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이 선택한 BMW 전기차 ‘i7′
/인천=박진우 기자 |
BMW가 브랜드의 상징인 7시리즈를 전기차로 출시했다. 지금까지는 소형이나 중형, 해치백,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만 전기차로 선보였다. BMW는 7시리즈 전기차 ‘i7′을 출시하면서 ‘선구주의’(Forwardism)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재미있는 운전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특성을 이 차에 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인천 영종도와 김포를 오가는 약 90㎞ 코스에서 i7 x드라이브60을 시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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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7의 외관은 내연기관을 장착한 740i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BMW의 상징 디자인인 키드니 그릴(kidney·그릴 모양이 콩팥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 존재감을 낸다. 그릴 주변에 들어간 조명은 그릴의 웅장함을 더욱 살려준다. 주간 주행등은 그릴 양옆으로 긴데, 반짝임이 마치 보석 조각 같다. 보석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한 크리스털 조명이 들어간 덕분이다.
BMW i7 x드라이브 디자인 퓨어 엑설런스. /BMW 제공 |
경쟁 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전반적으로 매끄러운 느낌이라면 BMW 7시리즈는 조금 더 날이 서 거친 느낌이다. 이는 7시리즈가 쇼퍼 드리븐(chauffeur-driven·운전 기사가 모는 의전 목적으로 제작된 차)보다는 오너 드리븐(운전자가 중심이 되는 차)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성능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잘 달린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7시리즈의 뒷좌석에 타는 사람을 여러 기능도 잊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버튼만 누르면 문이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다. 4개의 문이 모두 자동으로 작동한다. 옆 차나, 장애물에 따라 열리는 각도가 달라진다. 좁은 공간에서는 문이 좁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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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오르니 미래적인 느낌이 인상적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현란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앞 창에 비춰지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마치 우주선을 조종하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대부분의 버튼은 터치식으로 누르는 느낌을 내기 위해 ‘햅틱’ 기능이 들어갔다. 버튼은 너무 많아 모든 기능이 다 활용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전기차의 전원을 켜고,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했다. 기어 레버를 ‘D(드라이브)’에 맞추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i7은 경박한 가속보다 묵직한 가속을 추구한다. 힘이 달리는 건 아니다. 총 544마력을 내는 두 개의 전기모터가 S클래스보다 10㎝나 긴 차를 매끄럽게 밀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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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내 디스플레이는 계기판과 일체형으로 커브드(휘어지게) 처리를 했다. 디스플레이 내 그래픽이나 아이콘 등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전반적으로 현란하다. 내비게이션은 보기가 조금 불편하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활용하는 게 훨씬 더 직관적으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여러 운전 보조 시스템이 들어갔는데, 스티어링휠(운전대)에 붙어있는 버튼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i7은 차체 기울기를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가 탑재됐다. 진가는 곡선 주로에서 나타나는데, 과장을 조금 보태면 같은 그룹인 롤스로이스의 주행 감각보다 훨씬 부드럽다. i7의 무게는 2.7t. 이 거구를 움직이는 데 차는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묵직한 가속을 하면서도 시속 100㎞까지 높이는 시간은 단 4.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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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의 재미를 잃지 않도록 가속 시에는 특유의 소리가 난다. 전기차는 원래 소음이 없어 밋밋한 느낌인데 BMW는 가속에 따른 사운드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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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7을 비롯한 모든 7시리즈에는 BMW 시어터 스크린이 들어간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31.9인치 스크린이다. 문에 달린 디스플레이 컨트롤러에서 ‘시어터 모드’를 눌렀더니 블라인드가 펼쳐지고, 좌석이 약간 편안한 위치로 바뀌면서 영상이나 음향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최적의 자세를 만든다. 바워스 &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어떤 종류의 음악이라도 콘서트홀에서 듣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구현한다.
i7에 탑재된 삼성SDI의 P5 배터리는 105.7㎾h 용량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녀 이 큰 차의 최대 주행거리가 복합 기준 438㎞에 달한다. 시승 당일 매서운 추위가 이어졌고 차를 꽤 역동적으로 몰았음에도 90㎞를 주행하는 동안 주행가능 거리가 크게 줄어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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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계열사 대표를 위해 10대를 계약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되긴 했지만, 단순히 삼성 배터리가 장착돼 이 회장이 선택한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i7 x드라이브60의 가격은 2억1570만~2억1870만원이다.
인천=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