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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우다"

지쳐있는 그들의 삶도 다시 한 번

우리는 살면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힌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에게도 힘든 시기는 찾아오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좌절하며, 혹은 분노하며 저마다의 자세로 널브러지곤 한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도 우리는 다가올 내일을 기대한다. 시리도록 춥던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는 것처럼 말이다.

 

쪽방촌에 거주하는 쪽방촌 주민들은 생활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거친 일을 하며 몸이 상하기도 하고, 좋지 못한 주거환경으로 삶의 질이 낮은 편에 속한다. 남대문 인근 쪽방촌 주민의 자립을 위한 자활사업을 하는 ‘꽃피우다’는 함께하는 쪽방촌 주민의 자활이 머지않아 현실이 될 거라고 이야기한다.

Q. ‘꽃피우다’의 소개를 부탁한다.

꽃피우다는 남대문 인근 쪽방촌 주민분들의 자립을 위한 단체다. 기본적으로는 꽃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2014년 7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오프라인 매장도 있지만, 온라인에서 많이 찾아주시는 편이다. 우리가 단독으로 하는 건 아니고 여러 기관이 함께 하고 있다. 우리를 포함하여 남대문지역상담센터, 서울시 중구청, 현대엔지니어링까지 총 4개의 기관이 같이하는 공동사업인 셈이다.

"꽃피우다"

남대문지역상담센터에서는 쪽방촌 주민분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주민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해주신다. 서울시 중구청은 행정 및 운영 제반 사항을 지원해주고, 현재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도 중구청이 도와주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초기 자본지원과 판로 개척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함께해주고 있다.

Q. 함께하는 파트너들이 많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오히려 좋은 점이 많다.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함께하는 파트너들이 많이 채워준다. 쪽방촌 주민분들의 세세한 정보를 얻는 부분이나, 판로 개척도 우리 혼자선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까. 자활 사업이라는 공동의 목적이 견고한 파트너십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처음엔 우리가 대학생 신분으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파트너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지금은 사회적 기업, 비영리단체, 지자체의 다자간 협력모델이 구축됐다. 이런 협력모델은 흔치 않다. 각자가 맡은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쪽방촌 주민분이 술 마시고 다음 날 안 나오시면, 남대문지역상담센터 분들이 가서 어떻게든 데려오신다거나. (웃음)

"꽃피우다"

Q. 어린 나이부터 이런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처음에는 사회 문제나 취약계층 이슈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성공하고 싶어서 고시 공부를 할 계획이었고. (웃음) 필리핀 오지로 의료봉사를 간 적이 있는데, 거기 사는 애들은 스마트폰도 없이 말 타고, 배 타고 다니는데도 너무 행복해하더라. 그때 ‘가치’라는 것에 대해서 새로 눈을 뜬 것 같다.

 

그때가 군대에 가기 전이었다. 충동적으로 이런 생각이 드는가 싶어서 군대를 다녀와도 이 결심이 그대로면 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더라. 그래서 제3개국 현지 개발자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에 개발 경제학을 공부하다가, ENACTUS(당시 SIFE)라는 단체에 들어가게 됐다.

 

ENACTUS는 대학교에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이슈를 가지고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인데, 그 당시에는 탈북 청년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의 형태를 갖추게 됐고, 탈북 청년들과 함께 도시 녹화 사업을 진행하는 ‘에덴 그리닝’을 운영했었다. 도시 녹화라는 사업이 우리의 역량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지금은 꽃피우다에 집중하게 됐지만, 이때 만난 탈북 청년 중 한 명은 디자이너로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Q. 도시 녹화 사업만큼이나 꽃 사업도 쉽진 않을 것 같은데

물론 어려운 점이 있었다. 도시 녹화도 그랬지만, 꽃 사업 역시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기본적으로 꽃을 배달하는 일이 잦은데, 주문 정보를 누락시킨다거나 하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땐 그냥 무릎 꿇고 사죄하는 거다. (웃음) 잘못한 부분을 개선하다 보면 사업이 정교해지는 걸 느낀다. 재미있는 건 초기에는 고객의 취향을 많이 반영해서 꽃을 만들어 드리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규격화시켜서 상품을 팔고 있는데, 고객 만족도는 훨씬 좋아졌다.

Q. 쪽방촌 주민들의 자립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은 솔직히 대단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기엔 부끄럽다. (웃음) 하지만 목표는 명확하다. 기초생활 수급 지원을 받던 쪽방촌 주민분들이 그것보다 나은 경제적 수입을 얻게 하는 것. 그리고 지병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데, 장기적으로는 이분들의 병도 낫게 해드리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지금의 거주지에서 임대 주택으로 입주시켜드리는 게 꿈이다. 실제로 우리와 함께하면서 경제적 수입이 좋아지신 분도 계시는데, 아직은 첫 번째 목표를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쪽방촌 주민분들은 공동작업장이라는 형태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청에서 공동작업장이라는 형태로 하루 6시간 정도의 급여를 제공해주면, 나머지 근무시간에 대해서는 우리가 인센티브를 드리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쪽방촌 주민분들이 일반적으로 막노동이나 식당일처럼 몸 쓰는 일을 많이 하시는데, 여기서 꽃을 포장하고 배달하는 일을 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들 좋아지신다. 꽃 자체가 주는 편안함도 있는 것 같고.

 

개인 고객들은 쪽방촌 주민분들이 직접 배달을 가기도 하는데, 평소 자존감이 낮던 분들의 경우에는 꽃을 받고 기뻐하는 고객을 보면서 스스로 굉장히 즐거움을 느끼신다. 꽃을 받는 사람 중에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다들 웃으며 받아주신다.

Q.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초반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쪽방촌 주민분들과 함께하는 일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지금은 함께하시는 분들과 호흡이 무척 좋다. 처음엔 배달을 가실 때 길을 잘 못 찾으셔서 인터넷으로 직접 다 찾아드리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척척 준비하실 때가 있는데, 너무 좋더라. 우리가 없어도 된다는 얘기니까. 궁극적인 자립을 위해서는 우리가 없이도 해내실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매출이 잘 나올 때도 보람차다. 회사로서는 중요하니까. (웃음)

"꽃피우다"

Q. 꽃피우다의 롤모델은?

장애인을 고용해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베어배터가 멋있게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취약계층의 교육 측면에서도 그렇고 사업적인 측면도 그렇다. 기업에 벨류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명확하다. 단순히 좋은 일을 하니까 사달라는 식이 아니라, 함께 했을 때의 장점을 명확히 제시 한다. 실제로 가본 적도 있는데, 감동을 많이 받았다.

Q. 올해 안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두 가지다. 우선 지금의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 이전하는 거다. 아무래도 지금은 온라인에만 집중하고 있으니까. 오프라인에서도 많은 고객을 만나고 싶다. 두 번째는 꽃과 관련한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는 거다. 일단은 꽃을 주제로 한 강좌를 개설하려고 준비 중이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쪽방촌 주민분들이 이 비즈니스 모델에 안착하시는 게 매우 중요하다. 주민분들이 적응하시면 우리도 좀 더 탄력을 받아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제공: 꽃피우다

 

에디터 김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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