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해 한 번 더 고민한 바느질 한 땀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몇몇 연예인들이 실행에 옮기며 화제가 되고 있는 ‘에코 웨딩’을 선보이는 기업이다. 이름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한 땀의 수를 놓는 그들은 축의금과 사진만 남는 결혼식 아닌 신랑과 신부, 하객 그리고 자연에게도 돌아갈 것이 있는 결혼식을 지향한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획일화된 결혼식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들을 만나 보았다.
순간을 넘어 그 이후를 고민하는 결혼식
에코 웨딩,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 번 정의를 내려주시겠어요?
에코 웨딩은 말 그대로 결혼식의 전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걸 말해요. 결혼식에 사용되는 모든 제품을 결혼식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거예요. 제품 수명과 다양한 기능을 고려해서 말이죠. 결혼식장을 꾸미는 데 사용된 꽃이나 음식을 하객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거나 뿌리가 있는 부케를 사용하는 식으로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부케는 생명을 더할 수 있도록 뿌리를 잘라내지 않는다.
슬쩍 듣기만 해도 솔깃하네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일반 웨딩 업체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보통 결혼식에서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이른바 ‘스드메’가 하나의 프로세스로 진행돼요. 드레스를 대여해서 스튜디오 촬영을 하고 메이크업까지 업체에서 해주는 거죠. 문제는 간소하게 웨딩드레스 한 벌만 빌리고 싶어도 그렇게 해주는 업체가 없단 거예요. 다들 웨딩드레스 3벌에 색이 있는 칵테일 드레스와 남성 수트까지 포함해서 세트 요금을 받아요. 반면에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옵션을 강요하지 않고 친환경 소재로 웨딩드레스를 제작해 결혼식 당일에만 입는 게 아니라 원피스 등으로 리폼해서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만들어 드려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웨딩드레스.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결혼식 후 웨딩드레스의 레이스 장식을 수선하여 원피스로 만들거나 아예 원피스로 제작한 후 롱스커트만 덧입혀 예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보통 웨딩드레스는 가격이 꽤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대여가 아닌 제작 판매를 시작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웨딩드레스는 제작에 품이 많이 드는 옷이에요. 대량 생산을 하는 게 아니라 한 벌씩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기 힘들어요. 웨딩용 합성 섬유 자체도 비싸고요. 또 옷의 특징상 빌려 입기도 힘든데요. 드레스가 순백색이다 보니 3, 4번만 입어도 새 옷이라고 보기가 어려워요. 지퍼 역시 개인 사이즈에 맞춰서 만들어져서 신부들이 빌려 입는 걸 썩 내켜 하지 않고요. 그래서 드레스를 대여해주기보다는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다면 에코 웨딩의 전체적인 비용은 어떻게 되나요?
전체적인 비용은 평균 예식과 비슷한 편이에요. 하지만 일반 웨딩은 전부 반납해야 하는 반면에 에코 웨딩은 반납이 없다는 점에서 더 저렴하다고 볼 수 있죠. 식이 끝나고 수트나 드레스, 꽃, 음식 등 다시 가져가고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보니까 신랑 신부뿐 아니라 부모님이나 하객들도 무척 좋아하세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기획한 결혼식장 풍경. 꽃장식부터 부케까지 버릴 게 하나 없다.
전체적인 일의 규모가 상당해 보이는데요, 어떻게 처음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저는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촌해서 3년 반 정도 마을 일을 도우면서 살았어요. 그러다 야간 대학원에서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면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공을 살려 옷을 만드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은 거고요. 처음엔 친환경 우비나 유니폼을 제작했고 몇몇 연예인들이 에코 웨딩을 하면서 드레스나 웨딩 사업이 일반인 사이에서 많이 알려졌어요. 웨딩 사업 전반을 다루게 된 건 고객분들의 피드백을 받고 하나둘씩 요소를 추가하면서예요. 쉽게 썩어서 분해될 수 있는 소재로 만든 일회용 드레스로 시작해 지금은 신혼여행까지 공정여행으로 소개하고 있죠.
