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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블폰은 몸값 띄우기용?… 5년째 적자 스마트폰 두고 고심하는 LG

새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대폭 축소 조짐

ODM사업담당 신설로 외주 생산 확대

핵심부서 폐지로 직원 재배치 속도



조선비즈

LG전자가 올해 CES에서 5초간 공개한 롤러블폰 ‘LG 롤러블’. 세부적인 스펙은 소개하지 않았다. /LG전자

새해 벽두부터 LG전자(066570)가 만성 적자의 스마트폰(MC) 사업본부를 정리할 것이란 루머가 나오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결정했고, 이를 이달 말 공식 발표할 것이란 이야기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2015년부터 5년간 연평균 90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지속적으로 내 온 만큼 ‘언제 정리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LG전자 주가를 짓눌렀던 요인이 스마트폰 사업인 만큼 사업부 매각이 현실화한다면 기업가치가 4조~6조원가량 급증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LG전자 측은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부 매각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올해 내놓을 롤러블(화면이 돌돌 말리는)폰까지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할 리 있냐는 반응도 있다.


그런데도 ‘구광모 LG 회장 체제 4년 차’를 맞아 빠르게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는 LG그룹이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할 수도 있을 것이란 추측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LG전자 스마트폰과 함께 실적 발목을 잡았던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가 최근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 ‘LG 마그나’를 설립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결단을 내릴 시기가 임박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LG전자가 롤러블폰으로 몸값을 띄우고 언제든지 사업을 매각할 수 있다는 루머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를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스마트폰 사업 대폭 축소가 일단 유력

19일 업계 의견을 종합해 보면, LG전자는 MC사업본부 R&R(role and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롤러블폰 같은 하이앤드(고사양) 스마트폰 정도를 제외하곤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을 통해 생산을 최대한 효율화하고, 대신 남는 관련 인력들을 타 부서로 재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각설이 흘러나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MC 사업본부 내 핵심부서를 일부 없애고 ODM 사업담당을 신설하는 등 원가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외주생산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30% 정도 비중이었던 LG전자의 ODM 비중은 올해 70%까지 두 배 이상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LG그룹이 출범한 인공지능(AI) 전담조직이 3년간 1000여명의 그룹 내 AI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전부를 당장 신규 채용하기 어려운 만큼 MC사업본부 내에서도 일부 이동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MC사업본부 내 임직원은 4000명 미만이다.

녹록지 않은 스마트폰 환경, 롤러블폰의 운명은

"CES에서 5초 공개한 영상만 봐도 LG전자는 롤러블폰을 양산하지 않을 것 같아요.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CES에서 보여준 롤러블폰 영상을 통해 스마트폰 사업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단 점을 확인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LG전자가 올해 하반기라도 롤러블폰을 출시할 계획이 있었다면, 제품을 이렇게 짧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세히 소개했을 것"이라며 "‘우리 이런 기술 있다’고 광고한 셈인데, 반응이 좋았던 만큼 추후 해외 업체에 매각할 때 어느 정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열린 CES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롤러블폰이 자동으로 펼쳐졌다가 접히는 짧은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세부적인 스펙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소개자료에도 롤러블폰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대작인 롤러블폰을 제외하고 보면 LG스마트폰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부진으로 영업적자가 20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여기에 최근 (화웨이 빈자리를 공략하기 위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오포·비보·샤오미가 공격적으로 관련 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핵심 부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BOE와 손잡고 개발 중인 롤러블폰 역시 주요 고객사인 애플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업계는 전하고 있다. LG전자의 롤러블폰 양산 목표 물량이 30만대 남짓으로 작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한국 생산공장을 해외로 완전히 이전하면서 생산 관련 인력 재배치를 선제적으로 마친 상황이다. 현재 보유 자산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중국, 브라질, 인도에 있는 스마트폰 공장, 본사 인력, 지식재산권(IP) 등이 있다. 이를 중국 등 해외 스마트폰 업체에 매각할 여지가 아주 없지 않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LG전자가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비보와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 협상을 벌이다 결렬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MC사업본부 폐지 후 ‘미니 부서’ 운영 가능성

자산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하기보다는 MC사업본부를 폐지, 다른 사업본부 내 미니부서로 운영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를테면 VS사업본부 내 한 사업부로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은 부서로 일본 소니처럼 1년에 1~2개 주력 스마트폰만 내놓는 카드를 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기술이 자동차, 모빌리티 등과도 연계돼 있는 만큼 기술리더십을 보여주면서 마케팅·개발 비용을 줄여 분기 2000억원 이상 나는 적자를 해소하고 다른 사업에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는 최근 CES를 통해 AI로 구현한 가상인간 ‘김래아’를 기조연설 무대에 올리는 등 다양한 미래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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