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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를 이케아로 채웠더니… 방문객 50% 늘더라

대림산업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서 분양 중인 'e편한세상 연산 더 퍼스트' 모델하우스의 전용 76㎡, 84㎡ 주택 내부를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의 가구와 소품으로 꾸몄다. 그동안 모델하우스에선 실내가 조금이라도 더 넓어 보이도록 건설사가 맞춤형으로 제작한 가구를 배치해 왔다.


하지만 이 모델하우스는 침대와 소파, 식탁과 의자 등 가구뿐만 아니라 카펫과 커튼, 냄비, 화분 받침대, 플라스틱 수납함 같은 소품까지 모두 이케아 가격표가 달린 실제 판매 제품으로 채웠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이케아 '쇼룸'으로 활용한 것은 국내에선 이곳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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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e편한세상 연산 더 퍼스트’ 모델하우스에서 고객들이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의 소품으로 꾸며진 쇼룸을 보고 있다. 이 모델하우스는 침대와 소파, 식탁, 의자뿐만 아니라 집안 내 모든 소품을 이케아에서 실제로 판매하는 제품들로 채웠다. /부산=김동환 기자

대림산업은 지난해 11월 분양을 시작한 뒤 방문객의 발길이 뜸해진 모델하우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 4월 이케아와 손을 잡았다. 내년 2월쯤 부산 지역 첫 매장인 동부산점 개관을 앞둔 이케아에도 좋은 기회였다. 사전에 별도 쇼룸을 마련하지 않고도 잠재 소비자인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김도현 대림산업 분양마케팅 팀장은 "고객들이 모델하우스에서 e편한세상의 다양한 특화 설계를 감상하고, 이케아 쇼룸에선 인테리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며 "이케아와 협업 이후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50%가량 늘었고, 실제 아파트 계약으로 이어진 고객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 쇼룸을 품은 모델하우스

유통업계가 오프라인 공간을 보유한 기업과 손을 잡고 색다른 협업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홍보를 위한 전용 전시장을 차렸던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아파트나 사무실, 호텔 등 기존 생활공간을 재발견해 자연스럽게 제품을 알리는 시도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마트는 자사 제품을 알리기 위한 무대로 공유 숙박 업체 에어비앤비를 주목했다. 지난해 7월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서울 연남동 단독주택 1층의 게스트하우스(전용면적 66㎡)를 통째로 빌려 '이마트 하우스'로 2주간 운영했다. 거실과 방, 주방 등 모든 공간에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가구와 생활용품, 가전 기기를 채워넣었다. 이곳은 이마트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실제 주거 공간에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에어비앤비 숙소의 감각적인 인테리어 후광 효과도 이마트가 누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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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서울 연남동의 단독주택을 빌려 2주 동안 운영한 ‘이마트 하우스’. /이마트

가구업체 퍼시스그룹의 디자이너·스타트업 전문 브랜드 데스커는 지난 4월 공유오피스 업체 패스트파이브의 삼성 2호점 라운지에서 '스탠딩 워크' 체험존을 운영했다.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 직원들이 자유롭게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 신사동에서 전시홍보 공간인 '데스커 시그니처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업무 공간에서 체험존을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스커 관계자는 "스타트업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는 데 양사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체험의 장이 된 호텔

호텔은 다양한 업종의 브랜드 간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홈인테리어 기업 한샘과 호텔신라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신라스테이 해운대에 '키즈 룸'을 만들었다. 한샘의 인디언 놀이 텐트, 키즈 테이블, 책장 등으로 꾸민 객실로, 9월 말까지 '한샘 키즈 패키지'를 운영한다.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는 제주신라호텔과 제휴를 맺고 지난 5월부터 매트리스와 베개, 쿠션 등 대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템퍼 객실'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생활공간에서의 체험을 추구하는 업체들의 마케팅 제휴가 앞으로 더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될수록 오프라인 공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 가치'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공간 속에 자연스레 노출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적고, 향후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건설사나 호텔 입장에서도 기존 공간에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제공할 수 있어 이득이 된다. 구민정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은 소비에 있어서 경험과 재미를 우선순위로 둔다"며 "지향하는 가치관이 맞고 브랜드 이미지가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기업들이 실제 공간 속에 제품이 스며들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lss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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