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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경영진 '돈잔치'…주주는 없었다

기자수첩

문은상 대표, 2017~2018년 주식 처분 1300억 챙겨

신현필 전무는 임상 실패 직전 85억 주식 전량 처분

펙사벡 추가 임상 시도 강조했지만 신뢰도 이미 바닥 

지난 4일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의 펙사벡 간암 임상3상 중단 권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신라젠의 항암 신약 펙사벡의 간암 임상3상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는 지난 2일 펙사벡의 간암 임상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신라젠 주가는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최근 나흘간 70%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해 9월 11만원대를 찍었던 주가는 채 일년도 안돼 1만 4000원대로 고꾸라졌다.


신라젠은 암 세포만 골라죽인다는 획기적인 신약인 펙사벡을 내세워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난 2016년 코스닥에 특례상장해 2017년 11월 주가가 15만원대까지 오르면서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자리까지 꿰찼다.


하지만 실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매출도 거의 없었고, 당연히 지금까지 흑자를 낸 적도 한 번도 없다. 펙사벡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감만으로 덩치를 10조원까지 키우면서 스타덤에 올랐다는 얘기다.


따라서 어쩌면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됐다. 실제로 펙사벡의 임상3상 성공 가능성을 두고 최근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신라젠이 이런 가능성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대비를 해왔느냐에 있다. 실패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면 내부적인 대처는 물론 이 사실을 주주들에게 정직하게 또 충분하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신라젠 경영진들은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오히려 돈잔치를 하면서 먼저 도망갈 준비에 바빴다.


실제로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무용성 평가 결과가 나오긴 직전인 지난 7월 1일부터 5일까지 보유 중이던 주식 16만 7777주 전량을 매도하면서 약 85억원을 챙겼다. 앞서 작년 초엔 지성권 전 이사와 박철 전 사외이사가 100억원 안팎을 챙기고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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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상 신라젠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문 대표는 지난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에 150만주가 넘는 주식을 집중적으로 처분하면서 1300억원이 넘는 거금을 챙겼다. 문 대표의 친인척 4명도 그 시기에 800억원가량을 현금화했다. 모두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신라젠 임직원의 내부정보 이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5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일 새벽 1시경 구두로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무용성 결과를 미리 알진 못했다고 해명했다.


문 대표의 말대로 현실적으로 볼때 깐깐하기로 소문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주관한 무용성 평가 결과를 미리 정확하게 알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개연성은 충분히 알고 있었을 수 있다. 한 달 후면 대박날 주식을 서둘러 전량 매도할 개인적 사정이 과연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신현필 전무가 주식을 전량 매도한 후 같은 달 송명석 부사장과 양경미 부사장, 하경수 전무, 박종영 감사 등 임원 4명이 잇따라 1000주를 매입하긴 했다. 문 대표 본인도 임상3상 실패 사실이 알려진 후 사태 수습을 위해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하지만 문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매입 금액은 상대적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간암 임상3상 실패 후 관심사는 펙사벡의 소생 가능성으로 모아진다. 문 대표는 간암 치료제는 아니더라도 신장암과 대장암에 치료 효과가 있는 만큼 재차 도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다양한 병용요법과 암 크기를 축소하는 술전요법 등 다양한 임상을 통해 펙사벡의 효능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임상 비용이다. 문제는 펙사벡은 물론 문 대표를 비롯한 신라젠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사실이다. 주식을 팔고 도망가기 바쁜 경영진을 대상으로 투자에 나설 어리석은 투자자는 없다. 만에 하나 펙사벡의 성공에 대한 최소한의 자신감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시늉'이 아닌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비즈니스워치] 권미란 기자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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