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사회적 가치' 추진에 동거인 김희영씨 역할한 듯
재계 3위 SK그룹이 전사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배경에는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이사장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은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회계적으로 측정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 등을 시행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 밸류 커넥트 2019’에 참석해 자신과 반대인 사람을 만나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셜 밸류 커넥트는 최태원 회장 제안으로 처음 열린 사회적 가치 민간축제다. 이날 행사에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사장,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SK그룹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 밸류 커넥트 2019’에서 티앤씨재단 발표 내용을 듣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지원 기자 |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특정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바꾸게 한 ‘나와 반대인 사람’이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15년 김희영 이사장과의 사이에 딸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희영 이사장은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태원 회장은 행사가 끝나기 전에 ‘그룹 회장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22년 전 선대 회장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IMF가 있었을 때로 상당히 어려웠던 시기였다"며 "‘전쟁을 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남긴 했지만 전쟁 끝에 선 저는 착한 사람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반대로 지독한 기업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했다. 솔직히 저는 공감 능력이 제로였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사람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일로 봤다"며 "그러다보니 가슴 속은 텅 비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그런데 저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돈 이런 것은 전혀 관심 없고 전부 사람이었다"며 "저는 공감 능력은 없지만 어떻게든 배워서 이 세상에 있는 문제를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것이 저한테 목표가 됐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희영(앞줄 왼쪽 두 번째)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28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 밸류 커넥트 2019’에 참석해 세션을 듣고 있다. /조지원 기자 |
최태원 회장은 김희영 이사장과 함께 인재 양성 장학사업을 하는 티앤씨재단을 공동 설립했다. 티앤씨(T&C)에서 ‘T’는 최태원 회장의 영문 이니셜 중 태원(Tae Won)의 앞 글자를, ‘C’는 김희영 이사장의 영어이름 ‘클로이(Chloe)’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알려졌다. 티앤씨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심볼은 설립자들 이름 앞 글자를 따서 ‘T’와 ‘C’를 형상화했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재단 설립 과정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티앤씨재단에서 진행한 세션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희영 이사장은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고, 최태원 회장은 중간에 들어와 뒤편에 앉으면서 나란히 앉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희영 이사장은 1975년생으로 미국 시민권자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는 서울가정법원에서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17년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을 상대로 이혼조정(법원 조정에 따른 협의 이혼)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조정 불성립’을 결정하면서 이혼 소송이 본격화됐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조만간 2차 기일이 진행될 전망이다.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티앤씨재단 페이스북 |
조지원 기자(ji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