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꼬리 흔드는 여우… 유전자에서 비결 찾았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친구가 되려면 길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여우를 길들일 수 있는 비결을 유전자에서 찾아냈다.
미국 일리노이대의 행동 유전학자인 안나 쿠케코바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발표한 논문에서 "길들여진 여우와 인간에게 공격적인 여우를 구분하는 유전적 특성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쿠케코바 교수 연구진은 길들여진 여우와 공격적인 여우, 그리고 아무런 구분 없이 사육한 여우 등 세 집단에서 각각 10마리씩 골라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103군데에서 각 집단을 구분 짓는 유전자 차이가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아이와 놀고 있는 붉은여우. 러시아 과학자들은 1959년부터 온순한 개체만 골라 교배하는 방식으로 야생 여우를 길들였다. /러시아 세포학·유전학 연구소 |
러시아 과학자들은 1959년부터 시베리아의 한 농장에서 야생 붉은여우를 사육하면서 온순한 개체만 골라 교배 하는 방식으로 길들여왔다. 그 결과, 8세대 만에 개처럼 사람을 잘 따르는 여우가 나타났다. 러시아 연구진은 동시에 사람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여우들만 골라 따로 교배했다.
쿠케코바 교수는 여우의 행동을 좌우하는 유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SorCS1'이라고 밝혔다. 이 유전자는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이나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분석 결과, 길들여진 여우의 61%가 SorCS1의 특정 형태를 갖고 있는 반면, 공격적인 여우는 해당 유전자가 전혀 다른 형태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쿠케코바 교수는 "SorCS1 유전자는 기억과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며 "해당 유전자가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사회성 결여와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할 단서도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SorCS1 유전자는 인간의 자폐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