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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일상에 시원한 물 한 모금, 부모님 생각 한 모금

바쁜 하루를 살다 보면, 같이 사는 가족들보다 회사 혹은 학교의 사람들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아침을 챙겨 먹지 않는 이상 평일에는 거의 자기 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게 고작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항상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벌써 몇 년째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어린 시절, 바깥에 나간 자식들에게 별일은 없을까 걱정하던 부모님의 마음은 이제 우리의 것이 되었다. 나이 드신 부모님에게 혹시 별일은 없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들. 물론 부모님의 걱정에는 한참 못 미치더라도 말이다. 국내 IoT 업체 젤리코스터는 유한킴벌리-함께일하는재단의 <소기업비즈니스활성화지원사업>을 통해 부모님의 건강과 자식들의 걱정을 한 번에 해결하는 시니어용 스마트 보틀을 개발했다. 

Q. 젤리코스터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젤리코스터는 IoT(Internet of Things)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창업한 지 5년 정도 됐고, 이전에는 소프트웨어, NFC 서비스 솔루션인 ‘퀵탭’을 제공했다. 물론 퀵탭은 지금도 제공하고 있다. IoT는 재작년 정도에 시장 진출을 결정했고, 조만간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첫 번째 IoT 제품은 ‘eightcups’라는 스마트 보틀이다.

Q.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하드웨어 쪽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팀 내부의 상황이 잘 맞았다. 우리 팀의 CTO(Chief Technology Officer)가 관련 분야를 전공해서 하드웨어 분야로 진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우리의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열정이 텀 전체에 공유되고 있었다. 근데 시작하자마자 큰코다쳤다.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웃음)

건조한 일상에 시원한 물 한 모금,

젤리코스터의 주정인 대표

다음은 시장의 상황이었다. 젤리코스터가 설립되었던 2010년 즈음은 앱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때였다. 앱 산업이 성장하고, 시장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지금의 IoT 산업이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예측해볼 수 있었다. 결국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일상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보았고, 그런 일상에 스마트한 기능을 부여하는 걸로 시장이 커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취지에서 스마트 보틀을 개발하게 됐다. 텀블러나 보틀은 항상 쓰니까.

Q. eightcups, 어떤 제품인가?

eightcups라는 이름은 일일 권장 수분 섭취량이 물 8잔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eightcups는 핵심적으로 세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물을 마실 시간이 되면 알람이 온다. 이 시간은 인간의 분당 수분섭취율을 계산해서 목이 마르기 전에 물을 마시라고 알려주는 거다. 두 번째는 물을 마시고 나면 자동으로 센서가 감지해서 얼마나 마셨는지 기록해준다. 세 번째 기능은 이러한 기록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물 마시는 습관을 길러준다. 포인트를 쌓아주는 식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이 포인트는 캐시로 돌려줄 계획이다.


함께일하는재단-유한킴벌리의 <소기업비즈니스활성화지원사업>을 통해 이번에 개발한 스마트 보틀은 시니어를 위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시니어 분 중에서 약 먹을 시간을 잊는 분들이 많은데, 그들을 위해 약 먹는 시간에 맞춰 알람을 제공하고 일정 기간 동안 알람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SNS 등을 통해 자녀에게 신호를 보낸다.


가격은 사실 저렴한 편은 아니다. 일단 제작단가가 높으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유사 제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99불(약 11만 9천 원) 정도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우리도 그 정도의 가격을 고려 중이지만, 유통구조를 단축해서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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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기적으로 사용하면 어떤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우선 건강이 좋아진다. (웃음) 수분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운동 퍼포먼스가 좋아지니까. 신체적인 변화가 가장 첫 번째다. 요즘은 건조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은 특히 그 효과를 많이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니어 분들의 경우 제때 약을 챙겨 드실 수 있게 되고, eightcups를 사용하는 것 자체로도 자녀 분들이 조금은 안심하실 수 있을 것 같다.

Q. 많은 IoT 제품 중에 스마트 보틀을 기획한 이유가 있다면?

IoT 시장에서도 일상에 밀접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물’이었던 이유는 시장이 크니까. (웃음) 물은 마시지 않고는 살 수가 없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요로결석에 걸려서 고생한 적이 있는데, 의사가 하루에 물을 3~4ℓ는 마셔야 한다고 했다. 나름 마신다고 마셨는데 내가 몇 ℓ나 마시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도 좋은 양수를 만들려면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는데, 아내도 깜빡하는 일이 잦았고. 이런 부분을 해결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다만, 스마트 보틀의 활용처를 물에만 국한할 생각은 없다. 어떤 액체를 담았을 때, 그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게끔 하는 머티리얼 디텍팅 기능을 특허출원해놓은 상태다. 예를 들어 커피를 담으면 라떼인지, 카푸치노인지, 아메리카노인지 구분할 수 있다.

Q. 국내 IoT 시장의 상황은 어떤가

나도 엄청난 전문가는 아니라, 추측하는 수준이지만.. (웃음) 국내 시장에서는 IoT 제품들이 일상에 많이 침투했다고 본다. 실제로 샤오미 미밴드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도 상당히 쓰이고 있고. 이미 주목받는 기업들이 꽤 많이 출현해서 괄목할만한 실적을 내고 있다. 흔히 나오는 얘기로 국내 IoT 시장은 이미 엔터테인먼트와 화장품 산업 외에는 포화상태라는 말도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반드시 출현할 거라고 본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트랜드를 실리콘밸리가 이끌었다면, IoT의 경우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제품의 디자인이나 퀄리티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Q. 스마트 보틀과 시니어를 접목시키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시니어 분들에 대한 관심은 항상 있었다. 어머니께서 실버산업에서 종사하고 계시기도 하고. 어머니의 고객분들이 시니어 분들이다 보니, 관련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느꼈다. 시니어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단순히 사회적인 가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시장가치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거라고 본다.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구매력 있는 시니어 분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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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다

‘eightcups - Silver(가칭)’라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 스마트 보틀을 출시했을 때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해서 약먹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은 없었는데, 시니어 분들께서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도 있냐’라는 질문을 많이 하셨다. 생각해보니 누군가 필요로 한다면 그런 기능이 없을 이유가 없더라. 하드웨어적으로도 큰 수정 없이 추가가 가능했고. 그래서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과 일정 시간 약을 먹지 않을 경우 가족에게 알람을 보내는 가족 안심알람기능을 추가했다. 실버 버전에는 뚜껑에 약을 담을 수 있는 통이 추가로 존재한다. 

Q. 젤리코스터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많이 판매하는 거? (웃음) 외국에서도 우리 제품에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지금도 문의 메일이 굉장히 많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 조만간 샘플을 돌릴 예정이다. 국내는 온라인 마켓 위주로 런칭을 할 계획이다. 유통 구조를 최대한 단축해서 판매단가를 낮추는 게 목표다. 좋은 기능이 있어도 저렴해야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으니까. 3월에 ‘eightcups 오리지널’을 만나볼 수 있고, 4월에 실버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사람 사이의 정이 차가운 기술에 매몰되어 버린다고. 사실 가장 좋은 건, 기술의 도움 없이도 건강한 부모님의 미소를 볼 수 있는 일이다. 어느 누가 스마트 보틀을 통해 약을 챙겨 먹는 부모님의 모습을 마냥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하지만 다가오는 현실은 피할 도리가 없다. 나이 드신 부모님이 약을 드셔야 한다면 그렇게 하실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자식의 도리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스마트 보틀은 부모님의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기술이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님을 한 번 더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은 아닐까. 그 신호가 기계적인 알람이라고 할지라도.


에디터 김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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