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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예약할 수 없는 에어비앤비의 '10달러 짜리 방'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사는 한 남자가 에어비앤비에 자신의 집을 내놓았다. 가격은 단돈 10달러. 어떻게 이 가격에 집이 나올 수 있나 싶어 게시물을 확인해보니 꽤 멀쩡하다. 아니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랑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 기회를 놓칠쏘냐, 냉큼 예약하려고 보니 그제야 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아무나 예약할 수 없는 에어비앤비의

“당신이 난민이나 가정 폭력 피해자가 아니라면 요청을 보내지 마세요. 반드시 적절한 증거를 제시하세요.” (Please do NOT send a request unless you are a refugee or a victim of domestic violence. Must provide appropriate evidence.)

그렇다. 이 집은 급박한 사정으로 인해 쉼터가 필요한 사람에게만 제공되는 특별 숙소다. 명목상 에어비앤비가 규정한 최소 가격 10달러를 받고 있지만, 나중에는 그마저도 다시 돌려준다. 호스트는 34세 남성 Amr Arafa. 그는 왜 자신의 집을 공짜로 내놓기 시작한 걸까?

 

2015년, 작년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난민 이슈가 뜨겁게 올라온 시기였다. 많은 사람은 몇 장의 사진으로 전해진 난민들의 처참한 상황에 가슴 아파했지만, 동시에 그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일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유럽의 많은 국가는 촉각을 곤두세웠으며 미국 역시 설전이 오가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는 이민자에 대한 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해당 문제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르는 주요한 기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파 개인에게 난민을 돕는 일은 정치적 이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집트 출신 유학생이었던 그는 2005년 이후로 무려 11년 동안 매년 비자를 갱신해야 했다. 2015년 마침내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기까지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한 번도 만날 수 없었으며 집을 떠난 지 8년 여 만에야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본 안정감 앞에서 그는 생각했다. 실제 자신이 사는 집을 제공해서라도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환대해야겠다고.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에어비앤비를 시작했지만, 알맞은 게스트를 찾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가격만 보고 연락을 해왔고 너무 많은 요청을 거절한 탓에 에어비앤비에서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르파는 자신의 결심을 굳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 전공 지식을 살려 직접 코딩을 시작했고 급기야 자체 사이트를 오픈했다. 이름하여 이머전시비앤비(EmergencyBnB). 말 그대로 위급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한 무료 숙소 매칭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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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르파의 집만이 제공되었지만,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관심을 보이며 집을 제공하는 사람도 이용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망명 심사를 위해 워싱턴 DC에 머물러야 했던 시리아 커플, 폭력적인 동거인에게서 벗어날 공간이 필요했던 여성 등이 도움을 얻었다.

 

정식 서비스로 발돋움하기에 신원 학인, 안전성 보장 등 이머전시비엔비에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하지만 아르파는 그 무엇보다 ‘이웃들이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상대라 할지라도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는 서구권과 비교하면 난민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지만, 가정 폭력피해자 등을 중심으로 생각해본다면 이머전시비앤비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서비스다. 물론 안타까움이나 다급함은 이해한다 해도 자기 집 문을 열어주는 건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낯선 사람을 집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냐는 질문에 대한 아르파의 답을 다시금 곱씹어 보자면 언젠가 변화의 물꼬는 반드시 트이리라 믿는다.

“클릭과 공유를 통해 이야기를 퍼트리는 건 최소한의 기본적인 일입니다. 돈을 기부하는 건 다음 단계이지요.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향해 당신의 핵심 능력을 헌신할 때, 그것이 무엇이든, 진짜 변화가 일어납니다.” (“Clicking and sharing to spread the word is a bare minimum, donating money is a step up. But dedicating your core competency, whatever it is, towards a cause really does make a difference.”)

에디터 : 이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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