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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복의 비밀은 그림과 QR코드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농촌문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문제다. 도심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농촌의 인구 감소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급격하게 발달한 도시에 비해 농촌은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학교나 의료 시설이 집중적으로 발달되어 있는 도시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촌에 필요한 최소 노동력까지 도시로 빠져나간다는 데 있다. 이는 일손 부족 현상을 낳고 결국 농촌은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마을회복의 비밀은 그림과 QR코드

일본도 우리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북동부의 이나카다테Inakadate는 쌀로 유명한 작은 마을이다. 주 생계 수단이 쌀인 만큼 쌀 판매량은 이나카다테 마을이 유지되는 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일본인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쌀 소비가 줄어들었고 이나카다테의 쌀 판매량 역시 급속도로 줄었다. 또한,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손 부족이라는 고충이 더해져 작은 마을의 어려움은 더 커져갔다. 

 

그때 마을을 구하기 위한 라이스 코드(Rice-code)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라이스코드는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통해 마을의 주 생계 수단이었던 쌀의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프로젝트이다.

 

라이스코드 프로젝트는 보라, 노랑, 흰색, 오렌지, 빨강, 초록과 같은 다양한 색상의 쌀을 심어 논에 그림을 그린 뒤 QR코드 기술을 덧붙여 쌀 판매 사이트로 연결될 수 있게 만들었다. 논에 그리는 그림은 처음에는 100% 마을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마을 재건회에서 올해의 주제를 선정한 뒤 마을의 미술 선생님이 스케치를 하면 측량 경험이 있는 주민이 CAD도면을 그려 논에 좌표를 옮긴다. 그 후 1,200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도면에 맞게 벼를 심는다. 지금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그림을 그린다. 

마을회복의 비밀은 그림과 QR코드

마을회복의 비밀은 그림과 QR코드
마을회복의 비밀은 그림과 QR코드

이 프로젝트는 1993년 농업 환경이 점점 기계화되는 요즘 사람들이 직접 모를 심고 곡식을 거둘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때문에 초창기 작품은 후지산의 모습과 마을을 홍보하는 글귀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논 그림의 예술성이 높아졌고 일본인들이 자주 쓰는 QR코드 기술을 도입해 판매와 배송까지 연결했다. 

 

라이스코드 프로젝트는 온, 오프라인을 통해 소개되었고 사람들은 마을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무려 마을 인구의 30배에 달하는 방문객이 찾아왔다. 쌀 판매량도 치솟았다. 마을은 이 프로젝트로 인해 새로운 활력을 되찾았다. 일본 정부는 이나카다테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기차역까지 만들었다. 

 

이나카다테 마을의 변화는 문제가 시작된 지점에 여러 사람이 머리를 모으는 것으로 시작됐다.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모인 주민들이 결국 자신들의 터전을 바꾸어 놓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부의 진단과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문제가 발생한 그 지점에서부터 스스로 시작할 수도 있다. 또한, 문제의 한복판을 함께 들여다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마련이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마을주민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주민에게 소득 및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일을 마을기업이라고 부른다. 이나카다테 마을의 성과는 마을기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photo(CC) via Chris Lewis, Yari hotaka, Dee / flikr.com

 

에디터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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