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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서울'과 '쓱 야구단'의 공통점

'공원'에 '야구장'까지…

오프라인 점포의 진화 현대百·신세계의 '파격' 시도…

유통 업계 판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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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입니다. 신세계나 현대백화점 같은 '유통 공룡'들이 요즘처럼 주목받았던 게 얼마 만인가요. 신세계는 최근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한 뒤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영입하면서 국내 야구계 안팎의 이슈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에 초대형 점포인 '더현대 서울'을 오픈하면서 소비자들을 들썩이게 하고 있고요.


지난 수년간 이 업체들과 관련한 소식은 좋지 않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앞세워 몸집을 불렸던 유통 공룡들이 요즘과 같은 '온라인 시대'에 설 자리가 없었던 탓입니다. 위기감 속에서 점포를 줄인다거나, 조직 개편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식의 소식만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최근까지 유통 업계 이슈를 이끌고 있는 곳은 이커머스 업체들입니다. 로켓배송으로 순식간에 유통 시장의 중심에 선 쿠팡이 대표적이죠. 얼마 전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대형 포털 업체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엄청난 규모의 '가입자'들을 앞세워 온라인 쇼핑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이나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고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점포는 과거의 유물로 전락할 것만 같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하루 이틀 만에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해주는 시대가 됐으니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긴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프라인의 시대는 빠르게 저물어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예상을 깨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점포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또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낯선 풍경이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합니다.


우선 신규 오픈한 백화점 점포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달 26일 오픈한 '더현대 서울' 이야기입니다. 관련 기사 ☞ [르포]"공원에 백화점이?"…'더현대 서울'의 파격 실험


일각에서는 더현대 서울을 두고 현대백화점 그룹의 '역주행'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점포를 더 크게 만들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는 점이 이상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이 점포를 단순히 크게 만들기만 한 게 아니라 아예 점포 내에 '공원'을 만들고, 대형 '인공폭포'까지 들여놨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에게 '핫한' 브랜드들을 공들여 입점시키기도 했고요. 그러자 소비자들이 반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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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서울 내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 주말 더현대 서울에 몰려든 인파 탓에 여의도 일대는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고 합니다. 점포 내부를 비교적 넓게 만들었는데도 매장에는 줄을 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고요. 과거에도 지역에 상징적인 점포가 생기면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대형 쇼핑몰이 흔해진 데다가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더현대 서울이 이런 '트렌드'를 다시 뒤집은 셈입니다. 아직 개점 초기여서 성공을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어쨌든 오픈 초반 이슈 몰이에는 성공한 듯합니다.


프로야구단 인수로 화제를 모으는 기업도 있습니다. 신세계 그룹입니다. 프로야구로 기업 마케팅을 하는 것은 다소 '올드'하게 여겨졌습니다. 야구단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성적이 좋지 않으면 기업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는,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인 사업이라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야구단 운영을 사회공헌 정도로 여기기도 했고요. 이런 와중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앞장서서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목이 쏠렸습니다. 관련 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슼'이 '쓱'된 이유


주목할 만한 점은 신세계가 야구단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신세계 측도 이를 숨기지 않습니다. 야구팬들도 이런 움직임에 전혀 거부감이 없어 보입니다. 실제 신세계 그룹은 지난 1월 SK와이번스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진화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야구장에서 신세계 그룹의 여러 상품과 서비스들을 선보여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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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정 부회장은 얼마 전 클럽하우스라는 SNS에서 직접 야구팬들과 소통해 화제가 됐는데요. 그는 이 자리에서 신세계가 인천 청라지구에 검토했던 테마파크 대신 돔구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돔구장에는 스타벅스와 노브랜드 버거를 입점할 계획이라고 했고요. 야구팬들은 프로야구단 구장이 있는 '대형 쇼핑몰'을 상상하면서 벌써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그간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 유통 업체들은 이커머스 기업들을 따라가기에 바빴습니다. 너도나도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온라인 시장을 잡겠다고 단언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에서 이들은 여전히 '후발주자'입니다. 명성에 걸맞은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기존의 강점이었던 오프라인 점포의 경쟁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니 소비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물론 아직 성공을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더현대 서울은 이제 막 오픈했고, 신세계 야구단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업들이 실제 '돈'이 될지도 아직 미지수입니다. 화제만 모으고 수익성이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고요.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런 시도가 국내 유통 업계의 판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궁금해집니다.


[비즈니스워치] 나원식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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