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셀토스, 32도에 에어컨 끄고 연비측정 해보니
기아 '더 뉴 셀토스' 전면부 /사진=김동훈 기자 |
32도 날씨에 에어컨 껐다
기아가 최근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셀토스'를 지난 27일 시승했다. 더 뉴 셀토스는 2019년 출시된 셀토스의 첫 상품성 개선 모델이다. 시승 구간은 서울웨이브아트센터에서 경기 남양주 키스톤 스피시즈까지 왕복 약 62km.
이날 서울 기온이 32도에 달한 까닭에 서둘러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안내 요원이 갑자기 손짓을 하며 다가왔다. 창문을 열라고 한다.
그는 "연비 초기화 한번 해드릴게요"라며 운전대 쪽 버튼 하나를 꾹 눌렀다. 에어컨 가동 상태로 주차장에 오래 세워둔 차량의 연비를 조금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연비가 얼마나 잘 나올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에어컨을 껐다.
더 뉴 셀토스 /사진=기아 제공 |
땀과 바꾼 연비 '12.1km/l'
탑승한 차량은 '더 뉴 셀토스 1.6 가솔린 터보'의 시그니처 트림(4WD)이고, 18인치 타이어가 적용된 모델이다. 이 모델 기준 정부공인 도심 연비는 9.8km/l, 고속도로 12.2km/l, 복합 10.8km/l다.
연비 운전을 위해 관성의 힘을 이용하는 타력 주행을 기본으로 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을 땐 살얼음판에 발을 내딛는 것처럼 섬세하게, 브레이크는 거의 밟지도 않았다.
잠원한강공원을 빠져나와 한남대교를 건너 강변북로에 접어들자 고비가 찾아왔다. 차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한 것이다. 주행한지 20분쯤 지났는데 연비는 11.7km/l에 그쳤다.
이런 와중에 차량 변속감은 부드럽다는 인상이었다. 고속주행 때도 풍절음이 거의 없었다. 전면 유리창에 차음 글라스를 적용하는 등 안락한 주행 환경을 구현했다고 한다. 여유롭게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뜨는 주행 속도를 보면서 연비 운전을 거듭했다.
연비 생각에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는데도 오르막길에선 거침이 없었다. 8단 자동 변속기를 새롭게 장착해 변속 응답성이 기존보다 향상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 셀토스는 7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를 적용했었다.
15분가량 고속도로 주행을 거치자 연비가 12.6km/l를 넘기도 했다. 회차 지점을 약 3km 앞둔 지점이었다. 목적지 골인을 앞두고 급경사를 마주했다.
연비는 이마에 흐르는 땀처럼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최종 기록은 12.1km/l. 해당 차량의 고속도로 연비에 육박하는 수준이 나왔다. 다른 언론사 기자 2명에게 물어보니 이들이 시승한 차의 연비는 각각 8.5, 10.2km/l 였다. 사실 한여름에 기자처럼 운전하는 사람은 없을 듯 하지만 봄·가을 날씨엔 어느정도까지 연비를 낼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더 뉴 셀토스를 주행하고 측정한 연비 /사진=김동훈 기자 |
강인·세련·우아
차에서 내려 내외관을 살펴봤다.
덩치를 보면 전장 4390mm, 전폭 1800mm, 전고 1620mm다. 소형 SUV라기엔 크고 중형 SUV와 비교해도 그리 작지 않다. 뒷좌석에 성인남자가 앉아도 무릎 앞이 넉넉한 편이다.
전면부는 웅장한 느낌의 메쉬(그물망) 라디에이터 그릴에 날렵한 모습의 LED 헤드램프를 갖춰 강인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추구했다. 측면부는 볼륨감을 살려 우아한 인상을 주고, 후면부는 입을 꾹 다문듯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가로로 길게 적용해 정숙한 느낌을 갖췄다.
앞과 옆, 뒷면이 서로 다른 인상인 까닭에 차량을 볼 때마다 다양한 감상을 주겠단 생각이다.
색깔은 다른 차원의 변수다. 다른 시승차들을 둘러보니 어두운 메탈 색상이 가장 멋져 보였다. 이는 더 뉴 셀토스의 디자인 차별화 모델 '그래비티'였다. 가격도 가장 비싸다.
더 뉴 셀토스 실내 모습 /사진=김동훈 기자 |
내장 색상은 블랙, 캐러멜, 미드나잇 그린(그래비티 전용) 등 3종인데 캐러멜이 가장 근사했다. 터프하면서 세련된 외관과 비교해 따뜻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의 내부 인테리어를 보면 겉과 속이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의외성은 눈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10.25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에 구현된 내비게이션, 통합형 컨트롤러, 전자식 변속 다이얼은 무난했다. 다만 변속 다이얼 디자인에 좀더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주행성능도 편의기능도 'OK'
돌아오는 길은 온갖 기능을 다 쓰기로 했다. 에어컨부터 켰다. 공기청정모드는 물론이고 통풍 시트도 가동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사용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부드럽게 작동했다. 차로 이탈방지, 차로 유지 보조 기능도 우수했다. 커브길에서도 차량은 스스로 잘 달렸다.
전방, 후측방 출동 방지 시스템까지 있어 더욱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다만 ADAS를 100% 신뢰하면 곤란해질 수 있다. 인터체인지, 톨게이트에선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트는 등 운전대는 반드시 잡아야 했다.
더 뉴 셀토스 측면부 /사진=김동훈 기자 |
오는길에 제대로 테스트하지 못한 주행 성능도 확인했다.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더니 주변 차들을 가볍게 제치면서 빠르게 치고 나갔다.
땀까지 흘려가며 조심스럽게 밟았던 차였기에 급가속 능력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시승차량인 1.6 가솔린 터보 엔진 모델은 최고출력 198마력(PS)으로 기존 셀토스(177PS) 대비 힘이 개선됐다. 최대토크는 27.0kgf∙m으로 기존과 차이가 없다. 제동 성능도 우수했다.
승차감은 위아래로 다소 덜컹거리는 느낌이 있었으나, 운전석 높이를 낮췄더니 편안했다.
가격은 어떨까. 트림별(트렌디, 프레스티지, 시그니처, 그래비티)로 2000만원 초반부터 후반까지 책정됐다. 기자가 탑승한 차량은 시그니처 트림으로 각종 옵션(보스사운드, 컴포트, 드라이브와이즈, HUD팩, 모니터링팩, 스마트커넥트, 10.25 내비게이션, 투톤루프 등)을 적용한 까닭에 3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기아 관계자는 "더 뉴 셀토스는 도시적 세련미를 강화하고 차급을 뛰어넘는 신기술 사양을 대폭 적용했다"며 "하이엔드 감성을 한층 더 높인 상품성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과 상품성 모두에 공을 들였다는 더 뉴 셀토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궁금하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김동훈 기자 99re@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