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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나는 남자의 셔츠 길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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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서 입을 때 더 맵시있으며, 계절에 상관없이 일년 내내 입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셔츠의 적정 길이는? [사진=UNTUCKit]

남자가 폼나게 입을 수 있는 셔츠의 길이는 얼마일까요? 가장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 중 하나가 셔츠입니다.


한국에서는 '남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셔츠를 입을 때 남자들이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넣어 입을까, 빼서 입을까'에 대한 고민입니다. 그게 무슨 고민이냐고요? 옷 좀 입는 남자가 아니시군요. 아니면 맵시있게 옷 입기를 포기하셨거나.


2014년 페이스북 '패션 나우 포 맨(fashion now for men)'이라는 페이지에서 '셔츠 넣어입는다. vs. 빼서 입는다'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무려 1700여명의 사람들이 댓글로 의견을 달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떤 것이 더 멋있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개인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넣어서 입자니 답답한 느낌이 들고, 빼서 입자니 단정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슈트를 입을 때는 넣어서 입는 것이 맞겠지요. 슈트를 단정하게 입었는데 셔츠를 꺼내 입어 밸트가 보이지 않는다면 옷을 잘못입은 것입니다. 반면, 핏이 살아있는 청바지를 입는다면 셔츠를 빼고 입는 것이 더 자유롭고 활동성 있게 보이지 않을까요? 다만, 셔츠 아랫단이 엉덩이를 덮어버릴 정도로 길지만 않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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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걸쳐 미국 전역에서 꺼내 입어도 폼나는 적당한 '셔츠의 길이'를 조사한 결과는, 끝단이 바지 지퍼의 중간까지 오면서 주머니도 살짝 보이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림=UNTUCKit]

어떻게 보면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문제에 집착해 기어코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있습니다. MBA를 마치고 GE헬스케어에서 일하던 크리스 리코보노(Chris Riccobono)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남성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 "아랫단을 자연스럽게 밖으로 빼서 입을 수 있는 셔츠를 찾기 힘들었다. 밑단 길이가 적당한 셔츠는 너무 꽉 끼었고, 품이 적당한 셔츠는 아랫단이 너무 길어 우스꽝스러웠다. 수백명에게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자 모두들 눈을 번쩍거렸다. 다들 같은 고민을 했던 것이다"라고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2011년 고객의 니즈를 확인한 리코보노는 셔츠의 아랫단을 짧게 만든 신개념 셔츠를 만드는 스타트업 '언턱잇(UNTUCKit)'을 MBA 동료였던 친구 애런 샌앤드레스(Aaron Sanandres)'와 함께 창업합니다.


친구들과 가족에게서 빌린 자본금 15만달러(한화 1억7300만원)로 뉴저지의 작은 아파트에서 아랫단 짧은 셔츠 하나로 시작했던 언턱잇은 지난해 기업가치 2억달러(한화 2305억원)의 어엿한 패션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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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턱잇(UNTUCKit)'의 창업자 크리스 리코보노(왼쪽)와 애런 샌앤드레스. [사진=UNTUCKit]

언턱잇이 책정한 셔츠의 길이는 얼마였을까요? 바지 속에 넣지 않아도 맵시있는 길이를 찾아내기 위해 언턱잇은 1년에 걸쳐 소비자 조사를 벌입니다. 미국 전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최적의 셔츠 기장을 조사했고, 시제품을 제작해 2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의 여성 수천명을 대상으로 호감도 조사도 마쳤습니다.


1년에 걸쳐 시장조사를 벌인 결과, 여성들이 압도적 선호도를 보인 셔츠의 길이는 ▲ 벨트와 지퍼 맨 아래쪽의 딱 중간 지점까지 내려올 것 ▲ 바지 주머니는 일부가 보이는 것 등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여성들이 호감을 가지는 최적의 셔츠 길이는 벨트 라인과 지퍼의 중간까지 내려오지만, 바지 주머니의 일부가 살짝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홍보 전략도 남달랐습니다. 기존 셔츠보다 길이가 짧고, 빼서 입을 때 더 맵시있으며, 계절에 상관없이 일년 내내 입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셔츠의 광고가 가장 먼저 실린 곳은 비행기 안에 비치되는 잡지였고, 그 다음은 스포츠 라디오 채널이었습니다.


비행기나 차량으로 이동을 많이 하는 남성들을 타겟 소비자로 공략한 것입니다. 이동이 많은 만큼 격식을 갖춰야 할 때도 있지만, 비행기나 차안에서 체류하는 시간 만큼은 좀 더 편한 복장으로 있기를 원하는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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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끝단에 수놓인 브랜드를 상징하는 작은 화살 로고가 디자인의 디테일을 살렸습니다. [사진=UNTUCKit]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언턱잇 셔츠는 셔츠 가격으로는 비교적 비싼 편인 80달러(한화 9만원) 정도였음에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습니다. 짧은 아랫단, 기존 셔츠보다 더 둥근 형태의 햄라인, 셔츠 끝단에 수놓인 브랜드를 상징하는 작은 화살 로고가 디자인의 디테일을 살렸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셔츠의 아랫단을 잘라 짧게 만든 것만으로도 수많은 남성들이 편안하게, 더 멋있게 셔츠를 입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눈 호강을 위한 과학이 소비자의 마음도 잡고, 매출도 함께 잡은 것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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