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이 글로벌 IT업계를 호령하는 까닭
MS 구글 소프트뱅크 등 인도 출신이 CEO 차지...겸손하지만 성과 제일주의, 경쟁이 몸에 배
인도출신 인재들이 글로벌 IT업계를 호령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 소프트뱅크 등에 이어 구글도 인도 출신인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에게 기업의 미래를 맡겼다.
인도출신 IT인재들이 약진하자 업계에 ‘인디아 마피아’라는 용어도 생겼다.
구글 신임 CEO로 선임된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 |
전문가들은 인도인 특유의 성품과 IT 교육을 강조하는 국가의 정책 등이 인도출신 IT 인재를 글로벌 강자로 키워낸 원동력이라고 분석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새로운 CEO에 오른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구글은 레리 페이지 현 CEO가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 CEO로 자리를 옮겨 신규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검색과 광고, 모바일 사업 등 주력분야를 피차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해 4월부터 인도출신인 사티아 나델라 CEO에게 미래를 맡겼다.
나델라는 인터넷 웹브라우저 빙(Bing)을 개발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MS에서만 22년을 근무한 뒤 3대 CEO 자리에 올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후계자로 인도 출신 인재를 지목했다. 주인공은 니케시 아로라 소프트뱅크 CEO다.
이들 외에 노키아와 어도비, 샌디스크 등도 인도출신 IT 인재를 CEO 자리에 앉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눈을 조금 낮춰 개발진을 살펴보면 구글 개발진의 70%가 인도출신 연구원”이라며 “글로벌 IT업계에서 소위 ‘인도파워’는 지위를 가리지 않고 막강하다”고 말했다.
피차이와 나델라 그리고 노키아를 이끄는 라지브 수리 CEO 등은 모두 학위를 마친 뒤 한 회사에서만 근무했다. 연봉에 따라 회사를 옮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미국 출신과는 다른 점이다.
이들은 CEO에 오르기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나보다는 조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도인 특유의 겸손함이 이들을 CEO로 이끈 큰 힘이라고 분석한다.
페이지 구글 CEO는 최근 블로그에 ‘피차이는 능력도 출중하지만 인격은 더 훌륭하다’며 ‘피차이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는 글을 남겼다.
인도출신 CEO들은 성과 제일주의를 지향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는 IT교육을 국가의 중요시책으로 여기는 인도 정부의 정책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
피차이가 졸업한 인도공과대학(IIT)은 수천만 명의 수험생 가운데 성적이 상위 1% 미만에 들어야지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이는 이 학교가 배경이 된 인도 영화 ‘세 얼간이’에도 잘 표현돼 있다. 나델라가 졸업한 망갈로르대학도 IT관련 학과의 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이들이 어릴 때 부터 힘든 경쟁을 이겨내는 습관을 몸에 새겼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는 유치원 정도 아이들에게 구구단이 아니라 19단을 외우게 한다”며 “어릴 때부터 경쟁에서 살아남는 독한 습관을 몸에 밴 것이 이들이 글로벌 IT업계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그 잔재는 여러 곳에 남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어다. 인도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영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교육한다.
이 관계자는 “언어도 경쟁력”이라며 “이는 인도출신 IT인재가 중국과 한국 등 비영어권 지역에서 온 경쟁자들보다 앞설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