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둘러싼 '인터넷 위성군'…우주인터넷 시대 열릴까
스타링크·아마존·원웹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 경쟁
저궤도 위에 수천~수만개 위성 배열해 인터넷 제공
큐브샛·재사용 로켓 등 혁신 통해 구축 비용 줄어들어
기존 통신사들 접근 힘든 저개발국도 접속 수월
통신위성을 싣고 날아가는 '스페이스X' 팰컨9 재사용 로켓 /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인공위성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에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궤도 위성 수천개를 지구 위에 배열해 촘촘한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이른바 '인터넷 위성군' 기술입니다.
인터넷 서비스는 현재 대부분 통신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인데, 인터넷 위성군 기술이 실현될 경우 테크 기업들은 통신사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인구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 주목해 미국 영국 등 우주과학 선진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인터넷 위성군을 실현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로 유명한 사업가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스타링크는 2020년대 중반까지 총 1만2000개의 저궤도(지구 상공 500km) 소형 인터넷위성을 쏘아 올려 글로벌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로켓 페이로드에 장착된 '스타링크' 인터넷 인공위성 60기. / 사진=스페이스X 트위터 캡처 |
해당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머스크의 재사용 로켓 제조업체 '스페이스X'의 발표로는, 스타링크가 완전히 가동될 경우 전세계 어디서든150Mbps의 인터넷 데이터 전송 속도를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집계한 국내 평균 인터넷 전송 속도가 25Mbps 이상이니, 스타링크가 현실화하면 세계 인터넷 사용 기반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되는 셈입니다.
인터넷 위성군 경쟁 대열에는 스타링크 프로젝트 외에도 여럿 있습니다. 미국의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닷컴'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 CEO는 지난 2000년 로켓 기업 '블루오리진'을 설립,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위성군 구축 계획인 '카이퍼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영국 정부와 인도 '바르티 글로벌'이 합작 투자한 인터넷 위성군 구축 스타트업 '원웹'의 인터넷망 홍보 동영상. 위성들이 지구 궤도를 촘촘히 둘러싸 어디서든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
지난해 영국 정부와 인도 통신기업 '바르티 글로벌'이 손잡고 투자한 스타트업 '원웹' 또한 인터넷 위성 수십개를 우주로 쏘아 올려보내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앞으로 총 648기의 위성을 쏘아올려 영국·인도 등지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입니다.
인터넷 위성군은 지구 상공 500km 이내인 저궤도에 수천~수만개의 작은 위성을 촘촘히 배열해 지구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개념입니다.
사실 인공위성을 통해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업 자체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불안정한 신호와 느린 데이터 전송 속도 등 품질 문제를 겪어 왔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위성군을 이용하면 위성 인터넷의 고질적인 품질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위성 제조 기술과 우주 공학의 발달 덕분에, 인터넷 위성군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유럽우주국(ESA)의 큐브샛. 큐브샛은 무게 100kg 내외의 소형 인공위성을 이르는 말이다. / 사진=인텔 |
인터넷 위성군은 대부분 무게 100kg 내외인 일명 '큐브샛'이라 불리는 초소형 인공위성을 사용합니다. 큐브샛은 제조 단가가 매우 저렴하며, 대량생산에 용이합니다.
재사용 로켓 등 우주공학 발달로 위성 발사 비용이 극적으로 낮아진 것 또한 위성군 계획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인 '팰컨9'은 궤도 위로 날아올라 인공위성을 투하한 뒤 다시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습니다. 덕분에 별다른 수리 없이 1단 로켓을 재사용 가능하고, 일반 로켓보다 발사 비용을 매우 낮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테크 기업들이 인터넷 위성군 사업에 노력을 기울이는 걸까요? 인터넷 제공은 보통 테크 기업보다는 통신사들이 주력으로 삼는 사업인데 말이지요.
그 이유는 위성 인터넷의 강력한 확장성에 있습니다.
지구 상공 550km에 도달한 뒤 줄지어 이동하는 스타링크 위성들. / 사진=유튜브 캡처 |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인터넷을 제공하기 위해 광케이블 등을 이용, 브로드밴드망을 설치합니다. 이 방식은 상당한 비용이 들고, 공사 기간도 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도시 거주자들에게는 인터넷을 제공하기 수월하지만,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시골이나 오지에 거주하는 이들에게까지 인터넷망을 확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인터넷 관련 통계 사이트 '인터넷 월드 스태츠'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전세계 인터넷 보급률은 45억3600만명(58.8%)에 그쳤습니다. 저개발국·시골·오지 등 거주자들은 여전히 인터넷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위성인터넷은 지상에 단말기만 있으면, 위성군의 안테나 빔이 닿는 범위에서 어디서든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초기 위성군 구축 비용이 들더라도 이후 서비스 제공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는 뜻입니다.
만일 테크 기업들이 인터넷 위성군을 구축해 일반 통신사들이 접근할 수 없는 31억8000만명(41.2%)을 고객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이들은 막대한 시장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우주 인터넷' 시대를 열면서 독점적 시장을 만들게 되는 셈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