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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오지, 칠흑 같은 밤에 찾아온 초록빛 유영

조용준의 여행만리

경북 영양 오지마을 여정-치유, 힐링, 충전의 성지 영양 수비면 죽파리 자작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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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중의 오지인 경북 영양 수비마을은 우리나라에서 밤하늘이 가장 맑은 곳이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영양 반딧불이 생태공원'에는 육안으로 별을 볼 수 있고 여름밤에는 숲속에서 초록빛 유영을 즐기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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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파리 자작나무숲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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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으로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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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자작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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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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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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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발길을 돌려야 하는 오지 오무마을로 가는길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지 오래되었습니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여행도 마음 놓고 떠나기 쉽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의 공포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을 줄이는 언택트, 드라이브, 차박 여행 등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오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도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오지가 있어?' 라는 말도 하겠지만 모르는 소리입니다. 국내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들이 여럿 있습니다. 휴대전화 전파가 터지지 않는것은 기본이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지만 오지는 사람들을 너그럽게 품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제공하고 하룻밤 쉬어갈 공간도 내어주기도 합니다. 누구라도 이곳을 찾으면 행복한 추억을 얻고 돌아 올 수 있습니다. 오지 중의 오지로 불리는 경북 영양으로 갑니다. 대한민국 오지 중 손꼽히는 곳입니다. 영양에서도 첩첩산중에 자리한 수비면 죽파리는 최고의 오지마을입니다. 때 묻지 않은 명품 자작나무숲이 있고 청정한 계곡이 넘쳐납니다. 그뿐인가요. 인공적인 조명이 없다 보니 밤은 그야말로 칠흑입니다. 수비면 일대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은하수는 물론 반딧불이의 환상적인 비행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만나기가 조심스러운 요즘, 북적거리는 휴가지를 벗어나 '오지게' 좋은 오지로 떠나봅니다.


영양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청정 지역이다. 한마디로 맑고 깨끗하다. 수비면 죽파리는 영양에서도 인적이 드문 오지 중 오지다.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정착하면서 개척한 마을로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죽파(竹坡)라 불렀다. 이 죽파리에 자작나무숲이 숨겨져 있다.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인공숲이다. 산림청이 죽파리 검마산 일대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1993년이다. 축구장 40개에 해당하는 30.6ha에 약 12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다.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보다 3배나 크다고 한다.


숲은 청정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는 만큼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마을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한다. 장파경로당에서 장파1교를 건너기 전, 좌회전하면 차단막이 길을 가로막는다. 여기서부터 걸어야 한다. 원래는 숲 입구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숲 보호를 위해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정식 개장 전이지만 지난 6월 국가지정 국유림 명품 숲에 지정됐기 때문이다.


임도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기산마을과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자작나무 숲길'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숲 입구까지 3.2km, 느릿느릿 1시30분은 족히 걸린다.


숲으로 가는 길은 죽파계곡과 나란히 한다. 맑은 물이 흐르고 그늘이 짙은 계곡이다. 여름에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더위를 씻을 수 있는 숨겨진 피서명당이다. 걷는 내내 정아한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길은 완만하고 걷기 편하다. 우람한 나무들이 길에 향기를 더하고, 새소리가 길동무를 한다. 휴대폰의 안테나가 하나씩 줄더니 이내 먹통이다. 오지긴 오지다. 오롯이 자연과 나뿐이다.


