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의 완성, 로봇 손에 달려있다
사람 닮은 로봇 구현 핵심은 '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리마스(re: MARS) 콘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상용화 전망을 묻자 대뜸 로봇 손을 얘기했다. 그는 "로봇이 사람처럼 손으로 물건을 쥐는 일이 예상보다 해결하기 꽤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며 "하지만 현재 기술 발전 추세대로라면 10년 안에 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어떤 물건이든 스스로 집을 수 있을 만큼 손동작이 정교해진다면 인간을 닮은 로봇의 상용화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베이조스의 말대로 현재 휴머노이드 개발에서 최대 난관은 사람과 같은 수준의 '손'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동안 로봇 연구자들은 동물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거나, 높이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하는 등 사람의 신체 능력을 뛰어넘는 로봇을 개발했다. 하지만 정교하게 물건을 집거나 여러 물체의 촉감을 구분할 수 있는 로봇 손 개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사람과 달리 로봇은 손에 쥔 물건이 달걀인지 쇠구슬인지 바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로봇이 산업 현장이나 가정에 투입되면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작업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로봇 손에 사람의 촉감을 불어넣는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무당벌레 지나가는 움직임도 감지
로봇업계에서는 로봇 손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로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각종 촉각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을 꼽는다. 로봇이 혼자 작업을 하려면 일단 어떤 물체인지 파악하는 감지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로봇 손이 사물에 닿을 때 발생하는 전기적 변화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 연구소(CSAIL)의 수브라마니안 순다람 박사는 지난달 30일 "사람처럼 사물의 형태나 무게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는 로봇용 '스마트 장갑'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장갑에 전기가 통하는 은실 64개를 꿰맸다. 사물이 장갑과 접촉하면 접촉 부분의 전기저항이 감소하는데 이때의 전류 변화를 감지해 물체의 무게와 형태를 알아내는 원리다. 연구진은 로봇 손에 스마트 장갑을 착용시키고, 테니스공·커피잔 등 26가지 물체를 쥐도록 했다. 그리고 장갑에서 수신되는 정보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켰다. 센서의 물리적 한계를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으로 극복하자는 시도였다. 실험 결과 스마트 장갑은 사물들을 89% 정확도로 가려냈다. 물체의 무게도 60g 내 오차로 알아냈다.
로봇 손은 피부에 수직으로 누르는 '압력'뿐 아니라 옆 방향으로 가해지는 마찰력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로봇이 미끄러운 소재의 물체를 잡을 때 표면 재질을 파악해 그에 맞는 힘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의 스티브 박 교수는 지난해 9월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마찰력을 감지할 수 있는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 전기가 잘 통하면서 신축성이 좋은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인공 피부에 미세한 구멍을 여러 개 뚫는다. 피부 표면을 밀어내듯 힘을 주면 이 구조에 균열이 생겨 전기저항이 커지는데 이때 전류 변화로 마찰력을 계산하는 것이다.
로봇 손은 최소한 사물을 감지하는 능력에서 사람에 근접했다. 미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 교수는 지난해 2월 두 배까지 늘려도 찢어지지 않는 신축성 전자 소자를 개발했다. 가로세로 5㎝ 크기의 고분자 물질에 촉각 센서 6000개를 설치했다. 바오 교수는 "센서는 신축성이 뛰어나고 두께도 수십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로 얇아 로봇 손에 부착하기 좋다"며 "0.05g 무게의 무당벌레가 지나가는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증 느끼고 전달하는 인공 신경
최근엔 촉감뿐 아니라 통증까지 감지하는 로봇 손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의 루크 오스본 박사는 지난해 물건을 만지거나 부딪히면 촉감과 동시에 통증까지 느낄 수 있는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피부를 부착한 로봇 의수(義手)는 둥근 물체를 쥘 때는 그대로 잡고 있지만, 바늘과 같은 뾰족한 물체에 닿으면 반사적으로 손을 뗐다. 통증을 느낀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로봇도 사람처럼 손에서 받아들인 촉각 신호를 한곳에 모아서 처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각을 사람 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에 전달하는 '인공 신경' 기술이 필요하다. 서울대 재료공학부의 이태우 교수는 지난해 6월 미 스탠퍼드대와 함께 유기 소자로 생물의 촉각 신경을 본뜬 인공 신경을 개발했다. 이 교수는 "죽은 곤충에 인공 신경을 이식해 곤충의 다리가 움직였다"며 "향후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