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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리, 발에 신기만 할 건가요?

‘쪼리’라는 별명을 가진 플립플랍을 물놀이할 때 신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엄지발가락에 쥐가 나도록 힘을 주어도 큰 파도가 지나가고 나면 어느새 플립플랍은 발에서 벗겨져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렇게 벗겨지고 다시 신기를 한두 번, 어느 순간부터는 귀찮아지고 어차피 얼마 안 하는 거 버리고 맘 편히 수영이나 하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곤 내년에 물놀이를 올 때는 크록스 샌들이나 신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쪼리, 발에 신기만 할 건가요?

버려진 플립플랍, 예술품이 되다

그런데 바로 이 버려진 플립플랍들에서 케냐의 플립플랍 리사이클링 컴퍼니 오션 솔(Ocean Sole)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1997년 오션쏠의 설립자인 줄리 처치(Julie Church)는 북부 케냐에서 키웅가(Kiunga) 국립 해양 보호 구역의 보전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바다에 버려지는 거대한 양의 쓰레기가 일으키는 환경 문제를 연구하던 중, 그 지역의 아이들이 해변에서 버려진 플립플랍을 가져다 장난감을 만드는 것을 보고 그녀는 케냐의 지역 주민들을 모아 플립플랍을 재활용한 예술품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 소규모로 시작했던 사업은 2000년 스위스의 세계 야생 생물 기금(World Wildlife Fund)에서의 대량 주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사업은 점점 발전해 2006년에는 원조에 의존하여 사업을 영위하던 것에서 벗어나 유니크에코 디자인(UniquEco Designs)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후에 그 이름을 지금의 오션 솔로 바꾸게 된다. 이 같은 오션 솔의 사업처럼 이렇게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upgrade) 전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recycling)을 일컬어 업사이클링(Upcycling)이라 한다. 그렇다면 오션 솔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란 무엇일까?

바다 쓰레기의 절반은 플라스틱

왜 하필 오션 솔은 바다에 버려지는 수많은 바다쓰레기 중에서도 플립플랍에 주목했던 것일까? 줄리 처치가 처음 오션 솔을 고안했던 1997년에 발표된 보고서에 그 답이 있다. 플립플랍은 대체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데, 보고서는 플라스틱을 해양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97년 조사 당시 메인만(Gulf of Maine)에 접해 있는 미국과 캐나다 5개 주 바다쓰레기의 50~60%는 플라스틱이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인 97년 미국의 연안 청소작업 중 가장 많이 발견된 쓰레기는 1위가 담배꽁초의 플라스틱 필터였고 그 다음이 플라스틱 조각들이었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다 생물들에게 아주 치명적이다. 자칫 바다 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어 폐사할 수도 있고, 비닐봉지, 포장용 줄 등에 갇혀 굶어 죽거나 질식하여 죽을 수도 있다.

쪼리, 발에 신기만 할 건가요?

버려진 플립플랍으로 여성 빈민 고용, 환경 교육까지

오션 솔은 매년 400,000kg이 넘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제품을 만든다. 또 제품을 만드는 과정,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그 또한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빗물을 모아두었다가 신발을 세척하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도구, 즉 손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실업률이 높은 빈민가의 여성들을 고용하여 일자리를 제공하고, 출산 휴가를 보장하고 의료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등의 복지를 제공한다. 이렇게 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품들의 수익의 5%는 오션 솔 재단(Ocean Sole Foundation)으로 후원이 되며, 그 기금은 해양 생태계의 보존과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 교육에 쓰인다. 버려진 바다의 쓰레기를 주워 예술품을 만들고, 예술품은 다시 해양 생태계를 보존하는 밑거름이 되는 선순환이 완성되는 것이다.

 

어린이가 비행기에 탑승한 경우 항공사는 기념품으로 모형 항공기를 준다. 항공사측에서 어린 손님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이벤트라고 볼 수고 있지만 어릴 때의 이러한 사소한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파일럿을 꿈꾸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 그렇다면 어릴 때 버려진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만들어진 장난감을 가지고 논 아이는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아프리카 대륙의 색감을 담은 오션 솔의 제품을 둘러보고 싶다면? ocean-sole.com

* 참고문헌

박영선.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 방안." 『월간해양한국(한국해사문제연구소)』 Vol.310 (1999): 88-102.

Images courtesy of ocean-sole.com

 

에디터 전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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