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침실·회의실… 볼보 자율車가 온다
뉴욕 집에서 앱으로 목적지 워싱턴DC를 입력하고 차량을 부른다. 이동 중에 먹을 식사 메뉴도 미리 주문한다. 차량이 현관 앞에 도착하면 가방을 넣고, 코트는 벗어 걸어놓는다. 차량이 출발하면 왼쪽 창문에 워싱턴까지 남은 거리와 시간·지도가 표시된다. 버튼을 누르자 차량 앞쪽에 모니터가 올라오고, 보고 싶은 영화를 말로 선택한다. 배가 고프면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으면 된다. 밤이 되면 시트와 탁자는 침대로 바뀌고, 간단히 세수도 할 수 있다. 승객이 잠든 사이 차량은 목적지에 도착해 승객을 내려주고 떠난다.
지난 6일(현지 시각) 볼보가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본사 디자인센터에서 공개한 전기 자율주행 콘셉트카 360c의 모습이다. 볼보는 이날 가상현실(VR)을 통해 자율주행차에 대한 볼보의 비전을 제시했다. 콘셉트카에 명명(命名)된 360c는 우리의 일상을 360도 바꾸고, 전후좌우 할 것 없이 360도 안전한 차량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15년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워라밸·주거환경 바꿀 것"
볼보는 자율주행 차량을 기술적 측면보다는 자동차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360c의 외부 디자인은 하나지만 내부 디자인은 1인용 슬리핑 공간, 4인용 이동식 사무실·거실·엔터테인먼트 공간 등 4가지로 출시될 예정이다. 4인승 360c에선 차량 안에서 파티를 즐길 수 있고, 태블릿 PC로 활용할 수 있는 테이블을 통해 회의를 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 차량이어서 운전하는 공간이 없고, 전기차여서 엔진룸도 없다 보니 내부 공간이 넓다.
/볼보 |
마틴 레벤스탐 수석부사장은 "360c는 인간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데서 생길 자유와 시간을 고려해 자동차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며 "자율주행 기술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 가능성은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되면 굳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도심에 살 필요가 없어지게 되고, 주거 환경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항공사와 경쟁하게 될 것"
볼보는 360c가 단거리 항공 여행 시장에서 항공사와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주행 중에도 잠을 잘 수 있는 360c를 활용하면 까다로운 공항 보안, 긴 대기 시간, 좁은 항공기 좌석의 불편함 없이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 편안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DC와 뉴욕 사이엔 매일 500편의 항공기가 다닌다. 미국 국내선은 한 해 7억4000만명이 이용해, 시장 규모가 1320억달러에 달한다. 로빈 페이지 디자인담당 수석 부사장은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 같은 파트너사가 슬리핑카, 사무용 차량 모델을 주문하면, 우리 회사가 그에 맞춰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비즈니스와 관련된 방문지나 친구 집, 호텔 등 어떤 곳이든 문 앞에서 문 앞까지 직접 모시는 서비스가 볼보가 꿈꾸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담요를 안전벨트로 활용… "자율주행차 안전표준 마련해야"
볼보는 1959년 지금과 같은 어깨와 배를 두르는 3점식 안전벨트를 최초로 발명했을 정도로, '안전한 자동차'를 강조하는 회사다. 자율주행차에서도 안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몸을 덮고 있던 담요가 충격을 인식하고, 탑승자를 안전하게 감싸주는 안전장치로 변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막시밀리안 미소니 수석부사장은 "상식을 뛰어넘어 평소에 안전벨트로 여겨지지 않는 것들까지도 안전장치가 될 수 있도록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볼보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을 위해 제조사나 브랜드와 무관하게 글로벌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하칸 사무엘슨 CEO는 "자율주행 차량이 보행자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 기준을 수립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전 세계 누구와도 소통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예테보리=전수용 기자(js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