차분히 얘기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자세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서로에게 앙금만 쌓인 토론회였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면 정말 구글 지도 논란에는 해법이 없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구글로서는 한국의 정부와 관련업계가 제기하는 의혹을 해소하면서 지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도 탈세와 규제회피 등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구글이 한국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양보할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 양측의 입장을 귀기울이면 합의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의 주장을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니까 논란이 커지기만 할 뿐입니다.
우선 업계와 정부는 구글이 한국에 지도 서버를 두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구글이 서버를 두면 확실하게 고정사업장이 되니 법인세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개인정보법 등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반면 구글은 법인세를 안 내기 위해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서버를 두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지도 서비스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전 세계에 분산 저장돼 기술적으로 한국에만 서버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 구글의 주장입니다. 설사 한국에 서버를 둔다고 해도, 데이터는 해외에 복제 돼야 하기 때문에 지도 반출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정부와 업계는 세금과 규제를 이야기하고, 구글은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여기가 엇갈리는 지점입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구글은 일단 지도 서버를 한국에 만듭니다. 서버를 둠으로써 고정사업장이 되고, 규제의 대상이 됩니다. 정부와 업계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죠.
대신 정부는 지도 반출을 허용합니다. 서버를 두더라도 데이터반출은 필요하다는 구글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즉 서버는 서버대로 만들고, 데이터 반출은 그것대로 허가하자는 제안입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혹시 구글이 지도 서비스의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바꿔야 해서 기술적으로 일이 너무 커진다면, 한국에 두는 서버를 지도 서비스의 운영 서버가 아닌 백업 서버로 두면 어떨까요? 데이터의 실시간 동기화가 된다면 굳이 한국에 있는 서버가 운영서버가 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법률 전문가도 기술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이 제안이 해결책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찬반의 목소리만 높이는 논의는 이제 멈춰야 합니다. 이제는 합의점을 찾을 시간입니다. 각자 생각하는 합의점을 제안해 봐야 합니다.
만약 이렇게 찬반 목소리만 높이다가 8월 25일이 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과거로 돌아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의 이용자들과 스타트업 창업자들입니다. 포켓몬 고처럼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혁신 서비스는 여전히 한국에 들어오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한국의 혁신 동력을 갉아먹게 될 것입니다.
글. 심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