땀을 한 바가지 쏟고 나자 나타난 자작나무숲이 반갑다. 자작나무 산책로는 2km다. 오솔길로 들어서면 눈앞엔 온통 새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산기슭을 가득 메운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과 머리 위를 뒤덮은 초록 잎 사이로 아담한 오솔길이 열린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순백의 나무들이 빼곡하다. 아름답고 신비한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청량한 공기를 맘껏 마시며, 오지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동행한 숲해설사가 배낭에서 거울과 볼펜, 자작나무 수피를 나눠주며 색다르게 자작나무숲을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먼저 거울을 위로 향하게 해서 자작나무숲을 본다. 손바닥만 한 거울 안에 빽빽한 자작나무 숲이 담겼다. 이번엔 반대로 거울을 바닥으로 향하게 한다. 하늘에서 숲을 내려다보는 새의 시선을 쫓아간다. 수피엔 글귀를 적어 걸어두기도 한다. 해설사가 전날부터 준비했다는 자작나무잎차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자작나무는 가지를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나서 붙인 이름이라 한다. 껍질을 만져보면 아기의 볼살처럼 촉촉하고 매끈하다. 흔히 자작나무숲이 가장 좋은 계절을 겨울로 꼽지만 여름도 그 못지않다. 파란 이파리들이 가장 빛나는 건 여름 햇빛 아래서다. 청량한 여름 바람에 몸 터는 소리가 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다. 해설사는 '가을'에도 와보라 한다. "자작나무는 가장 일찍 단풍이 드는 나무 중 하나예요. 노랗게 이파리가 물들면 참 예쁩니다."


자작나무숲에서 수하계곡 쪽으로 가면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나온다.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은밤'(Silver Night) 등급을 받은 곳이다. 사막처럼 특수한 환경을 제외하고, 육지에서 가장 투명한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곳이란 의미다.


이 일대는 빛 공해가 거의 없다. 모든 조명들은 낮게 땅을 비추고 가로등의 조도도 현저히 낮다. 그 덕에 은하수, 유성 등 밤하늘에 펼쳐지는 별들의 쇼를 관측할 수 있다. 밤하늘보호공원 가운데엔 반딧불이천문대가 있다. 우리 은하계 행성은 물론 멀리 우주까지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을 갖췄다. 장비 없이 그저 근처 풀밭에 누워 봐도 된다. 천문대의 박찬 연구원은 "별은 맨눈으로 관찰 할 때가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찾은 날은 날이 흐려 별들을 볼 수 없었지만 천문대 앞 다리만 건너면 또다른 별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반딧불이다.


어둠이 내리자 자연의 아름다운 색상들이 무채색으로 바뀌어 간다. 이때쯤이면 눈의 동공이 커진다. 회색빛으로 물든 풀밭을 어림해 바라보면 한들거리는 작은 불씨 같은 생명들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칠흑같이 어두운 숲에서 반딧불이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반딧불이는 인공의 빛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졌다. 연둣빛 불빛을 반짝이며 제 반쪽을 찾아 비행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보통 초여름에 관찰되는 애반딧불이는 7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다. 혹시 애반딧불이를 못 만났다면 늦반딧불이를 기대하면 된다. 8월 중순∼9월 중순에 또한번 이 일대를 초록별의 세계로 만든다.


돌아서는길, 연둣빛 불빛이 눈앞을 스치듯 지나간다. 반딧불이의 비행은 늘 그렇듯 마음속에 작은 불꽃으로 남는다.


천문대 앞으로는 수하계곡이 흐른다. 계곡이 많은 영양에서도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산중 협곡이지만 수심이 얕아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 그만이다. 수하계곡 끝자락에 '오무마을'이 있다. 오무마을은 사람도 차도 이 마을에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온 길을 그대로 달려가는 건 물길밖에 없다. 수하계곡 맑은 물은 산자락을 몇 굽이돌아 울진의 왕피천과 연결되어 동해로 간다.


영양=글 사진 조용준여행전문기자

여행메모

△가는길=죽파리 자작나무 숲을 가려면 내비게이션에서 장파마을회관을 찾으면 된다. 죽파마을회관에서 조금 더 들어간 곳이다. 여기서 서낭당을 끼고 돌아 1㎞쯤 오르면 바리케이드가 나온다. 차는 여기에 대고 걸어가야 한다.


△여행상품=오지전문여행사인 승우여행사는 영양과 울진 등 경북의 오지마을을 돌아보는 '한여름의 시원한 영양ㆍ울진 1박 2일 여행' 상품을 내놨다.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과 반딧불이생태공원,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십이령길) 등을 돌아본다. 7월, 8월 두 달간 1ㆍ3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각각 출발한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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