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속으로 ― 국립산림과학원 김송현 산림행정원 인터뷰
국립산림과학원의 트위터 계정에서 진행되는 ‘아침 홍릉숲 소리모임’을 들은 소리 모임 ‘회원’들은 저마다 상쾌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수목원과 천장산 숲이 이어진 국립산림과학원의 홍릉시험림은 자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를 품고 있다. 울창한 홍릉숲을 상상하게 하는 소리 모임은 김송현 산림행정원이 진행하는 콘텐츠로, 많은 이들에게 힐링과 쉼의 순간을 선사한다. ASMR과 백색소음 어딘가에 있는 듯한 자연스러운 소리다. 아침마다 트래킹화를 신고 숲을 걸으며 도심 속 녹음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김 행정원에게 홍릉의 매력에 대해 들었다. 초록빛에 푹 빠진 빛나는 순간이었다.
홍릉시험림은 어떤 공간인가요?
올해가 산림과학연구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예요. 홍릉시험림은 산림과학연구를 위한 기틀이 마련된 의미 있는 곳입니다. ‘시험림’도 산림과학연구를 수행하는 숲이라는 뜻입니다. 전국 곳곳에 시험림이 있어요. 원래는 연구를 위해 개방되지 않는 제한구역이 대부분인데, 홍릉시험림은 주중에는 숲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말에는 방문객들이 탐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습니다.
행정원님의 일주일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매일 똑같지는 않은데요, 유연근무제를 통해 아침 8시 반에서 9시 정도에 트위터로 소리 모임을 진행하고, 국립산림과학원에 대한 자료나 기사 등을 모니터링합니다. SNS로도 시민분들에게 쪽지 등이 오면 확인하고요. 여러 방면으로 국립산림과학원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업무가 연구성과 콘텐츠 개발, SNS 운영이라, 과학원의 연구 성과와 산림과학이라는 분야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콘텐츠로 기획하고 있어요. SNS 콘텐츠 중 ‘홍릉숲의 오늘’ 시리즈는 게시 당일 홍릉숲의 모습을 소개하는 콘텐츠인데요. ‘오늘 석산을 찍어야겠다.’ 하면 석산이 만개한 아름다운 모습을 촬영하고 에디팅해서 SNS에 게시하는 식이에요. 요즘에는 ‘산림자원 선순환체계’를 알기 쉽게 인포그래픽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소리 모임이 60회 넘게 진행되었더라고요. 공공기관에서 이런 콘텐츠를 진행하는 게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집니다. 소리 모임을 기획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출장이나 급한 업무가 없으면 최대한 매일 진행하고자 하는데요. 트위터에 ‘스페이스’라는 서비스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고 흥미로웠습니다. 너무 신기했고, 우리 기관에서 어떻게 활용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침 홍릉숲 소리 모임’을 만들었어요. 기존에 진행하던 ‘홍릉숲 산책’이라는 라이브 방송에서 소리 전달을 중점에 두고 ASMR처럼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첫날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과학원을 알리는 역할도 하겠지만, 사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이 어려워졌고, 사정상 숲을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들도 계시잖아요. 숲을 소리로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소리 모임에 앞서 어떤 채비를 하시나요?
일단 트래킹화를 신어요. 초반에는 운동화를 신었는데 매일 나가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오더라고요.(웃음) 여름에는 모자를 쓰고, 스마트폰이 완충되어 있는지 확인해요.
SNS를 통해 국립산림과학원을 접하고 홍릉숲에 방문하는 분들도 있나요?
평일에 숲을 소개해주시는 숲해설가 선생님들이 계시거든요. 이용객들과 직접 대면하시는데, 종종 SNS를 보고 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셨어요. 팔로워들께서 방문해서 인증샷을 남겨주시는 경우도 있고요.
SNS에서 ‘새우튀김(다람쥐나 청설모 등이 파먹은 잣나무류 구과를 부르는 별칭) 자랑대회’를 주최하시기도 했어요. 8월엔 ‘제6회 반려식물 자랑대회’도 열렸고요. 계정 운영에 부담은 없으신지 궁금해요.
‘산림과학’이라는 키워드는 한정적이어서 좀 더 재미있고 확산성 있는 이벤트가 뭘까 생각하다가, 나무와 숲과 관련된 일상 속의 반려식물을 키워드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 기획하게 됐어요. 서브 계정인 ‘홍릉숲 친구들’에서는 숲에 사는 여러 동물들을 촬영해서 업로드하는데, 직접 찍기도 하고 팀원분들께 제보를 받기도 해요. SNS 운영은 부담이 없지 않죠. 특히 밈 등을 활용하기 전에 긴 시간 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불편한 마음을 주지 않아야 하니까요.
평소 식물에 관심이 깊으셨던 편인가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숲과 식물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림과 식물이 함께하는 식물 세밀화에 빠졌어요. 관련 자료를 찾다가 국립산림과학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려식물로는 사무실에서는 스투키와 아이비를, 집에서는 국화와 오렌지자스민을 키우고 있어요.
홍릉숲에서 동물을 돌보는 시스템도 있나요?
국립산림과학원 내에서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어느 한 개체가 많아지거나 줄어들 때 숲에 어떤 파장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숲에서 산불 방지를 위해 낙엽을 긁어내거나, 수목이 고사할 조짐이 보이거나, 위험해서 벌채하는 경우 외엔 최대한 손을 대지 않아요. 예전에 태풍이 심하게 왔는데 그때 진입로 한가운데에 나무가 쓰러져 있었어요. 그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드러내고 주변 정리를 하긴 해요. 버섯도 많이 자라는데, 그걸 뽑아내거나 하진 않아요. 그 자체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거든요. 원래 버섯을 연구하는 부서가 홍릉에 있다가 수원으로 이사를 갔는데, 버섯 박사님이 종종 홍릉숲에 어떤 버섯이 자라났는지 근황을 묻기도 하세요.(웃음)
수목원 내에 나무병원이 있더라고요. 그곳은 어떤 일을 하나요?
여러 숲이 있는데, 홍릉숲만이 가진 매력은 뭘까요?
이곳엔 다양한 수종이 모여 있어요. 다른 기관들 혹은 해외에서 연구 교류차 받는 묘목들이 식재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나무들을 만날 수 있고요. 산책로를 조성하고, 조경 작업을 한 수목원들의 경우, 아름답지만 약간 인공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이곳은 인위적인 간섭이 적은, 숲의 울창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