구체적으로 전반적인 사업 분야를 소개해주시겠어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사실 웨딩 기업이라기보다는 친환경 의류업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에코 웨딩을 비롯해 에코 리빙, 에코 유니폼 등의 분야가 있어요. 먼저 에코 리빙의 경우 결혼 후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고객분들이 마주치는 문제를 고민하던 중에 나온 건데요. 티셔츠나 양말, 모자 등의 영유아용품이나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에코 유니폼의 경우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시청 같은 관공서나 병원에서 입는 단체복을 만들어 드려요. 디자인을 바꾸거나 자주 닳는 부분을 두 겹으로 만들어 1년 입을 옷을 2년 입으실 수 있도록 내구성을 강화하여 제작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이런 다양한 일들을 다루시려면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전체 직원은 현재 6명 정도예요. 한때 직원이 12명까지 늘어난 적도 있었는데요. 직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일이 많아지거나 매출이 올라가는 건 아니더라고요. 각자 자기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한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면서 후임을 잘 키워야 유지가 돼요. 사실 이런 점들을 깨닫게 된 건 한화 친환경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을 받으면서인데요. 지원사업을 통해 직원 교육을 진행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사업 규모 확대를 위한 인식을 전환하는 데에 큰 도움을 얻었어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 대표
많은 스타트업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확실히 잡고 가셨네요. 그 외에 지원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으시다면요?
전체적인 시스템을 잡고 제품 개발을 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청첩장의 디자인적인 요소를 보완하거나 에코 웨딩 아이템을 쉽게 관리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소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식으로요. 또 지방에서도 에코 웨딩을 시도해볼 수 있었는데요. 그동안 요청은 많았지만, 엄두를 못 내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부산에서 직접 서울까지 올라오실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인 분이 계셔서 지방으로 확산할 필요를 확실하게 느꼈죠.
지방에서 진행한 에코 웨딩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서울에서 전체적인 결혼식을 계획하고 드레스를 비롯해 몇몇 디자인 웨딩 소품을 지방에 내려보내면 현지에서 꽃이나 음식을 조달하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몇 건 진행한 후에 흐지부지됐어요. 단지 서류만 내려보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 데코레이션 등을 같이 연구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부족했어요. 예를 들어, 부산은 결혼식에 오신 분들에게 차비를 주는 문화가 있어요. 대구는 답례품과 차비를 주는 비율이 반반 정도고요. 이런 부분에서 지역 분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완벽하게 맞추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분명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성북동에 위치한 대지를 위한 바느질 사무실이자 쇼룸
그렇다면 앞으로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나아갈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에코 웨딩 안에서 마을 웨딩이란 아이템을 새롭게 시도해보고 있어요. 저는 현재 웨딩 업계의 가장 큰 문제가 강남을 거치지 않을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정 컨설팅 업체의 전체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다 보니 다른 쪽에서도 그 방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마을을 중심으로 결혼식을 올려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해요. 작년에 두 커플이 성북구를 중심으로 결혼식을 진행했는데요. 성북구청을 식장으로 사용하고 잔치 음식은 지역 음식점에서 조달하거나 동네 할머니들이 직접 만들어주셨어요. 이 경우 웨딩 수익의 60%가 지역으로 환원돼요. 시스템이 잡히면 할머니분들께 일자리도 제공하고 남는 식재료는 어르신들을 위해 저렴한 식당을 운영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죠.
환경 그 이상의 사회 문제에도 손을 뻗치고 계시네요. 마지막으로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실 환경은 죽을 때까지 가져가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단순히 환경에 국한되기보다는 사람들을 더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나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에코 웨딩 자체가 외국에서도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문화를 바꾸는 일을 하는 거죠. 그래서 올해는 회사 슬로건도 ‘사회적 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서 ‘소셜 아이디어 그룹 대지를 위한 바느질’로 바꿨어요. 사회적 아이디어를 같이 실천해나가는 조직 생태계가 되는 것, 그게 저희 목표예요.
에디터 이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