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짱뚱어가 여수 게장·벌교 꼬막을 만났을 때
짱뚱어탕, 간장·양념게장, 삶은꼬막, 양념꼬막, 꼬막회무침, 갓김치, 낙지젓갈까지. 남도의 맛이 여기 한 상에 다 모였구나!
코로나 이후 수년만에 순천을 찾았다. 광명에서 KTX 두시간반이면 순천역에 도착한다. 순천에 왔으니 순천 구경을 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인 찬스가 최고다.
전라남도 순천·광양 지역에 해박한 친구는 순천만 습지를 찾아 한바퀴 돌고, 인근 맛집을 찾아 남도의 푸짐함을 즐기라고 조언해 줬다.
순천만습지를 향하는 버스는 20분마다 한 대씩 다닌다. 인근 순천만 국가정원까지 둘러볼 수 있는 노선이다. 10월말까지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국가정원과 습지, 도심 일원을 둘러보기에는 최적의 버스다. 차비는 1천400원.
아직 더위가 식지 않은 순천만은 가을이 더 제격일 듯 하다. 오후 5시부터는 야간 입장을 적용하면서 8천원을 받는다. 낮에는 1만5천 원이다. 낮부터 많은 비가 와서 하늘은 여전히 잔뜩 찌푸리고 있다. 드넓은 갈대밭을 걸어가고 있지만 전망대까지 가더라도 순천만의 낙조 구경은 힘들다. 자연이 품은 순천만의 넉넉함은 충분히 맛보는 것에 만족했다.
습지 구경이 끝나자 인근 '명품식당'으로 옮겼다. 약간 늦은 시간이라 붐비지는 않았다. 드넓은 식당의 넓이를 봐서 성수기 때는 수백 명이 들락 거렸을 분위기다. 메뉴 선택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꼬막정식(2만원)과 짱뚱어탕(1만2천원)으로 바로 결정했다.
"푸짐함이 남도의 맛이구나"
주문과 함께 간장게장, 양념게장, 지짐이, 삶은꼬막, 양념꼬막, 꼬막무침, 생선조림, 갓김치, 메추리알장조김, 낙지젓갈까지…
순천은 보성 벌교와 가까우니 꼬막이 잔치다. 특히, 참기름 몇 방울과 김가루가 섞여 나온 커다란 스텐 그릇에 따뜻한 밥 한그릇 부어서 생채와 꼬막,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무침을 듬뿍 담아서 쓱쓱 밥을 비벼 먹으면 제대로다.
또, 순천은 여수와 가까우니 게장도 제대로구나. 진한 양념에 돌게를 무쳐낸 양념게장과 조림간장에 달달하면서도 짭쪼름한 간장게장까지, 여기에 갓김치를 더하면 여수에 있는 맛집을 가지 않아도 여수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순천만습지에서 잡은 짱뚱어탕마저도 입맛을 돋군다. 우거지와 짱뚱어를 함께 푹 고와낸 것 같은 진함이 '추어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여기에 남도의 손맛을 더해지면서 민물의 흙내가 가시고, 그윽한 바닷내가 온통 입안을 차지하고 만다.
단 하나의 밑반찬도 놓칠 수 없는 식객들의 전쟁을 치뤘다. 다 끝나고 "맛있게 잘 먹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남도의 음식 매력에 푹빠진 시간이었다.
정신없이 식도락에 빠지다 보니 차 시간이 빠듯해 밤 9시가 약간 넘어서 포만감 가득 안고 마지막 버스에 몸을 실고 순천 시내로 향했다.
내일은 어디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