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봉준호 블랙리스트 올리더니… 얼굴 두껍다" 한국당 비판
"한국보수, 절망적"
"방식 역시 박정희 우상화하던 방식"
"외신에 알려지면 한국 이미지 먹칠할 것"
봉준호 감독/사진=연합뉴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대구 지역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에 대해 봉준호 생가터 복원, 동상 건립 등 공약을 내건 것에 대해 "얼굴이 두텁다(두껍다)"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보수, 절망적이다. 봉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CJ 이미경 부회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 보냈던 분들 아닌가요?"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자본가를 탄압하는 보수 정권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라며 "그랬던 분들이 이제 와서 봉 감독의 쾌거에 숟가락 올려놓으려 하다니, 얼굴도 참 두텁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게다가 그 방식이 생가복원. 정확히 박정희 우상화하던 방식"이라며 "이 소식이 외신으로 나가면 문화강국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또한 "마인드가 딱 70년대에 가 있다"라며 "모두가 똑같은 달력을 쓴다고 모두가 똑같은 시대를 사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연합뉴스 |
앞서 대구 달서구병이 지역구인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에서 "대구신청사 옆 두류 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대구신청사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나 남구 대명동의 남도초등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다 서울로 이사했다.
대구 지역에 출마한 배영식 한국당 예비후보도 같은 날 "오스카 4관왕을 휩쓴 봉 감독의 위대한 공덕을 영구 기념하고 계승시켜야 한다"며 '봉준호 영화의 거리' 조성, '봉준호 카페 거리' 만들기, '봉준호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건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용찬 한국당 대변인도 전날(10일) '기생충' 오스카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논평을 내고 "한국 영화 기생충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라며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연이어 들려온 놀라운 소식"이라고 했다. 이어 "전 세계에 한국 영화, 한국 문화의 힘을 알린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봉 감독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정부 비판 성향 문화·예술인을 대거 퇴출했을 당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갔다.
지난 2017년 국정원 개혁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봉 감독은 이창동, 박찬욱 감독과 함께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영화감독 52명 중 한 명이었다.
2014년 청와대에 보고된 '문제 인물' 목록에도 봉 감독을 포함한 104명의 영화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