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다"던 그 車, 수소車가 진화했소
수소 생산 新기술 잇따라 개발
수소차가 전기차를 제치고 미래의 자동차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수소차는 친환경 미래 자동차 경쟁에서 에너지 효율과 연료 공급 문제로 전기차에 밀렸지만 최근 기술 발전으로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과학기술 주간지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 8일 특집 기사에서 "수소차 관련 기술 개발이 빨라지고 각국 정부가 수소차 보급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수소차가 정상 궤도로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도 미래 자동차의 주역으로 수소차를 꼽고 있다. 세계 3대 컨설팅 업체인 KPMG가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최고경영자(CEO) 9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2%가 올해 자동차 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수소차를 선정했다. 지난해 1위이던 전기차는 올해 3위로 내려앉았다.
친환경 수소 연료 생산법 잇따라 개발
수소차는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 기체를 반응시킬 때 나오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작동한다. 전기차도 모터로 작동하지만 전원이 배터리라는 점이 다르다. 수소차는 배기구에서 물만 나와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친환경 미래 자동차의 주역으로 꼽혔다. 당시 미국 부시 대통령이 가장 유망한 혁신 기술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하지만 연료 문제가 수소차의 발목을 잡았다.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원하는 대로 공급할 수 있지만 전기료가 엄청 들어간다. 이로 인해 현재는 천연가스를 분해해 수소를 얻고 있다. 석유 자동차를 대체하겠다면서 같은 화석연료를 쓰는 셈이다. 효율도 전기차의 5분의 1에 그쳤다. 전기차는 100㎞를 가는 데 20킬로와트시의 전기가 들어가지만 수소차는 연료 생산까지 감안하면 80~100킬로와트시의 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이를 두고 "수소차는 어리석은 기술"이라고 혹평했다.
최근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잇따라 나왔다. 가장 먼저 호주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만든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바꿔 수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막의 태양광발전소나 먼바다의 풍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고 그 힘으로 물을 분해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소를 공기 중의 질소와 반응시켜 암모니아로 만든다. 암모니아는 섭씨 영하 10도에서 액체가 되므로 석유처럼 선박에 실어 어느 곳이든 수송할 수 있다. 수소는 액체로 만들려면 영하 253도까지 냉각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싱가포르가 호주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한 암모니아를 수소차 연료로 수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지는 지난 7월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마이클 돌란 박사팀이 일본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와 현대차의 넥소를 대상으로 액체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기술을 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심해 미생물로 수소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파푸아뉴기니 인근 남태평양 심해의 열수 분출 지역에서 지금껏 알려진 미생물 중에서 수소 생성 효소가 가장 많은 세균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을 이용해 제철소에서 나오는 폐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부는 3년 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뉴사이언티스는 "수소 연료 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2025년이면 기존 화석연료 자동차와 연비가 비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중교통, 장거리 주행차에 먼저 보급
친환경 자동차가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해지는 것도 수소차 보급에 도움을 주고 있다. KPMG는 2040년이면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수소차·가솔린차·하이브리드차 등으로 용도에 따라 나뉠 것으로 예측했다. 예컨대 출퇴근용 단거리 주행은 전기차, 장거리 주행이나 대중교통은 수소차가 유망하다는 것이다. 수소차는 연료주입 시간이 3~5분으로 가솔린 자동차와 같고 한 번 연료 주입으로 500㎞를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주행거리는 전기차(300㎞)는 물론 기존 자동차(400㎞)보다 월등하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소'(왼쪽).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수소차 '미라이'. /현대자동차·도요타 |
이에 따라 일본은 향후 5년간 수소차 4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수소 버스 100대를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2022년까지 수소 버스 1000대 등 1만6000대의 수소차 보급을 목표로 잡았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