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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은 안 팔아요" 체험 매장된 자동차 정비소, 매일 500명 찾는 명소로

폐공장 편의점, 악기상가 옷가게에 사람들 ‘북적’

"안사도 되니 놀러 오세요" 체험형 매장 확대하는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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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정비소와 수제화 공장이 밀집한 서울 성수동의 한 낡은 건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도에 불과한 추운 날씨였지만, 이곳은 젊은이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이 개장한 화장품 체험 공간 ‘아모레 성수’다.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이 건물은 요즘 ‘코덕(화장품 애호가를 뜻하는 ‘코스메틱 덕후’의 줄임말)'들의 놀이터로 주목받고 있다. 개장한 지 2달 남짓 됐지만,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게시물이 7500여 건이 검색될 만큼 명소로 떠올랐다.


◇ ‘코덕’들로 북적이는 옛 자동차 정비소


지난 10월 8일 개장한 아모레 성수는 현재까지(6일) 누적 방문객이 2만4000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다녀간 셈이다. 일주일 중 가장 방문객이 많이 몰리는 날은 금요일로, 900명이 방문한 적도 있다. 거리에 널린 게 화장품 가게인데, 이곳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모레 성수에선 화장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아모레퍼시픽이 출시한 30여 개 브랜드·2300여 개 제품을 자유롭게 체험하고, 전문가에게 화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중앙 정원과 카페 등이 조성돼 있어 화장품에 관심 없는 사람도 쉬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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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였지만, 곳곳에 마련된 좌석은 원하는 화장품을 바구니에 담아와 시험해보는 방문객들로 가득 찼다. 대학생 최연주(23) 씨는 "화장품을 마음껏 써볼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방문한 지 벌써 2시간이 다 돼간다"고 했다. 남성 방문객도 종종 목격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방문객의 20%가량이 남성"이라며 "남성 고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아이브로우(눈썹 관리) 서비스를 마련하고 남성 제품 사용 공간을 늘렸다"라고 설명했다.


오롯이 체험만을 위한 공간이지만, 매출 시너지는 분명히 확인된다. 아모레 성수 방문 시 웹사이트에 체크인을 하는 고객에게 20% 할인쿠폰을 주는데, 방문객의 20%가 1주일 이내에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 ‘악기의 메카’ 낙원상가에 문 연 수상한 옷가게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고전하는 가운데, 고정관념을 깬 매장들이 주목받는다.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체험 공간으로, 오프라인을 떠났던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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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지난달 28일 악기상가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 ‘솟솟상회’를 열었다. 코오롱스포츠의 상록수 로고를 한글로 표현한 ‘솟솟’을 활용한 매장으로, 의류 매장보다는 오래된 상점 같은 외형이 눈길을 끈다.


이 매장에선 1970~80년대 출시된 바람막이 재킷과 낚시 조끼 등 옛 상품을 신상품과 함께 판매한다. 또 코오롱스포츠가 출범한 1973년부터 현재까지의 광고와 테트리스 게임기 등을 구성해 중년 소비자와 뉴트로(새로운 복고)에 열광하는 젊은 층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솟솟상회’에선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엔 대구에서 올라온 중년 부부도 있었다. 매장을 한참 둘러본 부부는 2000년대 초반 출시된 플리스 재킷(일명 뽀글이 재킷)을 한 벌 구매했다. 박상현(가명·50) 씨는 "서울에 일을 보러 온 김에 재미있는 공간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며 "91학번인 내가 대학 시절 즐겨 입던 옷과 비슷해 반가운 마음에 빈티지 재킷을 구매했다. 낡아 봬도 멋스럽다"고 했다.


◇ 폐공장 편의점도...체험족·인증족 사로잡아


편의점 이마트24도 지난 10월 대구의 한 의약품 공장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투가든'을 열었다. 카페, 레스토랑, 화원, 서점 등을 편의점과 함께 구성했는데, 최근 한 달간 방문객이 첫 달 방문객수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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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들이 색다른 시도를 하는 이유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는 만큼, 오프라인 공간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의 호감을 늘리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인 것도 이유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10월 청계산 입구에 카페 형식의 매장 '솟솟618' 개장을 시작으로, ‘솟솟’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브랜드는 앞서 청담동과 강남대로에 있던 대형 직영매장을 철수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브랜드 철학을 보이는 데 대형 매장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유통 전략을 바꿨다"라며 "이젠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가 아니라 콘셉트 스토어(하나의 주제를 가진 매장)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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