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부활한 거대 상어 '메갈로돈'… 무는 힘, 공룡의 6배
70~80년대를 휩쓴 공포의 상어 영화 '죠스'가 지난 10일 '더 멕(The Meg)'이란 제목으로 스크린에 부활했다. 이번에는 260만년 전 멸종한 지구 최대의 상어 메갈로돈(학명 Carcharocles megalodon)이 주인공이다. 말하자면 영화 죠스와 쥬라기공원이 하나로 합친 셈. 국내에서는 15일 개봉했다. 과연 영화에 등장한 메갈로돈은 실제 모습과 얼마나 닮았을까. 거대한 상어는 어떻게 살았고, 왜 멸종했을까.
육식 공룡보다 무는 힘 6배나 강해
과학자들은 영화에 묘사된 거대한 메갈로돈의 모습이 실제와 거의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메갈로돈은 화석으로 남아있는 턱뼈 지름이 3m에 이른다. 이빨도 18㎝나 된다. 상어는 대부분이 뼈 대신 연골로 구성된 연골어류여서 단단한 턱뼈와 이빨만 화석으로 전해진다.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메갈로돈의 전체 몸길이가 버스 한 대와 비슷한 15~18m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거대한 턱뼈는 엄청난 힘을 가졌다. 2008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진은 '동물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메갈로돈이 무는 힘이 18t이나 됐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소형차 한 대는 한입에 부술 수 있다.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는 무는 힘이 3t으로 메갈로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현재 가장 큰 상어인 백상아리도 1.8t에 그친다. 메갈로돈은 명실상부한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바다 포식자였던 것이다.
또 아가미가 6개인 것은 현재 상어들이 보통 5~7개의 아가미를 가졌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있고, 등지느러미나 수컷이 짝짓기할 때 암컷을 붙잡는 복부의 조직 등에 대한 묘사도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픽=양인성 |
하지만 과학적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도 많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인 한스 수 박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흥미는 10점 만점에 9점이지만 과학적 정확성은 1, 2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영화는 중국 인근 1만1000m 심해저에 마그마의 활동으로 뜨거운 물이 솟구치는 열수분출구(熱水噴出口) 지대가 있고 그곳에 지금까지 메갈로돈이 살아 있었다고 가정한다. 우연히 과학자들이 이 상어를 발견했는데, 실수로 상어를 해수면으로 나오게 하면서 악몽이 이어진다. 심해 잠수부인 주인공 제이슨 스태덤이 이 상어와 싸운다.
이에 대해 영국 스완 지대의 메갈로돈 전문가인 카탈리나 피미엔토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메갈로돈은 심해에서 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영화에서처럼 열수분출구 근처에는 게나 새우, 관벌레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지만 몸길이 18m의 메갈로돈을 먹일 만큼 충분한 먹이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심해 열수분출구에는 대형 생물에게는 치명적인 황화수소가 많다. 또 엄청난 수압 탓에 몸이 축소되고 대사활동도 줄어 행동이 굼뜨게 된다. 빛이 없어 눈이 엄청나게 크거나 아예 실명(失明)된다. 영화처럼 재빠르게 먹이를 눈으로 쫓는 행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메갈로돈은 영화와 달리 육지에 가까운 수심 200m의 얕은 바다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김동성 박사는 "열수분출구는 일본 가고시마처럼 수심 100m의 얕은 곳에도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먹이 부족으로 멸종
그렇다면 바다에서 무서울 게 없던 메갈로돈이 왜 멸종했을까. 과학자들은 먹이 경쟁을 먼저 꼽는다. 지난해 이탈리아 피사대 알베르토 콜라레타 교수 연구진은 페루에서 발견한 700만년 전 고래 두개골에서 메갈로돈의 이빨 자국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메갈로돈은 자신보다 작은 고래나 바다사자, 거북 등을 사냥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260만년 전 집단 사냥에 더 뛰어난 범고래류가 발전하면서 메갈로돈의 먹잇감을 가로챘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먹잇감 자체도 급감했다. 스완지대 피미엔토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메갈로돈 멸종 당시 바다생물 속(屬·종 상위의 분류 단계)의 36%가 멸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원인은 기후변화였다. 지구가 빙하기로 들어가면서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고 수온이 낮아져 상어의 먹잇감들이 사라졌다. 메갈로돈이 즐겨 사냥하던 작은 고래들이 사라지고 대왕고래처럼 건드리기 힘든 초대형 고래들만 번성했다.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새끼를 키우던 따뜻한 연안 바다 지역마저 크게 줄었다.
과학자들은 메갈로돈이 살아남았어도 역시 멸종 위기로 내몰렸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피미엔토 교수는 "메갈로돈이 살아남았다면 인간이 더 큰 위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늘날 대형 상어들은 서식지와 먹이를 두고 인간과 경쟁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점에서 과학자들은 영화가 과학을 무시한 것보다 파급 효과를 더 우려한다. 실제로 1975년 개봉한 영화 죠스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재미로 상어를 잡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영화가 상어를 잡아 없애야 할 괴물로 낙인찍었기 때문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