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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반지하'…진짜 현실은 어떨까

영화 기생충으로 본 생활데이터① 서울·경기 수도권(인구밀집지역)에 반지하가구 90% 몰려 대학·고시촌 관악구, 반지하가구 수 1위…청년주거 열악 최저주거기준 실효성 없어…국토부 작년 개편작업 착수 [비즈니스워치] 김보라 기자 bora5775@bizwatch.co.kr


창문 앞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취객 . 홍수가 나면 어찌할 새도 없이 집안에 들어차는 물 . 집 안은 늘 눅눅해 곰팡이가 피고 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특유의 냄새가 몸에 밴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수십 년 베테랑의 운전기사 모습으로 변신했지만 그의 몸에 밴 퀴퀴한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기택(송강호 역)네 가족이 사는 공간, 바로 반지하입니다. 영화는 반지하에 사는 백수 가족과 지상에서 화려한 삶을 누리는 IT업계 사장님 동익(이선균 역)네 가족을 '냄새' 하나로 구분 짓습니다.


지하는 이처럼 냄새로 표현될 정도로 좋지 않은 주거 환경을 상징하는 대표적 공간인데요. 정부도 반지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주거취약가구로 규정, 개선해야 할 공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5년 단위로 조사하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15년)에 따르면 전국 반지하(지하 포함) 가구는 총 36만3896가구입니다. 세대 당 인구 2.35명을 기준으로 하면 약 86만명이 반지하에 거주하는 셈입니다.


전국에서 반지하 가구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시입니다. 22만8467가구가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많은 곳은 경기도(9만9291가구)입니다. 수도권에만 무려 90.1%의 반지하 가구가 있는 셈입니다.


유독 수도권에 반지하 가구가 많은 건 인구밀집도와 집값 가격이 높기 때문이죠. 어떻게든 서울에서 살려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집을 찾게 되고 결국 반지하행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내에서 반지하 가구가 가장 많은 곳은 관악구입니다. 서울시 전체 반지하 가구 중 8.4%(1만9121가구)가 관악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유독 관악구에 반지하 가구가 많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주거능력이 취약한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점과 연관지어볼 수 있습니다. 관악구는 대표적인 대학가이자 신림동 등 고시촌이 밀집한 지역이죠. 올해 1분기 기준 25개 자치구별 거주인구 연령대를 보면 관악구에 거주하는 청년층(20~39세) 인구수는 20만3761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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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이 많이 거주해 반지하 가구가 많다는 설명은 국토교통부의 통계로도 확인되는데요.


국토부는 매년 주거실태조사를 발표합니다.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해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하·반지하·옥탑방 등 주거환경이 취약한 곳에 거주하는 청년가구 비율은 2.4%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체 가구의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1.9%)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입니다. 빈곤율이 높은 노인가구의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1.8%)보다도 청년가구의 주거환경이 더 열악한 것이죠.


정부도 반지하의 문제를 모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주택법과 주거기본법을 통해 최저주거기준과 유도주거기준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최저주거기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입니다. 주거공간의 수질이 양호해야 하고 영구건물이어야 하며 적절한 방음과 환기, 채광, 난방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구 인원 별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도 규정하고 있는데요. 가령 4인가족이면 최소 43m² 는 돼야 최저주저공간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도주거기준은 적절한 주거환경기준을 국토부 장관이 설정해 유도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를 줄일 수 있도록 한 내용입니다. 최저주거기준과 다른 점은 최저주거기준은 최소한의 필요한 주거환경 기준을 뜻하고 유도주거기준은 보다 더 높은 주거의 질을 확보하자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최저주거 또는 유도주거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처벌할 규정은 없습니다. 반지하에 채광도 들어오지 않는 주거공간이 있다고 해도 정부가 강제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죠. 따라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 수정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좀 더 촘촘한 주거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의 최저주거기준을 개편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도주거기준을 보다 구체화해 '적정주거기준'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반지하 가구비율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2006년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가구 비율이 4%였던 것과 비교하면 2018년(1.9%)에는 절반이 줄었습니다. 다만 수도권 지역의 반지하 가구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지역별 주거환경편차가 큰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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