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삼성전자 '꼭' 집어 판다
증시寒담
최근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만 꼭 집어서 파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 증시 전체에 대해 매도(sell) 포지션을 취하면서 삼성전자를 팔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 전망만 딱 찍어서 나쁘게 보고 매도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겁니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조선DB |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정황 증거가 많습니다. 일단 코스피지수와 삼성전자의 상관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최근 1년새 코스피지수와 삼성전자의 상관계수는 0.90이었습니다. 1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강하다는 뜻이니까, 삼성전자가 오르면 코스피지수도 오르고,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면 코스피지수도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석달새 삼성전자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계수는 0.79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코스피지수의 등락과 상관없이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가 떨어졌는데 코스피지수는 오르는 경우가 최근 빈번하게 관찰됐다"며 "꼭 그렇다고 말할 순 없지만 외국계 트레이더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를 정황 증거로 봐야하지 않나 싶다"고 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외인 비중이 소폭 하락했다는 점도 특이사항입니다. 최근 1년새 삼성전자에 대한 외인 비중은 평균 52.5%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6일부터 11일새엔 51% 후반대로 하락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4만원 밑으로 떨어집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12일 이후로는 자사주 소각이 반영되면서 외인 비중이 55%대로 늘어나 수치에 착시효과가 생겼지만, 그 시점에 외인 비중이 소폭 줄어든 것이 관찰됐다"고 했습니다.
외국계 증권사 트레이더들의 말을 종합해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한 외국계 증권사 트레이더는 "삼성전자를 꼭 집어서 매도해달라는 주문이 최근 많이 들어온다"며 "한국 증시를 팔겠다는 패시브 펀드에 대한 매도가 아니라 종목을 골라 사는 액티브 펀드 매니저가 삼성전자 매도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트레이더는 "최근 1~2년 삼성전자를 무섭게 사모으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제 더 이상은 삼성전자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석달간 외국인은 9685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여기엔 국내 증시를 팔기 위해 삼성전자를 어쩔 수 없이 팔게 되는 외국인 주문도 있고, 삼성전자 자체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이를 매도하는 외국인 주문도 섞여있습니다.
만약 최근 몇 가지 현상과 관계자들의 발언처럼 삼성전자의 전망을 어둡다고 보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면 이는 곧 국내 증시 침체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증시 상승과 하락이 반드시 삼성전자 주가 향방에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코스피지수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코스피지수에 3.4%의 영향력을 가집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일단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잡았습니다. 회사와의 관계를 생각하느라 약간은 후행적으로 움직이는 국내 증권사들이 일제히 기대치를 낮춰잡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난 14일 목표주가를 변경한 증권사 12곳은 평균 5만3330원을 제시했습니다. 19일 삼성전자 주가는 3만8850원에서 3만9350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