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불패인가
헷갈리는 부동산
규제‧코로나에 매매가는 ‘뚝’ 풍선효과에 분양가는 ‘쑥’
‘싸니까’ 청약 아파트에 몰렸는데…로또당첨금 감소
“재고아파트 값 하락"vs"낮은 분양가가 버퍼"
'청약=로또'
공식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청약은 그야말로 '불패'다. 주택도시공사(HUG)의 규제로 분양가가 시세 대비 저렴하게 책정되자 수억 원의 차익을 노리는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왔다.
최근 들어서도 부동산 규제, 코로나19 여파로 매매 시장(재고 시장)은 출렁이는데도 청약 시장은 계속해서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 불패는 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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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 로또였을까
현 정권 들어 부동산 시장의 핫 키워드 중 하나가 '로또 분양'이다.
집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 지역을 위주로 분양가를 강하게 옥죈 영향이다. 강남 주요 아파트의 평당 시세가 8000만원이 넘지만 새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현시점에서도 시세 대비 평당 3000만원 정도 저렴하니 2~3년 뒤 입주 시점엔 수 억 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하면서 로또 청약 경쟁은 심해졌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르엘 대치'의 경우 3.3㎡(1평) 당 평균 분양가가 4750만원으로 전용면적 55~77㎡가 11억2400만~16억100만원에 책정됐다. 인접해 있는 '래미안대치하이스턴' 전용 110㎡의 당시 매매 가격이 25억원으로 면적의 차이를 고려해도 7억~8억원 정도는 저렴한 수준이었다. 이에 르엘 대치는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1순위 청약에서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인 212대 1을 기록했다.
강남뿐만 아니라 서울 외 주요 지역에서도 로또 열풍은 이어졌다.
부산 해운대 '센텀 KCC 스위첸'(전용 59~102㎡)은 해운대구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처음 분양하는 단지이자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청약 경쟁을 부추겼다. 이 아파트의 평당 평균 분양가는 1320만원으로 직전 월에 분양한 '센텀 마티안'(평당 1483만원)보다도 저렴했다. 이런 이유로 센텀 KCC 스위첸은 지난해 부산 최고 청약경쟁률인 68대 1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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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분양 때부터 로또로 관심을 모았던 단지들은 여전히 장밋빛 전망을 그리고 있을까.
부동산 규제로 인한 세금 부담,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근의 재고아파트들이 수억 원씩 낮춘 금액으로 실거래 되자 청약자들이 기대했던 '로또 당첨금'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르엘 대치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대치하이스턴은 지난 2월 전용 110㎡이 23억원에 거래됐다. 3개월 만에 매매가가 2억원이나 떨어진 셈이다.
센텀 KCC 스위첸이 위치한 해운대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22㎡는 지난달 25억1827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9월(37억9840만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12억원이나 가격이 내렸다.
청약 불패 "장담 못해"vs"서울은 괜찮아"
시세가 빠르게 조정되면서 분양가와 실거래가의 거리도 차츰 좁혀지고 있다.
직방이 입주 1년 미만 신축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가격과 매매거래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분양가격에 비해 매매거래가격은 6903만원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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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표는 지난해 3분기 7629만원에서 4분기 7518만원으로 111만원(1.5%) 소폭 하락하다가 올 들어 직전 분기 대비 615만원(8.2%)로 하락폭이 커졌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서울 고가 주택을 타깃으로 시행되면서 경기‧인천 등 비규제 지역의 분양가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의 '수원역푸르지오자이'는 평당 1280만원에 분양했으나 1년이 지난 올해 분양하는 '수원영통자이'의 평당 분양가는 1797만원에 달한다. 인천에서도 지난해 9월 '송도 더샵센트럴파크 3차'가 평당 분양가 1780만원에 공급됐지만 올해 3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는 평당 2147만원에 책정됐다.
이런 현상에 마냥 '청약 불패'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분양가 규제 등으로 최근 5~7년 트렌드를 보면 청약을 안전상품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다"면서도 "청약 시장도 경제 상황에 따라 미분양이 생길 수 있고 하락장에 접어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상승기도 아니고 리스크는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전매 제한(규제 지역)까지 걸려 있어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면 로또인 줄 알고 분양 받았던 단지들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재고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면 예비 청약자들이 분위기를 살피면서 더 수익이 날 만한 단지에 청약하기 위해 청약통장을 아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이유 등으로 청약 경쟁률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떨어지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분양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청약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금방 꺼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주택가격이 떨어지긴 해도 서울 등 핵심지역에선 분양가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추가 하락이 이어진다고 해도 낮은 분양가가 '버퍼'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기가 지연되면서 신규 공급량이 많지 않고 코로나19 여파로 분양 시기가 미뤄지면서 오히려 분양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리는 낮은데 청약통장 모수는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당분간 청약 시장이 혼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도 "분양가 상한제 등 분양가 규제를 받거나 지역 내 새 아파트 갈아타기 수요가 있는 곳, 개발 호재가 있거나 저평가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서울의 경우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높고 가격이 떨어져도 결국엔 오른다는 학습효과 등이 있어서 청약 시장이 현재의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 채신화 기자 csh@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