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일어나기 전에 디카프리오를 봐야 하는 이유 3가지
2016년 10월 미국에서 다큐멘터리 하나가 상영됐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 및 출연을 해 화제가 된 이 다큐의 제목은 'Before the flood'. 우리말로 번역하면 '홍수가 일어나기 전에'다. 다큐멘터리는 제목에서 말하듯이 기후변화의 실상을 보여주며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가 홍수가 나기 전에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다큐멘터리는 11월 8일 미국 대선에 앞서 개봉했다. 다큐를 본 미국 시민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지도자를 선택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대선은 끝이 났고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 말하는 새로운 대통령도 탄생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다큐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하나에만 있지 않다. 'Before the flood'를 추천하는 이유 3가지를 다큐 속 장면에서 골라 소개한다.
1. 이대로라면 그린란드는 사라진다
디카프리오는 3년 동안 기후변화를 마주하기 위해 직접 5대륙과 북극을 돌아다녔다. 미국, 캐나다, 인도, 중국, 팔라우,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그리고 바티칸까지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는 참혹한 현실을 마주했다. 그중 다큐멘터리 첫 번째 장면으로 등장하는 그린란드. 그는 직접 그곳으로 가 북극의 얼음이 어떠한지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로 그곳에서 사냥하며 살아온 원주민을 만나 북극의 변화에 대해 듣는다.
"맨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는 빙하가 진한 파란색이었어요. 그만큼 얼음이 두꺼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아이스크림 같아요. 얼음이 단단하지 않고, 녹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북극의 변화가 뭐 그리 대수냐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북극은 지구 북반구에서 에어컨과 같은 존재다. 이게 고장 난다면 해류가 망가지면서 자연계는 균형을 잃게 된다. 그리고 해류의 영향을 받은 날씨 또한 엉망이 되면서 전 세계에는 엄청난 홍수와 가뭄이 일어나게 된다. 그야말로 환경의 대변화가 일어나는 거다. 우리가 지난 여름 미칠듯한 폭염을 느꼈던 것처럼. 그린란드에서 시작한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에게 바짝 다가와 현실화됐다.
디카프리오는 하염없이 그린란드 얼음이 녹은 바다 사이에서 일각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 이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영상은 잠시 침묵이 흐른다. 백 마디의 말보다 침묵이 주는 울림은 더 컸다.
2. 바보야, 문제는 지구 온난화야
우리 옆으로 바짝 다가온 이상기후. 기후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디카프리오는 그 원인을 알기 위해 대기과학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기후과학자 97%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화석 연료의 연소와 인간 활동으로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거대 화석 연료회사들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들의 경제활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부를 지키기 위한 유명 회사들은 미국 하원의원과 상원 환경의원을 돈으로 매수해 미 의회에서 기후 관련 해결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항상 기후 문제 해결은 저지당한다.
여기서 끝이라면 다행이다. 유명 학자나 지식인들을 매수해 언론에 나가 거짓을 말하게 한다. 지난 몇십 년에 걸쳐서 밝혀진 과학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비판하도록 말이다. 이는 대중들에게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데 영향을 끼쳐 혼란만 가중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정말 거짓말인가? 다큐에선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이 보낸 위험 신호를 과소평가하며 흘려보냈다. 실제로 주요 국가의 정치권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일부러 부정하고 있다.
3. 당신이 이 지구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희망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많이 늦었지만, 정녕 대책은 없는 걸까? 다큐는 개인의 식단과 소비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은 스스로 본래 모습을 찾아가려 하는 정화작용이 뛰어나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자연을 심하게 괴롭히지 않았을 때다. 지금처럼 계속 대기 중에 과다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연을 심하게 파헤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소고기 식단과 팜유의 사용이다. 특히 팜유는 식용유, 가공식품, 화장품, 세제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선 우선 열대우림을 제거해야만 한다. 그나마 열대우림 속 많은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시켜 완충작용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한꺼번에 불태워 버리면서 오히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디카프리오가 헬기로 내려다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는 계속되는 산불 때문에 뿌연 연기로 가득했다. 그러나 생태계를 교란하고, 환경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는 제재에 나서지 않는다. 대형 기업들이 로비를 통해 정부를 자기네 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또 자본이 연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의 식단과 소비를 바꾸는 일과 함께할 중요한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디카프리오가 찾아간 오바마 대통령은 그 해결책이 결국 투표권을 지닌 시민에게 있다 말한다. 앞서 여러 사례에서도 보았지만, 지구온난화 해결은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어떠한 로비에도 흔들리지 않고 환경문제를 해결해가는 정부 말이다. 그렇게 이들이 앞장서 해결해나가야 미래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던 정치인이라도 대중을 이길 수 없을 테다.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론이 형성되면 정치인들은 대중을 좇게 될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의 경우는 학생부터 어른까지 주장한 덕분에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100%로 합의했다. 환경을 고려하는 개인이 모인다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시민이 될 수 있다.
환경은 우리가 사는 거대한 집과 같다. 그러나 우리는 삶의 터전인 집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집이 무너져가지만, 환경문제는 여전히 남의 일이 되어 실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물론 문제는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에게도 있다. 다큐멘터리는 미국의 치부가 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진 그러하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변화를 만들어가야만 지구의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의 기회를 우리의 손에 쥐여준다.
디카프리오가 다큐에서도 말하듯이 ‘현실은 영화와 같지 않아서, 원하는 결말을 만들 순 없다. 다만 우리는 앞으로 할 일을 결정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을 소비하며, 어떻게 투표할지 고민하는 일에서 시작해서 지도자에게 기후변화 해결을 촉구하는 거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런 일련의 과정을 고민하는 게 와 닿지 않고 막연하다면 디카프리오가 만들고 직접 출연한 이 다큐를 홍수가 일어나기 전에 직접 보길 권한다. 전 세계 곳곳 기후변화를 담아낸 자연 영상은 당신을 압도할테다. 그리고 다큐 마지막에 디카프리오의 UN 연설을 볼 때쯤이면 환경을 위해 뭔가를 행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Images capture of 다큐멘터리 'Before the Flood'
에디터 이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